비번날 나들이를 갔던 베테랑 소방관이 공무원 신규 임용을 앞둔 심정지 환자의 목숨을 발 빠른 응급조치로 구한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용인소방서 119구조대 이용휘 2팀장(소방위)은 비번날이던 지난달 24일 낮 12시께 아내, 두 자녀와 서대문형무소에 가기 위해 서울 지하철 2호선 합정역에서 열차를 탔다. 이 팀장과 가족이 열차에 오른 뒤에도 승강장 문은 닫히지 않았고 "민원사항으로 잠시 정차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앞쪽 승강장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본 이 팀장은 뒤이어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소리가 들리는 순간 '심정지 환자'란 생각이 들었다. 앞쪽 승강장에서는 30대 남성이 의식을 잃은 채 쓰러져 있었고 공익근무요원과 우연히 현장을 목격한 의사가 심정지 환자에게 응급조치를 하고 있었다.
더욱 확실한 흉부 압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이 팀장은 직접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을 실시했고, 곧이어 역사 관계자가 가져온 자동심장충격기(AED)를 이용해 응급조치를 이어갔다. 다행히 환자의 의식과 호흡은 곧 돌아왔다.
신속한 대처로 한 사람의 생명을 살린 이 팀장의 행동은 건강을 회복한 남성이 국민신문고와 경기도소방재난본부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알려졌다. 이 남성은 "휴무날 휴식을 취하러 서울에 왔을텐데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목숨을 구해주셔서 감사하다"고 전했다. 해당 남성은 얼마 뒤 공무원 신규 임용을 앞두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기도소방학교에서 6년 넘게 현장팀 교관으로 일했던 이 팀장은 "학교에서 교육생들에게 제일 많이 외치게 했던 구호가 '나는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소방관이다'였다"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관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