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고무신, 분홍감자, 남작, 홍감자… 감자 하나의 이름이 이렇게나 다양하다. 우리 땅에 뿌리내린 토종의 이름이다. 토종은 자연에 순응한다. 어지간한 기후에도 수확에 지장을 받지 않는다. 본디부터 이 땅에 있었기에 질기게 살아남는다.
우리의 씨앗을 조건 없이 나누는 사람이 있다. 김도경(56) 김포토종학교 교장이다. 인천토종학교에서 활동하던 김 교장은 지난 2020년 김포 장기동 농원에 토종학교를 설립하고 자연의 이로운 기운을 퍼뜨리고 있다.
스무명 가량인 김포토종학교 회원들은 품앗이 개념으로 공동경작을 주로 한다. 흙을 일구는 날에는 각자 토종음식 하나씩을 가져와 현장에서 밥만 지어 먹는데, 토종토란잎밥 등 새로운 조리법도 시도한다.
김포토종학교의 주된 과업은 토종씨앗의 보존·증식·배분이다. 김포지역뿐 아니라 전국의 토종 씨앗을 수집해 관심 있는 이들과 나눈다. 국내 토종씨앗의 연구와 보급에 지대하게 공헌한 변현단 선생도 이따금 토종학교에 씨앗을 선물한다.
어린 시절 병치레가 잦아 고생한 경험
자연 그대로의 삶에 몸 맡기게 된 계기
"토종 재배한다는 건 생태와 궤를 같이"
자연 그대로의 삶에 몸 맡기게 된 계기
"토종 재배한다는 건 생태와 궤를 같이"
12일 토종학교 텃밭에서 만난 김도경 교장은 "토종을 재배한다는 건 생태와 궤를 같이한다. 환경오염을 덜 시키면서 옛 방식을 추구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김포토종학교는 최근 경기도의 '토종농산물활성화기반 조성사업' 공모에 빗물저금통(빗물을 저장해 작물에 공급하는 장치)을 제안해 선정됐다.
김 교장은 "빗물은 어떤 농업용수보다 작물에 좋다. 농민들은 하늘에서 비 한 번 내릴 때의 경작효과가 워낙 좋으니까 단비라고들 부른다"며 "빗물저금통은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을 거스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포토종학교 회원들은 단순히 토종 씨앗을 심는 데 그치지 않고 이처럼 순환농법을 지향한다. 작물이 가뭄을 타지 않도록 '풀이불'을 덮어주고 그 풀을 퇴비로 쓰는 식이다.
'빗물저금통' 제안 경기도 공모 선정
'풀이불'로 가뭄 대응 순환농법 지향
기후변화 잘 적응…종자 변형도 없어
김 교장은 토종의 생명력을 믿는다. 그는 "토종배추는 뻣뻣하고 속도 많이 안 차지만 보존기간이 긴 데다 2~3년을 묵은지로 둬도 무르지 않고 식감이 좋다"며 "무나 상추 등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라고 소개했다.'풀이불'로 가뭄 대응 순환농법 지향
기후변화 잘 적응…종자 변형도 없어
또한 그는 "올해 일반감자와 토종감자를 같이 심었던 한 회원은 토종감자만 평년과 비슷한 수확량을 거두고 알도 컸다. 들깨도 토란도 토종이 크고 수확량이 우수하다"며 "우리 땅에 확실히 잘 맞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장은 어린 시절 병치레가 잦았다. 약을 몰래 버렸다가 혼나기 일쑤였다. 그때의 기억은 훗날 자연 그대로의 삶에 몸을 맡긴 계기가 됐다.
김 교장은 "토종은 지금의 우리와 잘 맞고, 기후변화와 물 부족에도 적응하고, 종자 변형이 없다. 많은 사람이 토종의 '건강해지는 맛'을 체험해 봤으면 좋겠다"며 환하게 웃었다.
김포/김우성기자 wski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