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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하는 세상 속에서 자연은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한다.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야생도 있고, 사람들이 밀집해 살아가는 도심 속 생태계도 있다.

그 존재는 거칠면서 거침없지만 섬세하고 다정하기도 하며, 살아가는 동안 끊임없이 마주해야 한다.

이러한 자연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공존하기 위한 사람과 동물의 이야기를 다룬 책 두 권을 소개한다.

■ 여우와 나┃캐서린 레이븐 지음. 노승영 옮김. 북하우스 펴냄. 448쪽, 1만9천800원


여우와 나
생물학자 캐서린 레이븐은 어린 시절 부모의 학대로부터 도망쳐 국립공원 관리인인 레인저가 돼 레이니어산, 노스캐스케이즈, 옐로스톤을 떠돌아다녔다. 그러다 자연의 힘에 이끌려 로키산맥 자락의 험하고 황폐한 땅에 터를 잡았고, 그곳에서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하는 존재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에서도 작고 지저분한 모습으로 캐서린을 찾아온 여우가 있었다. 매일 같은 시간 집 앞으로 찾아오는 여우에게 그는 '어린왕자'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로키산맥 황폐한 땅, 터를 잡은 생물학자
매일 집 찾아오는 여우와 경이로운 여정


책 '여우와 나'는 서로에게 유일한 존재가 되어가는 저자와 여우의 서로 다른 세계를 담아낸다. 말과 객관의 지배를 받는 세계와 행동과 직관으로 살아남는 세계를 각각 살아가는 둘에게서 '야생 여우에겐 인격이 없다'는 과학의 철칙을 뛰어넘는 동화 같은 이야기가 흘러간다.

특히 여우와의 기적적인 마주침에 대한 저자의 치밀하면서도 시적인 묘사, 황무지의 작은 생태 하나까지 관찰해 절묘하게 버무린 문학적 비유는 그가 잃어버렸던 연결고리를 회복해 나가는 여정을 더욱 인상적이게 만든다.

■ 어쩌다 숲┃피터 S. 알레고나 지음. 김지원 옮김. 이케이북 펴냄. 424쪽, 1만9천800원


어쩌다 숲
우리는 심심찮게 도심 속에서 살아가는 야생동물의 이야기를 듣는다. 이 동물들은 어떻게 사람들과 함께하게 됐을까. 책 '어쩌다 숲'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생태계 중 하나이자 우리가 살고 있고 주변에 존재하는 도시 생태계에 관한 이야기이다.

야생동물을 끌어들이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 아님에도 도시는 어느새 야생동물의 서식지, 또는 피신처가 된 도시. '재야생화'된 미국 도시의 사람들과 야생동물의 실제 이야기를 통해 그들이 자연 생태계 안에 연결되어 있음을 보여준다.

美 도시 사람들·야생동물 실제 이야기 담아
흑곰·바다사자 등 세계 연결된 생태계 관계


책은 조류, 포유류, 어류, 파충류와 같은 척추동물군에 중점을 뒀다. 우리에게 덜 익숙한 흰머리수리, 흑곰, 바다사자 같은 동물은 도시환경에서 번성할 거라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종이다.

오늘날의 미국 도시 일부에서 볼 수 있는 이들의 존재는 수십 년 전 우리가 그들에 관해 얼마나 아는 것이 없었는지, 아직도 배워야 할 것이 얼마나 많은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면서 자연 생태계 속에 연결된 사람과 동물, 이 두 세계의 격동적 관계와 공존·공생에 대한 메시지를 던진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