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건물마다 새로 놓인 화분을 본 직원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반짝반짝 길병원, 신나는 길병원'. 지난 7월 초 가천대 길병원 김우경 병원장의 취임 인사 화분에 쓰인 이 작은 글귀에는 "밝고 즐거운 직장을 함께 만들어가자"는 의미가 담겼다.
김우경 병원장은 "가천대 길병원 설립자(이길여 가천대학교 총장)의 철학과 인생관이 담긴 '바람개비'란 이름을 딴 소통함을 병원 곳곳에 두어 4천명이 넘는 직원들이 익명으로 직장생활에서 바라는 점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애, 봉사, 애국' 실천 길병원, 국내 응급의료시스템 발전 기여
팬데믹 기간 전국 사립대병원 중 가장 많은 중증환자 병상 확보
작년 보건복지부 필수 협력체계 일환 인천권역책임기관 선정도
꿈의 암치료기 기대 모으는 a-BNCT 개발, 올해 임상시험 돌입
김 병원장은 일주일마다 소통함에 담긴 직원들의 글을 살피고, 매달 직원들이 낸 좋은 의견이나 건의사항에 대한 답변 등을 발표하기로 했다.
김 병원장은 이어 "직원용 앱에 '칭찬합시다'라는 게시판을 만들어 동료를 칭찬한 직원에게는 커피 쿠폰을, 한 달에 한 번은 칭찬받은 직원 중에서 다수가 인정하는 우수 직원을 뽑아 케이크를 선물하기로 했다"며 "우리 직원들이 행복하면 길병원을 찾은 환자와 가족들에게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취임 100일을 보낸 소회는.
"코로나19로 전쟁 같은 3년을 보낸 만큼 그동안 고생한 직원들을 어떻게 격려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가천대 길병원의 장기 비전을 여러 보직자와 함께 머리를 맞댔다."
- 유례없는 감염병 대확산에 어떻게 대응해왔나.
"가천대 길병원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전국 사립대학병원 중 가장 많은 중증환자 병상을 확보하고 전 의료진과 임직원이 최선을 다해 코로나19 환자를 진료해 왔다.
코로나19가 확산 조짐을 보이던 2020년 2월 56병상 확보를 시작으로 그해 12월부터는 중증거점전담병원으로 전환하며 많을 때는 중증 36병상, 준중증 20병상, 중등증 50병상 등 160병상까지 코로나19 환자 치료 병상을 확보했다.
지금까지 약 3년간 중증환자 7천100여명을 포함해 2만1천500여명의 환자를 입원 치료했고, 특히 확진상태에서 출산한 사례도 100명 이상이다.
코로나19 환자 치료는 비감염병 환자 치료보다 훨씬 더 많은 인력과 시설 등이 필요해 의료기관으로서 국가에 기여하고자 하는 사명감이 없이는 힘든 일이다.
길병원이 2020년 6월 인천시 감염병관리지원단으로 선정된 만큼 인천시의료원을 비롯한 공공의료기관들과 협력해 어떤 감염병에도 작은 빈틈을 용납하지 않는다는 자세로 임하겠다."
- 지난해 인천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선정됐다.
"권역책임의료기관은 응급, 외상, 신생아, 산모, 만성질환, 감염 등 생명과 직결된 의료서비스 강화를 위해 보건복지부가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구축하고 있는 필수의료 협력체계의 일환이다.
국립대병원이 없는 인천에선 길병원이 인천권역책임의료기관으로 지난해 2월 선정됐다. 인천지역 의료기관들의 '맏이' 역할을 하는 의미다.
길병원은 권역책임의료기관 선정 후 공공의료본부를 발족하고 인천시의료원, 보훈병원 등 공공의료기관, 민간의료기관, 보건소, 복지시설 등과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특히 취약계층 환자에게는 중증질환으로 상급종합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퇴원한 뒤에는 요양, 재활치료, 거주환경 등 다각적인 의료 복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 인천시 공공의료사업에 앞장서 왔는데.
"1958년에 개원한 가천대 길병원의 모태인 이길여산부인과는 당시 형편이 어려운 환자를 위해 보증금 없이 진료, 무의촌 의료봉사, 자궁암 무료검진 등 개인 의원이 지금으로 보면 공공의료의 역할을 했던 것이다.
우리 병원의 설립 이념인 '박애, 봉사, 애국'을 실천하기 위해 가천대 길병원은 1999년 독립된 건물의 응급의료센터를 개원, 서해권역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인천시민을 위한 공공의료에 힘써오고 있다. → 표 참조
응급의료를 위해 독립된 센터를 개원한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 매우 혁신적인 일이었다. 우리나라 응급의료시스템이 발전하는 과정에 길병원은 국내 응급의학과 탄생, 전문의 배출에 기여했다.
길병원은 응급의료센터와 심뇌혈관센터를 중심으로 심혈관 응급 환자에 대한 24시간 진료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권역외상센터, 닥터카, 닥터헬기 등 응급환자 이송에 관해선 국내 어느 병원보다 우수한 인적자원, 시설, 시스템 등을 갖췄다."
- 연구중심병원으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가천대 길병원은 임상, 연구,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역량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암종별 수술 적정성 1등급, 급성기 심뇌혈관 치료 1등급, 호흡기 만성질환 1등급 등 정부의 의료기관 평가에서 대부분 1등급을 받고 있다.
연구분야에서도 2013년 국내 10대 연구중심병원으로 선정된 이후 3년 주기 평가에서 매번 최상위권 성적을 거두며 올해까지 3회 연속으로 선정됐다. 대학병원의 높은 연구 역량은 환자들에게 최신의 의료 기술과 임상 등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길병원은 2016년 국내 최초로 인공지능을 다학제 암 진료에 도입, 의료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정밀 진단 분야에서 길병원은 2006년 국내 최초로 도입한 연구용 7.0T MRI를 이용한 연구로 세계 최고의 정밀한 뇌영상 이미지를 확보했다.
더 나아가 세계 두 번째로 11.74T MRI 개발에 뛰어들며 현재 기기 개발은 완료되어 이미지 생산만 남은 상태다. 꿈의 암 치료기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4세대 중성자 암치료기 a-BNCT(가속기 기반 붕소중성자포획치료기) 개발도 올해 임상시험에 돌입한다.
a-BNCT는 11.74T MRI 개발과 함께 가천브레인밸리 뇌질환센터의 양대 핵심 사업이다. a-BNCT는 중성자를 이용해 암세포만을 사멸시키는 원리로, 특히 난치성 뇌암과 두경부암에 탁월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서울에 병원 개원을 준비 중인데….
"서울지역 대형 병원이 수도권이나 지방으로 분원을 두는 사례는 다수 있어도 지방에서 자생한 병원이 3차 의료기관으로 발전하고 서울에 병원을 개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의료 역사에서 유례없는 일이다.
가천대 길병원은 인천을 기반으로 60여년 만에 전국 규모의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했다. 서울길병원의 성공적인 개원과 운영은 본원의 역량이 뒷받침돼야만 가능한 일이다. 인천 토박이 병원의 서울 진출은 인천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기도 하다."
- 끝으로 길병원 가족이나 시민 등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나.
"35년 전인 1987년, 양평길병원에 공중보건의로 부임하면서 '가천'과 처음 인연을 맺었다. 내부적으로는 직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직원들이 신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직장을 '반짝반짝' 빛나게 만들고, 길병원이 시민에게 더욱 자랑스러운 지역의 대표 의료기관으로 성장하도록 노력하겠다.
환자들이 믿고 찾을 수 있는 병원, 지역의 든든한 의료기관이 되기 위해 병원장으로서 항상 최선을 다하겠다."
글/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김우경 병원장은?
▲1962년생, 서울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학사·석사·박사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교수
▲가천뇌과학연구원장(현)
▲대한신경외과학회 이사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상근 자문위원(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