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향의 아픈 외국인들이 우수한 대한민국의 의료서비스를 통해 제대로 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통역봉사를 충실히 해 나가겠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몸이 아프면 고통스러움은 물론 서럽기까지 하다. 특히 이역만리 타국에서 갑자기 몸에 이상이 생긴다면 원활하지 않은 의사소통 문제로 덜컥 겁부터 날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경기도의료원 안성병원이 나섰다. 안성병원은 경기도 내 최초로 러시아어와 베트남어, 태국어, 몽골어 등 8개 국어 통역이 가능한 의료통역봉사회를 최근 발족시키고 10월부터 운영에 들어갔다.
우즈베크 간호사 출신… 2년전 귀화
봉사회, 러·베트남 등 8개국어 지원
결혼이주여성에 사회 적응 도움도
의료통역봉사회의 첫 봉사 날, 우즈베키스탄인으로 지난 2004년 이주한 뒤 2020년 귀화를 통해 대한민국 국적을 취득한 오선미(38·우즈베키스탄 이름 Svetlana)씨를 만나 의료통역 봉사에 참여한 이유와 포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결혼이주여성인 오씨는 대한민국에 첫발을 내디딘 외국인들의 애로사항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오씨는 "저도 이주 초기 몸이 아플 때 통역 없이 선뜻 병원을 가기가 쉽지 않았다"며 "사실 치료란 것이 환자가 자신이 아픈 증상을 의사에게 잘 설명하는 것부터가 시작인데 시작부터 의사소통이 안 되니 답답하고 무서운 것은 물론 제때에 정확히 치료받기가 어려웠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오씨는 "그러기에 당시 제가 대한민국 사회에 잘 적응하게 된다면 저와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을 꼭 돕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고 이렇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기쁘다"고 덧붙였다.
오씨의 의료통역봉사가 특별한 것은 오씨가 고국인 우즈베키스탄에서 중환자실을 담당하는 유능한 간호사였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의료통역봉사에 안성맞춤이자 적임자인 셈이다.
오씨는 봉사 첫날부터 바삐 움직였다. 중앙아시아에서 입국한 노동자들이 PCR(유전자증폭) 검사받는 것을 통역함과 동시에 인터뷰 중간에도 전화통역을 하는 등 쉼 없이 의료통역봉사 활동을 전개했다.
게다가 전직 간호사 출신답게 환자의 몸 상태를 의사에게 정확히 전달하고, 의사가 치료를 위해 전달하는 의료전문용어를 쉽게 풀이해 환자에게 알려주는 등 능수능란한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사실 오씨의 선행은 이것에만 그치지 않았다. 오씨는 용인과 화성에 위치한 다문화센터에서 결혼이주여성 등을 상대로 대한민국 사회 적응을 돕는 문화 및 언어 강사와 멘토링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오씨는 "의료통역봉사 회원으로서 단순히 언어를 통역하는 활동에만 그치지 않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그들이 대한민국 사회에 빠르게 안착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까지도 해 나가겠다"며 "저는 우즈베키스탄인이지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대한민국과 우즈베키스탄이 우호적으로 교류해 나갈 수 있도록 미력한 저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안성/민웅기기자 m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