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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한반도 비무장지대(DMZ)는 물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쉽게 다가설 수 없는 남과 북의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소다. 이러한 분단의 역사에서 현재를 살아가는 세대들이 남과 북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를 예술가들의 눈을 통해 볼 수 있는 전시 'DMZ 아트프로젝트_평화공존지대'가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 일원과 임진각 건물 특별전시장에서 열리고 있다.

국내외 16개 팀 25명의 작가는 남과 북의 대치 흔적과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DMZ의 자연, 갈라진 남북 사이에서 그것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 등을 작품으로 표현했다. 전시가 진행되는 장소는 DMZ의 과거(임진각 건물)와 현재(평화누리), 미래(평화누리, 아트스테이지)를 상징하는 곳들로 평화에 대한 각각의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있다.

16개팀·25명 작가 사람들 모습 표현
추모로 경건·전쟁 피해 입체적 각인
다름 존중하는 새로운 평화 의미 탐색


평화공존지대
'DMZ 아트프로젝트_평화공존지대'에 전시된 하태범 작가의 '헤드라인'.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1972년에 처음 세워진 임진각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 하얀 배경 속 글자들이 눈에 들어온다. 계단 양쪽으로 빼곡히 새겨져 있는 글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는 전쟁과 테러에 대한 기사 제목들이다. 이로 인해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듯 경건한 느낌마저 들게 하는 이 공간은 여전히 끝나지 않고 있는 전쟁의 잔혹함과 피해 사실을 더욱 입체적으로 각인시킨다.

우주+림희영 작가의 작품 '비밀을 지키는 기계'는 차갑고 날카로움에 섬뜩하면서도 미묘하고 정교하게 움직이는 부품 하나하나가 신비함을 자아낸다. 늑대를 형상하는 기계들이 세상의 비밀을 지키고 있는 탑 형상의 키네틱 설치작품으로, 쇠로 만들어진 날들은 마치 잔뜩 경계하는 늑대의 털처럼 펼쳐지고 접히길 반복한다.

전쟁에 대한 무거움 또는 존재하지만 접근이 어려운 DMZ의 모습이 투영된다.

조영주 작가의 'DMG: 비무장 여신들'은 DMZ에서 수십 년을 살아온 여성들이 등장한다. DMZ 안보관광해설사인 그들은 지난 수십 년을 생업과 거주 등의 이유로 매일 그곳을 드나들었고, 삶을 살아가는 방식도 달라졌다. 그런 그들이 한 명의 여성이자 누군가의 아내와 엄마로서, 또 한국 역사의 한 조각으로서 살아가는 삶의 단면을 작품에서 마주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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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아트프로젝트_평화공존지대'에 전시된 패트릭 션 작가의 'Visions in Motion'.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평화누리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대형작품 가운데 IVAAIU City 작가팀의 '평화'는 관람객이 직접 입력한 단어가 빛과 사운드로 변환돼 북쪽을 향해 나아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그 옆쪽 언덕으로는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등 색색의 리본들로 물든 245m의 대형 리본벽이 펼쳐진다. 패트릭 션 작가의 이 작품은 2019년 베를린장벽 붕괴 30주년을 기념해 만들어진 작품에 현재 한국 관람객의 메시지가 더해지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리본 속 글들은 사람들의 바람을 담아 우리나라를 너머 세계 평화의 메시지로 전달된다.

이와 함께 건축과 디자인, 그래피티 아트 등 새로운 소재와 대안으로 떠오른 장르의 공공예술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다.

그래피티 아트 작가인 크리스티안 스톰과 정크하우스는 전통적 형태의 대문이 남과 북의 공통된 이미지라는 것에 착안해 한민족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작품을 선보였고, 신혜미+쎄미 작가는 신윤복의 풍속화를 집 구조물에 담아 남북이 한 민족임을 보여준다.

단순히 '남과 북', '전쟁', '이산가족'과 같은 분단 관련 단어들을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닌, 각자의 방식과 다름을 존중하며 새로운 평화의 의미를 찾아가 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