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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캐릭터'의 시대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등장한 카카오프렌즈는 게임·금융 분야를 넘어 오프라인 시장까지 진출해 이미 생활 깊숙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뽀로로에 이은 펭수의 열풍, 줄을 서도 살 수 없다는 포켓몬빵의 기이한 현상 등을 빚어낸 건 결국 캐릭터의 힘이다.

일반 기업뿐 아니라 지자체 등 공공기관에서도 시정 홍보와 소통 수단 활용을 목적으로 앞다퉈 캐릭터 개발·활용에 뛰어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용인특례시가 만든 공식 캐릭터 '조아용'의 인기와 파급력이 심상치 않다. 사랑을 받기만 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사랑을 나눠주는 캐릭터로 진화하며 캐릭터 분야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

페북 '좋아요' 용인시 '용'서 작명
자활센터와 연계 제작·판매 협업
기흥역 매장 4개월만에 매출 1억
시민 사랑받기 넘어 이웃돕기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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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역사 내 위치한 조아용 스토어.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 용인의 아이콘 '조아용'


시는 SNS상의 시정 홍보를 목적으로 2016년 2월 조아용 캐릭터를 출시했다. 이름은 페이스북의 '좋아요'와 용인시의 '용(龍)'에서 착안해 지었다. 초기 조아용은 눈이 크고 홀쭉한 형태였으나, 리뉴얼을 거쳐 2019년 현재의 통통하고 친숙한 모습의 조아용이 완성됐다. 리뉴얼 이후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조아용의 귀여운 외모와 다양한 표정에서 비롯되는 친근함은 시민들로부터 '볼매(볼수록 매력적)' 캐릭터로 인식됐다. 조아용의 인기가 높아지자 용인 전역에서 조아용이 등장했다.

경전철 외부에도 광교산 정상 시루봉에도 조아용이 나타났고, 수지구 안대지천 보행로 140m 구간에는 조아용 벽화가 그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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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용인시장은 행사장 등에서 코멘트를 할 때마다 마지막에 '조아용'을 덧붙이며 조아용 홍보대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조아용은 2020년 문화체육관광부 주최 우리동네캐릭터 시상식에서 우수상을 받은 데 이어 이듬해엔 대상을 받으며 대외적으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시 상징물 조례 개정을 통해 조아용을 공식 상징물로 등록하고 지난 6월부터는 공공저작물인 조아용을 시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개방하며 캐릭터 활성화에 불을 당겼다.

일본 구마모토현에 '쿠마몬'이 있다면 대한민국 용인엔 조아용이 있다는 말은 이제 현실이 돼가고 있다.

■ 부서 간 컬래버로 시작된 상품 개발


조아용의 치명적인 매력은 금세 성별과 세대를 아우르는 공감대를 형성해 나갔고 자연스레 캐릭터 상품에 대한 수요가 생겨났다. 이에 시는 지역자활센터의 기존 자활사업에 조아용 제작·판매를 연계한 협업을 기획했다.

일반 기업에 위탁을 주는 수익사업 형태 대신 기존 센터 내 수급자들의 노동력을 활용해 조아용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를 통해 발생한 수익은 저소득층의 자립을 위한 의미 있는 일에 쓰겠다는 게 핵심 취지였다.

조아용 캐릭터를 개발해 사용 권한을 지니고 있는 시 공보관과 자활센터 업무를 총괄하는 복지정책과의 부서 간 협업을 구축해 탄생한 프로젝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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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에게 인기가 높은 조아용 스탬프.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시 복지정책과 신미영 팀장은 "처음 협업을 제안했을 때 예산 수반의 어려움도 뒤따랐고 무엇보다 '그게 되겠어?'라는 시선이 강했던 게 사실이었다"며 "하지만 조아용이 워낙 사랑을 받고 있다 보니 잘 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다. 공보관의 적극적인 협조와 뒷받침도 사업을 실현하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센터에서는 기본적인 제작과 포장, 판매 등에 모두 사회적 약자 층을 투입해 상품 준비에 나섰다.

기념품의 고전 격인 열쇠고리와 인형, 머그컵을 비롯해 볼펜, 엽서, 에코백, 파우치 등 실생활 위주의 상품들이 구성됐다. 수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쳐 마침내 시는 지난 4월 기존 기흥역 환승센터 내에 위치한 사회적경제홍보관 일부를 판매 장소로 탈바꿈, '조아용in스토어'의 문을 열었다.

■ '신의 한 수'가 된 자활센터와의 연계


반신반의로 출발한 조아용 프로젝트는 '대박'이 났다. 판매장이 문을 열기 이전부터 높았던 수요 열기는 스토어 개점 직후 더 뜨거워졌고 4개월 만에 무려 매출 1억원을 돌파했다.

시중의 일반 캐릭터 상품에 비해 가격이 저렴한 데다 온라인 판매 없이 두 평 남짓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실로 믿기 힘든 결과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상품을 구매하는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곧바로 반영한 점도 고무적이었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조아용 스탬프나 마스크 줄 등을 만든 게 대표적이다.

현재는 디자이너를 채용해 캐릭터의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으며, 어린이날이나 크리스마스 등의 시즌상품 개발도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한 친환경 원단을 에코백 제조에 활용하며 사업의 의미와 가치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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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흥역사 내 위치한 조아용 스토어.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지난 26일 조아용 판매점을 찾은 시민 정수진(27)씨는 "그냥 구경만 하러 들어왔는데 조아용이 너무 예뻐서 이것저것 담다 보니 장바구니가 한 가득 찼다"며 "우리 지역에 이렇게 예쁜 캐릭터가 있다는 게 너무 좋고 뿌듯하다"고 미소를 지었다.

무엇보다 의미 있는 건 원재료비나 상품 개발 등에 투입되는 비용을 제외한 수익금 전액이 취약계층의 취·창업 등 자립을 위한 일에 쓰인다는 점이다. 이 같은 사업 취지가 알려지면서 구매자들은 물건을 사면 이웃돕기로 이어진다는 인식을 갖게 됐고, 별도의 후원과 재능기부 형식으로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직원 선물로 단체구매를 의뢰한 관내 한 기업 대표는 사업 취지에 공감해 200만원의 후원금을 내놨고, 용인예술과학대 이수정(토이캐릭터디자인과 3학년) 학생은 재능기부 형태로 조아용 페이퍼 토이 상품을 개발하는 등 선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타 지자체의 벤치마킹이 속속 이어지고 있는 이유다.

■ "우리 아용이를 보면서 힘을 냅니다."


판매량의 급증으로 일감이 많아졌음에도 센터 내 근로자들의 표정은 더욱 밝아진 아이러니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6일 자활센터에서 만난 상품 포장 담당 근로자 A(61)씨는 "얘(조아용)를 보면 항상 웃고 있지 않나. 나도 덩달아 웃게 된다"며 "어떨 땐 일하러 오기 전날 밤부터 우리 아용이가 보고싶어진다"고 함박웃음을 지었다.

재봉 일을 하는 B(58)씨는 "가끔 꿈에도 조아용이 나타나는데, 일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껴봤던 적이 있나 싶다. 일하는 시간이 즐겁다"며 "내가 만든 상품이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하니 그것도 너무 기분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근로자 C(40)씨 역시 "동생이 희귀성 난치병을 앓고 있는데 조아용을 정말 좋아한다. 내가 조아용 관련 일을 한다는 것 자체로도 큰 힘이 되고 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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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지역자활센터 소속 근로자들이 원단 가공과 재봉을 직접 거치며 조아용 에코백을 만들고 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자활센터 오은지 팀장은 "조아용은 센터 근로자들에게도 엄청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동기부여가 되고 주인의식이 생겼다"며 "하나의 캐릭터가 이분들의 삶에 긍정과 희망의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고 있다는 점이 가장 놀라운 변화"라고 설명했다.

시민들에게 사랑받는 역할을 넘어 어려운 이웃의 자립을 돕는 일에도 기여하며 이제는 사랑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조아용. 이상일 시장은 "조아용이 더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콘텐츠 개발에 힘쓰겠다"면서 "우리 조아용, 너무 조아용!"이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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