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로 사실상 개점 휴업상태에 있던 인천항 크루즈 산업이 내년부터 활성화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2020년부터 올해까지 단 한 척의 크루즈도 인천항에 입항하지 못했다. 말 그대로 암흑기였다.
올해부터 세계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방역 정책이 완화하면서 크루즈 산업도 재개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해양수산부는 지난달 24일부터 크루즈 입항, 내외국인 하선 등을 허용하는 등 관련 규제를 해제했다. 2020년 2월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크루즈 입항을 금지한 지 2년8개월 만에 해제된 것이다.
인천항만공사는 올해 초부터 꾸준히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며 내년에 10척의 모항·기항 크루즈를 유치했다. 내년 3월 19일에는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인천항에 크루즈가 입항할 예정이다.
인천항 크루즈
운항을 하면서 각국 항만에 기항해 하루 정도를 체류했다가 다시 바다로 향한다. 이때 잠시 머무는 항만이 '기항지'다. 출발하는 항만을 '모항'이라고 한다.
국제 크루즈가 처음으로 인천항에 기항한 것은 2007년으로 3척의 크루즈가 인천항을 들렀다. 인천항도 크루즈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것도 이때쯤이다.
초기 크루즈가 들어올 때 인천항은 크루즈를 접안할 마땅한 부두가 없었다. 이 때문에 인천항 내항이나, 인천항 북항에 선박을 대야 했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선박은 인천항 내항에 입항했고, 7만t급 이상 대형 크루즈는 인천항 갑문을 통과하지 못해 북항을 이용해야 했다.
지난달 2년8개월만에 입항 허용
인천항만공사, 올해 꾸준한 마케팅
10척의 모항·기항 유치 성과 올려
내년 3월19일 코로나 이후 첫 입항
세계 최대 전용 부두·터미널 갖춰
인천항 북항은 목재와 철재 등 화물선이 이용하기 위한 부두이고, 화물 특성상 비산먼지 등이 많았다. 이 때문에 크루즈 승객에게 인천항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를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특히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전후로 100척에 가까운 크루즈가 인천항에 오면서 크루즈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인천항만공사는 세계 최대 크루즈를 수용할 수 있는 크루즈 전용 부두·터미널을 2019년 건립·개장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 넘게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세계 크루즈 순항, 중국은 아직
우리나라는 지난달 크루즈 입항을 허용하고 관련 규제를 해제했다. 내년부터 크루즈가 인천항 뿐 아니라, 제주와 부산, 여수 등 국내 각 항만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나라의 상황도 긍정적이다. 미국은 지난해 6월부터 크루즈 운항이 이뤄지고 있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미국과 유럽은 올해 하반기부터 코로나19 이전과 비슷한 수준으로 크루즈 산업이 활성화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베트남과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국가도 크루즈 운항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미국·유럽, 예전 수준으로 활성화
일본도 외국인 크루즈 재개 검토
중 '방역' 러 '전쟁'… 운항 걸림돌
동북아시아의 상황은 이들 국가와 다르다. 일본은 지난달부터 한·일 국제여객선 운항이 이뤄지고 있다. 최근 방역 규제 완화 움직임과 함께 외국인이 승·하선할 수 있는 크루즈 운항 허용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늦어도 내년 초부터는 일본도 크루즈 운항이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입국자 자가격리 등과 같은 강력한 방역규제를 시행하고 있어 크루즈 운항 여부도 불투명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이 크루즈 기항을 막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철저한 준비 필요
크루즈는 부가가치가 높은 산업으로 꼽힌다. 다른 여객보다 크루즈 여객들의 소비 규모가 크기 때문이다. 또 크루즈는 기항지에서 체류하는 기간이 24시간 안팎으로 짧기 때문에 기항지에서의 경험이 추가 방문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내년부터 크루즈 산업이 본격적으로 재개된다. 인천이 크루즈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단기·장기 계획을 수립하는 등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단기적으로는 입출국 프로세스와 시설 등을 점검해 차질 없이 승객을 맞이할 수 있도록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인천이 가진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하고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인천은 크루즈 산업이 성장하기에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기항지로서는 개항장과 강화도 고인돌 등을 비롯한 다양한 역사 콘텐츠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섬과 갯벌 등 생태자원도 다양하다. 수도권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크루즈 모항으로서 성장 가능성도 큰 것으로 평가된다.
인천, 관광자원·수도권 입지 강점
"섬 매력 알리는 프로그램 마련을"
최대 시장 중국과도 협력지속 필요
다만 이들 관광콘텐츠에 대한 인지도가 낮다는 한계가 있다. 크루즈 관광객에게 인천의 관광자원을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숙영 경기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는 "인천 섬은 아직 인지도가 낮지만 충분히 관광자원으로서 매력을 가지고 있다"며 "인천시와 관계기관이 이들 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정책적 지원을 최대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크루즈 여객이 섬을 들어가지 않더라도 작은 선박을 타고 주변을 둘러볼 수 있도록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 섬이 가진 가치를 알리기 위한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크루즈 산업의 가장 큰 시장인 중국과의 협력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직 중국은 크루즈 운항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재개됐을 때를 대비해 미리 관계기관·기업 등과 협력 모델을 마련하는 것이 재개됐을 때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크루즈는 부가가치가 커 지역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꾸준히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면서, 내년 크루즈 여객이 인천항에 왔을 때 만족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