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2일 오전 6시가 조금 넘어선 무렵. '펑'하는 소리와 함께 "불이야!" 하는 다급한 목소리를 들은 김형욱(47·광명시 광명동)씨는 위급한 상황임을 직감하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밖으로 뛰쳐나왔다.
인근 다세대주택 4층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일가족들이 구조를 요청하는 다급한 상황을 목격한 김씨는 곧바로 집 근처에 주차돼 있던 사다리차로 달려갔다.
이삿짐을 옮기는 사다리차 상판을 다세대주택 창문 난간에 걸친 김씨는 20년 넘는 사다리차 경력으로 불이 난 집과 이웃집 가족 5명을 침착하게 구조했다. 김씨는 "사람부터 먼저 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사다리차로 달려갔다"며 "사다리차 장비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조시간 5분에 불과 골든타임 확보
市, 위급상황 헌신적인 행동 '감사패'
10년전 자동차털이범 검거 경찰 인계
사실 다세대주택이 밀집한 광명동은 평소에도 주차난이 심한 지역인 데다 주말 아침이라 골목길마다 이중주차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소방차 진입이 어려운 곳이 산재해 있어 인명구조를 위한 골드타임을 놓칠 우려가 큰 지역이다.
김씨가 이웃 주민들을 구조하는 데 걸린 시간은 5분에 불과했다. 김씨의 신속한 조치로 인명 구조를 위한 골든타임이 확보될 수 있었다.
이날 화재는 불이 난 세대 안에서 충전 중이던 전기자전거의 배터리에서 발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화재로 세대 내부 20㎡ 및 가전제품 등 집기류 등만 소실됐고, 인명피해는 2명만 가벼운 부상을 입었을 뿐이다.
20년 전 광명동으로 이사 온 김씨는 사실 자신이 구조해 준 이웃 주민들과 가벼운 인사 정도만 할뿐 그다지 친분이 있는 사이는 아니었지만 '이웃사촌'의 정(情)을 느끼게 한 기회가 됐다.
광명시도 지난 12일 화재현장에서 이웃 5명을 구한 '사다리차 의인' 김씨에게 감사패를 전달했다. 전달식에서 박승원 광명시장은 "불길이 치솟는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시민들을 신속하게 구조한 김형욱 의인에게 시를 대표해 감사드린다"며 "김형욱 의인의 헌신적인 행동은 모든 시민이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전했다.
10여 년 전 목감천 주변에서 자동차 털이범을 직접 검거해 경찰에 인계하기도 했던 김씨는 "의인이라고 불리기엔 쑥스럽다"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광명/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