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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30일 오전 4시, 미처 동이 트지 않은 새벽 미명에 수원시 권선구 탑동 한국노총 경기본부 사무실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나타났다. 이날 오전 4시는 경기도버스노동조합 협의회(버스노조)가 파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그 시각이다. 전날 오후부터 사용자 단체인 경기도버스운송사업조합과 임금인상을 두고 마라톤 협상을 벌였지만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이날 자정께 노조는 파업을 선언한 상태였다.

교섭장에 나타난 김 지사는 임기 내 전 노선에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버스회사에 재정을 지원하는 준공영제가 서울을 오가는 광역버스에 적용되고 있는데 이를 시내버스를 포함한 타 노선까지 확장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지난해 12월 13일 인천시는 관내 버스회사에 다음과 같은 공문을 보냈다. "우리 시에서 실시하고 있는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통해 회사의 안정적인 경영이 가능해짐에 따라 개별 기업의 가치가 상승하게 된 바, 기존 운수사업자의 영업 양도 및 주주의 지분 매각 등이 최근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에 운수사업 경영 능력 및 대중교통 서비스의 의지가 검증되지 않고, 표준운송원가를 통한 경영 수익만 추구하는 주체가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진입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얽히고 설킨 사모펀드와 버스업계
두 장면은 경기도·인천의 버스업계 현실을 보여주는 동시에 미래를 짐작케하는 단초다. 우선 현실을 정확히 인지하려면 '준공영제' 제도부터 이해해야 한다. 온전히 민간 버스회사가 버스 영업을 책임지는 민영제의 반대로 공공이 노선을 소유하고 운영하는 공영제가 있다.

준공영제는 공영제적 성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회사 소유는 민간으로 하되 영업 손실을 공공이 보전하는 방식을 뜻한다. 준공영제는 '표준운송원가'를 산정해 손실을 보전하는데, 표준운송원가에는 인건비·연료비·정비비·보험료·차량 감가상각비·차고지 임차료 등 버스를 운영하는데 들어가는 제반 비용이 계산된다.

경제 상황 변화에 따라 표준운송원가는 재산정되며 이를 기준으로 공공재원을 버스회사에 투입해 손실을 보전하는 게 바로 '준공영제'다. 인천은 2009년부터 이미 시내버스에 준공영제를 도입했고, 경기도는 광역버스에 한정해 준공영제를 시행하고 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내년부터 도입 시작
기존 업자들 회사지배권 획득 '재구조화'
경기 서·남부권 버스영업권 모두 넘어가
김 지사가 버스노조에 전 노선 준공영제 도입을 약속해 내년부터 부분적으로 시내버스에도 준공영제가 도입될 전망이다. 다음은 인천시가 버스회사에 내린 공문 내용을 이해해야 한다. 이미 준공영제를 도입한 인천 버스업계는 참으로 자본주의적인 상황을 맞게 된다.
  

바로 버스업계에 사모펀드가 대거 진출한 것이다. 투자자 비공개로 운영되는 사모펀드는 고수익을 목표로 기업을 사고 파는 금융자본이다. 자본시장에서 저평가된 회사를 사들여 체질을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여 되팔아 차익을 실현한다. '차파트너스'는 인천 시내 8개 버스회사를 소유한 사모투자 전문회사다.

유명 투자사 '맥쿼리' 출신이 2019년 6월 설립한 차파트너스는 자산운용규모가 1천400억원(2020년 12월 기준)에 달하고 운용부문 헤지펀드,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등을 운영한다. 인천에 350여대, 서울 내 390여대 버스를 보유하고 있고 서울공항 리무진, 한국BRT, 동아운수 등을 포함해 인천, 서울, 대전 등에서 900여대의 버스를 굴린다.

설립 4년 차의 짧은 연혁을 가진 사모펀드가 버스업계의 '큰 손'으로 군림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 공문에서 보듯 사모펀드의 공격적 투자 이면에는 준공영제가 있다. 버스회사가 표준운송원가를 통해 손해를 보지 않는 사업장이 되면서 기존 운수사업자가 회사를 파는 일이 잦아진 것이다.

인수 이후 버스회사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매각하면 쉽게 수익성이 개선되고 특히 전기버스로 전환하면 재정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버스업은 사모펀드에 좋은 투자처였다.

시내버스는 준공영제 대상이 아닌 경기도 버스업계에도 2018년 처음 사모펀드가 접촉해 왔다. 사모펀드 스트라이커캐피탈매니지먼트 자회사인 에스씨엠제일차가 수원여객 대주주로 오르면서다. 수원여객은 한 해에 700억~8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대형 업체다. 직전까지 이익 잉여금이 200억원에 달한 수원여객은 이후 재정 상태가 악화일로를 걸었고, 결국 지난해 또 다른 사모펀드에 경영권을 넘기게 된다.

사모펀드 버스업계
경기 지역의 버스업체를 사모펀드가 인수하면서 공공성 보장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경기도내 한 버스차고지의 모습. /경인일보DB

사모펀드 버스그룹 'K1' 그들은 누구인가
수능일 경기 남부권 버스에는 일제히 다음과 같은 안내문이 붙었다. '수능 수험생 시험 당일 버스요금 무료. 11월 17일 목요일. 수원여객, 용남고속, 제부여객, 남양여객, 화성운수 시내버스 일반버스 승차에 한함. K1'

수원여객을 인수한 사모펀드 MC파트너스는 지난해 수원여객, 용남고속, 경진여객, 제부여객, 남양여객 5개사의 지분 100%를 1천300여억원에 인수하며 지역 버스업계를 장악했다. 이 과정에서 낯선 이름이 등장한다. 바로 새로운 버스그룹 'K1'이다.

사모펀드가 대주주라는 공통점을 가진 회사들의 집합체 K1 그룹의 경영진 면면도 흥미롭다. 수원여객·용남고속·경진여객·제부여객·남양여객·화성운수의 대표자는 모두 K씨다. 버스노조에 따르면 경기지역 버스업계를 장악한 MC파트너스의 지분을 소유한 인물이다.

인수 전엔 소신여객과 화성운수 대표이사를 맡고 있었고, 사모펀드 인수 이후에는 수원여객·용남고속·경진여객·제부여객·남양여객·화성운수·소신여객까지 모두 7개사의 경영을 맡았다. 경진여객은 전 수원여객 전무였던 C씨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결국 기존에 지역에서 활동하던 버스업자들이 사모펀드를 통해 지역 버스업계를 재구조화한 것이다. K1 그룹으로 지칭하는 버스회사(수원여객·용남고속·제부여객·남양여객·화성운수)들의 지난해 매출액은 1천500억원이 넘는다.

여기에 지난해 460억원대 매출을 올린 소신여객까지 합치면 사실상 동일한 지배구조를 가진 버스회사들이 매년 2천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버스업계에선 이미 경기 서·남부권 버스 영업권은 대체로 사모펀드로 넘어간 것으로 본다.
인수후 처우 개선·전기버스 전환 '기대'
가족회사 불투명한 경영은 벗어났지만
과도한 이윤 추구 피해 막을 대책 필요

인천은 사모펀드가 버스회사를 사들인 후 경영자를 내세우는 방식을 취했지만 경기도는 기존 사업자들이 적극적으로 사모펀드에 투자해 다시 회사 지배권을 획득했다는 게 차이점이다.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이미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시행한 인천처럼 경기도도 시내버스를 포함한 전 노선버스에 대한 준공영제 도입이 다가온다. 다시 인천시 공문으로 돌아가면 눈에 띄는 문장이 있다. '표준운송원가를 통한 경영 수익만 추구하는 주체가 시내버스 준공영제에 진입하고 있는 실정'.

사모펀드의 버스회사 인수 이후 종사자 처우가 개선되고 전기버스로 전환하는 등의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는 전언도 나온다. 가족회사로 운영하며 친인척이 회사에 취업하는 등의 불투명한 경영에서 이제 회사다운 회사, 사익이 아니라 수익을 중심에 둔 경영이 가능해졌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다.

사모펀드 버스회사 진출에 따른 흑과 백이 있을 것이나 더 중요한 것은 수익을 좇는 금융자본이 공공재 성격을 지닌 버스회사를 통해 지나친 이윤을 추구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이다.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가 '버스 준공영제 도입 및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시행하면서 버스회사 영업 양도 및 인수 합병, 회사 최대 주주변경(특정 주주가 20% 이상 지분 신규 취득)을 할 때 관할 지자체에 사전협의·신고토록 의무를 부여했다.

이제 새로운 금융자본의 버스업계 진출을 확인할 길은 생긴 것이다. 다음은 금융자본의 '먹튀'를 막을 대안이다. 피해는 가시화되지 않았고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 경기도 시내버스에 준공영제가 도입되기 시작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버스는 출발했다. 대책을 모색해야 할 시기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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