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예술가의 전시 소식이 이제는 낯설지 않다. 그 정점은 개방된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장애 예술가들의 기획전이다. 누적 관람객 수가 무려 7만여 명이다. 새 정부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700명도 관람하기 어려운 현실'을 한 번에 뛰어넘게 한 것이다.
이 '놀라운 성과'를 앞다퉈 보도하는 언론의 장애인 예술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러나 700명 이전의 수준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여전히 '발달장애인 작가들의 무한한 상상력과', '동심을 가득 담은 화폭으로', '장애를 넘어 세상에 행복을 전하는', '우리도 어엿한 예술가 같은' 아동화를 바라보는 수준의 관념적인 접근에 머물고 있다.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난 이들이 어떻게 예술을 접하고, 어떤 교육 과정을 거쳐 예술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회 구성원으로 성장해 어떻게 세상과 소통하는가 하는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삶과 예술에 관한 기본적인 질문은 여전히 유보돼 있다.
이안욱(34) 작가의 ' 펼친 도자전: 바닥과 구석'은 우리 사회가 편견에 기대 차마 묻지 못했던 이런 질문들을 다시 끄집어내 놓는다.
한 가정에서 장애를 가진 식구를 맞는다는 것은 결코 녹록한 일이 아니다. 이들은 대부분 인간이 경험할 수 있는 흙탕물 같은 온갖 감정을 모두 겪은 뒤에야 비로소 가족으로서 공존을 결심한다.
어떤 공존의 방식을 택하든 거기에는 항상 누군가의 특별한 사랑과 희생이 따른다. 그는 특성화고인 한국도예고등학교를 나왔고, 중퇴하긴 했지만 여주대학 도예과도 다녔다. 발달장애인이 도예고를 다닌 사례가 이안욱 작가를 제외하고 지금까지 전무후무하다는 것과 도예고 출신 중에 도예가로 활동하는 이가 손에 꼽을 정도라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가진 모순과 경직성을 그대로 드러낸다. 이번 전시는 이 작가의 다섯 번째 개인전이다.
그의 작품 세계는 일관되다. 그가 도판에 주로 그리는 대상은 하나같이 그가 속한 사회에서 버림받거나 차별과 학대로 고통받는 공포영화 속의 인물들이다. 그중에는 세월호의 아이들도 있다. 그들에 대한 사랑과 연민이 그의 일관된 주제다. 모든 예술 작품이 그렇듯이 그의 상상력 또한 그가 발을 딛고, 그와 관계를 맺는 세계와 잇닿아 있다.
하지만 그의 작품이 온통 슬픔과 우울로 가득 차 있을 거라는 세간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간다. 다시 한 번 우리의 편견을 깬다. "트라우마의 상징으로 군림하던 것이 음악으로 바뀐 것이다. 색감은 세련됐고 구도는 빈 틈새가 없다"(이제하), "인물들의 표정은 편안하고 순수하다. 아무런 걱정이 없다"(하성란)
그는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작업을 한다. 여럿이 함께 있을 때는 항상 구석에 물러나 누군가의 이야기를 엿들으며 자신이 애지중지하는 영화 전단지를 들여다보곤 한다. 이런 그의 행동에서 착안해 이번 전시의 부제는 '바닥과 구석'이다. 작가가 앉아 있던 바닥은 아직 온기가 있다. 따듯하다. "그 바닥에 지치고 힘든 이들이 편하게 다리를 뻗고 기대앉아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이 요지경 같은 삶에도 흥미로운 '구석', 믿을 만한 '구석'이 생기지 않을까"하는 것이 그의 전시를 도운 가족들의 바람이다.
전시는 서울 동숭동 '이음갤러리'에서 29일부터 12월4일까지.
/양동민기자 coa007@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