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인터뷰 이란희 감독1
자신의 첫 장편영화 '휴가'로 2020년부터 올해까지 10개의 상을 받은 이란희 감독이 지난 25일 인천 구월동의 한 공원 앞에서 자신의 영화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2 제23회 부산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장편대상과 독불장군상, 제64회샌프란시스코국제영화제 금문상특별언급, 제23회 정동진영화제 땡그랑동전상(관객상), 제12회 부산평화영화제 꿈꾸는 평화상(대상), 2021 올해의 여성영화인상 감독상, 2021 올해의 독립영화상, 제9회 들꽃영화상 극영화감독상, 2022 부일영화상 유현목영화예술상 등.

인천에서 영화 찍는 이란희 감독이 자신의 첫 장편 '휴가'로 2020년부터 최근까지 받은 상의 목록이다.

상이 추가될 수 있는데, 다음 달 9일 결과가 발표되는 제58회 대종상영화제에서 '대종이 주목한 시선상'과 '신인감독상' 후보로도 이름을 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란희 감독은 잊을 만하면 어딘가에서 또 상을 받아와 자신의 이름 세 글자와 자식 같은 첫 장편독립영화 '휴가'의 존재감을 꾸준히 알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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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만난 이란희 감독은 수상을 축하한다는 전화가 걸려오면, 장난삼아 "정확히 어느 상을 말하는 거냐" 물을 정도가 됐다고 한다.

그는 "물론 상을 받으면 기분이 좋다. 하지만 같이 상을 받는 다른 작품과 7천561명이라는 제 작품 관객 수를 놓고 비교했을 때, 내가 거기 함께 끼면 안 될 것 같다는 생각도 한다"면서 "최근 받은 상 같은 경우에는 저도 TV에서나 보던 감독이나 배우들이 계속 앞에 서 있으니 이상하기도 했다"고 웃었다.

혹시 이제 밖에서 얼굴을 알아보는 사람은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평론가들이 저를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고 답했다.

독립영화 감독에게 상은 큰 응원이 된다고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기분 좋은 응원이 됐던 상은 서울독립영화제에서 받은 상이었다. 무대에서 작품명이 호명됐을 때 객석에서 들리는 환호성과 박수는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고 한다. 객석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들이었는데 그때 이 사람들이 진심으로 '휴가'를 응원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정리해고 무효소송 진 노동자, 투쟁 쉬고 잠시 떠난 일상 따라가는 작품
현장 찾아 직접 부딪히며 취재… 책상에 앉아 상상으로 영화 만들지 않아
실제 사람들 목소리 담아냈던 지향점, 이제 정착되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많은 찬사를 받은 영화 '휴가'는 어떤 작품일까. '휴가'는 정리해고무효소송에서 진 해고 5년 차 노동조합원 재복의 이야기를 그렸다. 재복이 천막 농성 1천882일째 투쟁을 쉬고 잠시 '휴가'를 떠나며 마주하게 되는 낯선 일상을 차분하게 따라가는 작품이다.

이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의 가제는 '콜트콜텍 기타 연대기'였다고 한다. 정리해고로 일자리를 잃은 인천과 충남의 기타공장 노동자들이 만든 콜밴(콜트콜텍 기타노동자 밴드) 이야기가 모티브가 됐다. 취재와 시나리오 작업에만 무려 8년이 걸렸다. 2015년 2월부터 농성 천막을 다니고 투쟁 일정에 참여했다.

현장을 찾아가고 사람을 만나며 직접 부딪히며 이야기를 모으는 취재 방식은 그를 대학 졸업 후 극단한강에서 배우 겸 기획자로 활동했던 시절로 이끌었다. 대학에서는 '극예술연구회'라는 연극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졸업 후 1996년부터 2003년까지 극단한강에서 활동했다. 한강은 공동창작그룹이었다.

극단에서 지금이 어떤 시대이며 어떤 목소리를, 사건을 드러내야 하느냐를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예를 들면, 조선소에서 해고 노동자가 숨졌을 때는 현장을 찾아가 노동자들을 만났고, IMF 생활고에 못 이긴 부모가 자신의 딸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지 못해 손에 피를 묻힌 채 파출소에 자수한 사건이 벌어졌을 때도 주소를 수소문해 하루종일 그 집을 지켜보기도 했다.

또 만약 서비스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필요할 때면 소개를 받아 백화점을 찾아가 명품점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만났다. 그리고 이러한 이야기를 작품으로 올렸다.

지금은 영화를 하고 있지만, 자신의 지향점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한다.

"제가 관심이 있어 하고 마음이 가는 사람들은 사회적으로 발언할 기회가 적은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제가 하는 창작행위는 이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거라고 생각하고요. 자기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없고 효율적으로 발언하는 것도 힘들어하는 이들이 많아요. 비록 독립영화를 하는 사람이지만 제가 가진 기회를 통해 그분들 얘기를 영화나 연극이라는 형태로 구성하는 것이 훨씬 전달력이 높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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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희 감독이 영화에 발을 들인 것은 7년여의 극단 활동을 정리하고 나서였다고 한다. 극단 생활이 힘들었다고 했다. 감독이 아닌 배우로 영화를 처음 시작한 작품이 '웰컴 투 동막골'의 단역이었다.

극단 동료 배우인 남편 신운섭 프로듀서가 배우 모집 공고를 보고 대신 프로필을 보낸 게 계기로 작품에 참여하게 됐다. 단역이었지만 보통 하루 이틀 찍고 마는 다른 단역과는 달랐다. 영화에서는 짧은 분량이었지만 프리 프러덕션부터 실제 촬영까지 8개월 넘게 긴 시간을 참여하며 영화의 '맛'을 봤다고 한다.

영화에 계속 출연하려면 영화를 하는 사람들 곁에 있어야겠다고 생각해 전문교육기관에서 연출 공부를 했다. 이후 '낮술' 등의 독립영화에 출연했다. 이후 직접 영화를 만들었다. 2009년 단편 극영화 '파마'로 큰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는 현재 다음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에 대한 이야기다. '휴가'에서도 특성화고 실습생의 이야기가 잠시 등장하는데 반향이 컸다고 한다.

그는 자신만의 지향점을 지켜가면서 이야기를 모으고 영화를 만드는 방식이 이제는 정착되고 있는 것 같아 조금씩 확신이 든다고 했다.

"처음에 영화 시작하면서는 그냥 영화를 완성하는 것 자체가 목표였던 시기가 있었던 것 같아요. 그다음에는 누군가한테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게 목표였던 시기도 있었던 것 같아요. 어쨌든 저는 이렇게 책상에 앉아서 상상으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최대한 실제로 존재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서 이제 그 사람들이 사는 얘기를 듣고 보고 해서 거기에 기초해서 이야기를 만드는 사람이에요. 눈에 꽂히고 마음이 가는 어떤 사람들, 그 사람들의 일상과 삶 그런 것들을 우리가 사는 사회적 배경 아래서 이뤄지고 있는 것인지 계속 연구하는 것. 또 그러한 것을 영화로 만들어서 보여주고, 영화를 보시는 분들은 또 자기 삶과 연관 지어서 볼 수 있는 그런 보편성까지 갖고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글/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이란희 감독은?

▲1971년 서울 출생
▲1996~2003년 극단한강 단원
▲2013~2020년 인천독립영화협회 운영위원
▲2015~2022년 '작업장 봄' 예술감독
▲2021~2022년 인천독립영화협회 이사

▲주요 작품

-2005~2022년 영화 '낮술', '뇌절개술', '어떤 시선', '순환소수' 등 출연
-2009년 단편 극영화 '파마' 작·연출·편집
-2014년 단편 극영화 '결혼전야' 작·연출·편집
-2016년 단편 극영화 '천막' 작·연출·편집
-2020년 장편 극영화 '휴가' 작·연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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