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파업은 극적으로 마무리되기도 했지만, 정부는 대체로 강경한 기조다. 곳곳에서 터지는 대규모 파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도 복잡하다.
점점 경제 여건이 어려워지면서 노동자도, 산업계도 저마다 그 고충이 극한에 다다른 끝에 이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는 지적 속 분야를 막론한 파업에 대해 정부 차원의 보다 깊이있는 진단이 필요하다는 의견 등도 제기된다.
■ 이번엔 얼마나…화물연대 총파업
지난 6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는 8일간 총파업을 진행했다. 치솟은 기름값이 한몫을 했다.
화물차 기사들의 비용 부담이 커지자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안전운임제를 모든 차종·품목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화물차 기사들에게 적정 임금을 보장하는 제도다. 컨테이너·시멘트 품목 차량 기사들에 한해 올해 말까지만 한시적으로 도입됐다.
파업의 여파는 엄청났다. 국내 화물 운송량 중 도로 운송이 90%를 차지하는 만큼 화물차가 멈춰서자 당장 물류에 빨간 불이 켜졌다. 시멘트 운송이 이뤄지지 않자 레미콘 업체도 할 수 없이 손을 놨다.
건설현장은 가동이 중단됐다. 생산한 물건을 배에 실어 국외로 보내야 하는 수출기업들도 물건을 배까지 보낼 차를 구하지 못해 계약이 취소되거나 납기를 놓쳤다. 소상공인들도 물류 중단에 손님을 놓칠까 노심초사했다.
올해 말 종료 예정이던 안전운임제를 지속하기 위해 법 개정에 나서기로 하면서 파업이 종료됐지만, 평화는 오래 가지 않았다. 연말이 코앞이지만 국회로 공이 넘어간 안전운임제 문제는 결론이 나지 않았고, 화물연대는 지난달 24일 다시 파업에 들어갔다.
화물연대 6월이어 '안전운임제 확대' 요구
'업무개시명령'에 민주노총 "6일 총파업"
지난 6월과 마찬가지로 산업계 곳곳이 곧장 비명을 내질렀다. 건설현장은 또 다시 멈춰섰고, 유류 제품 수송이 지연되면서 주유소엔 기름이 바닥났다. 유류 제품 등을 수송하는 탱크로리 기사 70%가 화물연대 소속이어서다. 전국 주유소 재고는 휘발유 기준 1주일 정도다.
장기화할 경우 일반 승용차 운전자들에게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시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부는 6월 파업 때보다 강경하다. 지난달 29일엔 사상 처음으로 시멘트 운수 종사자를 대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령했다. 화물차운수사업법상 정부는 운송사업자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으로 거부해 국가 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그럴 우려가 있을 경우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다.
명령을 받은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는 다음 날 자정까지 집단운송 거부를 철회하고 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하지 않으면 운행정지 등 행정처분과 3년 이하 징역, 3천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실제로 공무원들은 각 운송사업장에 일일이 명령서를 전달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업장 관계자들과 공무원들이 실랑이를 벌이기도 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6일 업무개시명령에 항변하는 총파업 투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정부와의 협상도 원활하지 않아, 지난달 30일 정부와 화물연대간 2차 협상이 진행됐지만 40분 만에 결렬됐다.
정부는 업무개시명령을 거부할 경우 화물연대가 필요성을 주장하는 안전운임제를 완전히 폐지하는 방안까지 검토할 수 있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동시에 유류 제품 운송 등으로 업무개시명령 대상을 확대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 지하철 이어 철도도…복잡한 국민 여론
파업에 나서는 것은 화물연대뿐만이 아니다. 지난 1일 새벽 극적으로 노사 협상이 타결되긴 했지만, 지난달 30일 서울 지하철 1~9호선 상당부분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6년만에 파업에 나서면서 한파 속 시민들의 퇴근길이 힘겨웠다. 대체로 평상시 수준을 유지한 출근시간대와 달리, 퇴근시간대엔 열차 운행이 20분 가까이 지연돼 매우 혼잡스러웠다.
서울교통공사도 6년만에 파업 '극적 타결'
'오봉역 사망사고' 철도노조 준법투쟁중
서울 지하철 파업은 일단락됐지만 코레일 노조가 속한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 파업이 바로 이어진다. 코레일은 서울 지하철 1·3·4호선 일부와 KTX, 새마을호, 무궁화호 등 일반 열차 및 화물열차 등을 운영한다.
철도노조 파업은 의왕 오봉역 사망 사고가 원인이 됐다. 이미 인력 감축 및 민영화 반대 등을 외치며 지난달 24일부터 준법투쟁 중이다. 파업의 배턴을 철도노조가 이어받게 되면 서울 등으로 출·퇴근하는 경기·인천 주민들의 불편이 다시금 예상된다.
지난달 25일엔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가 하루 동안 파업했다.
경기도에선 16%가 참여해 큰 차질은 없었지만, 도내 전체 학교 31%는 빵과 우유 등으로 대체 급식을 실시해야 했다.
인천지역 학교 역시 35%가 대체 급식을 해야 했다. 초등학교 돌봄교실과 유치원 방과후 과정을 하지 못한 곳도 있었다.
연대회의는 임금 인상과 복지 처우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한국과 우루과이의 월드컵 조별예선 1차전이 있던 지난달 24일과 가나와의 2차전이 진행된 지난달 28일엔 라이더유니온과 민주노총 서비스연행 배달플랫폼노동조합이 쿠팡이츠 배달을 거부했다. 두 배달노조는 쿠팡이츠에 기본 배달료 회복과 거리 할증 적용, 상설협의체 설립, 타임오프제 등을 요구하고 있다.
치킨 구매 수요가 높아졌던 이날, 쿠팡이츠 배달에 차질이 생기자 배달의민족 등 다른 배달 앱으로 소비자들이 몰리는 등 혼란이 적지 않았다.
배달플랫폼노조는 '월드컵 배달' 거부도
정부 '강경 기조'… 시민들, 복잡한 속내
잇딴 파업에, 이를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지난달 30일 광명지역의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경제도 힘든데 이제 파업 좀 다들 그만 했으면 좋겠다. 기름도 못 넣고 하면 결국 피해는 국민들이 볼 것" "화물연대도, 철도노조도 파업이 안전 문제와 맞물려 있어서 안 할 수는 없다. 불편하지만 이해한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화성 동탄2신도시의 한 커뮤니티에서도 "정권이 바뀌니 동시다발적으로 파업이 이뤄지는 건가 싶어 의아하다" "결국 노동자들도 먹고는 살게 해달라는 것 아니겠나"라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