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 아래서 자신들은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노동자가 아닌 '부품'이 되어 소진되고 있다"고 토로한다.
'안전불감증'이 만연한 노동환경,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인 '사업장 변경 시 고용주 동의 필요', '4D(3D+Death)' 환경에서 일하면서 정작 보험료만 내고 병원에는 가지 못하는 등 사회안전망은 열악하기 때문이다.
15년 전 한국으로 건너와 현재는 이주노동자노동조합에서 활동하고 있는 우다야 라이(네팔·55)씨는 봉제 공장, 건설 현장 등 다양한 노동 환경을 몸소 겪으며 느낀 경험을 이야기했다. 그중 안전 문제가 우려되는 위험천만한 순간이 가장 많던 곳으로 건설 현장을 꼽았다.

라이씨는 "콘크리트 기둥을 세울 때 철근을 밑에 깔아 놓는다. 간격이 굉장히 좁은데 그 사이를 위태롭게 왔다 갔다 해야 한다. 빨리빨리 움직이라고 작업 반장이 재촉하는데, 자칫하다 철근이 무너지면 바닥으로 추락하는 것"이라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공사 현장에서 많이 다친다. 제조업이나 농촌에서 일하는 것보다 임금은 많이 받지만, 안전장치 설치가 제대로 안 된 곳도 많아 위험부담이 크다"고 설명했다.
독소조항, 사업주 눈치 병원도 못가
실제 두 달 전인 10월 21일 안성시 원곡면의 한 물류창고 신축 공사현장에서는 시멘트 타설 중 바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중국 국적의 이주노동자 3명이 사망했다.
지난 28일 발표된 고용노동부 현장 감독 결과, 해당 물류창고의 시공사가 건설하는 현장에서 142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추락 예방과 거푸집(콘크리트를 만들기 위한 틀) 붕괴 예방 등의 안전조치 등이 미흡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위태로운 노동 환경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은 내국인 대비 안전사고에 노출될 위험도 상대적으로 크다.

지난해 중대 재해로 사망한 668명 중 이주노동자는 75명으로 11.2%를 차지한다. 아울러 통계청의 국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외국인은 3.8%라는 점을 고려하면, 이주노동자의 사망 비율은 내국인 대비 3배가량 높은 셈이다.
고용허가제의 독소조항이라 불리는 '사업장 변경 시 고용주 동의 필요'는 개별 노동자가 사업주에게 안전 의무 조치나 근로 환경 개선을 위해 목소리를 낼 여지를 좁힌다. 노동자가 업종을 바꾸려 할 때는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이주노동자들의 설명이다.
물론 임금체불이나 직장 내 괴롭힘 등 불합리한 대우를 받은 경우 사업주 동의 없이 사업장을 옮길 수 있지만 증명하는 것이 까다롭다.
김달성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목사는 "이주노동자와 사장의 관계가 주종관계처럼 흐르는 건 '사업주 동의' 때문이다. E9 비자로 3년 동안 문제없이 일했을 경우 1년 정도 연장할 수 있는데, 연장할 때도 고용주의 동의가 필요하니깐 부당한 처우를 당해도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처럼 위태로운 노동 환경에 놓여 있지만, 이주노동자들은 건강 보험료만 지불하고 정작 병원에는 가지 못하는 실정이다.
작년 사망 668명중 75명 11.2% 달해

앞서 라이씨는 이주노동자노조에 상담하러 온 사례를 들며 "병원에 가려면 시말서를 쓰고 가라 했던 노동자가 있었다"며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는 사무직이 아닌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는 이들이다. 육체노동을 해야 하니 병원에 갈 일이 많은데도 사업주 눈치를 보거나, 한국어를 못해 의료 접근성이 떨어져 건강보험료만 내고 병원은 가지 못한다"고 전했다. 그러다보니 외국인 건강보험은 매년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주노동자 역사가 30여 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지원센터 '친구' 센터장)는 "현행 고용허가제는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부분이 있다. 노동자가 자유롭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는 유럽형 '노동허가제'로 개선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얘기했다.
이어서 "앞으로 이런 이주민은 더 늘어날텐데, 단순히 노동만을 제공한다고 접근하면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주노동자의 생애주기를 고려한 사회안전망 확대 등 맞춤형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이 됐다"라고 짚었다.
/유혜연기자 pi@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