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VR 직종체험, 맞춤형 보조기구 무료 제작
보행로봇 워크봇G, 전국 최초 아쿠아클라이밍
직업교육 활성화…최근 3년간 423명 취업 성공
용인시 관내 3개 구의 장애인복지관에서 증강(AR)·가상(VR) 현실, 보행로봇 등을 활용한 미래형 재활서비스를 펼쳐 눈길을 끌고 있다. 세제 혜택, 보조금 지원 등에만 치중하기보다는 획기적인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장애인들이 신체적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구성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자립을 돕는다는 게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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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인장애인복지관에서 VR 직종체험을 통해 가상으로 커피 제조를 실습해 보고 있는 양호진 씨. /용인시 제공

■VR 직종체험·맞춤형 보조기구 제작, 처인장애인복지관

양호진(23) 씨는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는 말소리에 맞춰 몸을 움직이느라 분주하다. VR 고글을 착용한 그의 양손에는 스틱이 들려 있다. 스피커의 주문에 따라 주방 냉장고와 인버터, 선반 등을 오가며 고기를 올리고 불 조절을 한다.

처인장애인복지관이 지난달 10일 문을 연 장애인 AR·VR 스포츠센터 체험공간 '스페이스' 내 VR 직종체험실의 모습이다. 이곳에서는 주방 조리, 커피 제조 과정 등을 VR 실습해 볼 수 있어 적성에 맞는 직업을 탐색하고 전문 기술을 연습할 수 있다. 장애인들에게는 조리 기구를 제 위치에 갖다 놓는 일도 불을 만지는 일도 어려운 일이지만, VR 체험을 통해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위험 요소를 없앨 수 있다.

이 밖에 보조공학서비스도 진행 중이다. 시중에 판매하는 보조기기로는 해결할 수 없는 장애인의 불편을 덜기 위해 장애인의 신체 사이즈와 욕구에 맞게 3D 프린터를 활용해 무료로 제작해 준다. 손에 힘이 없는 장애인을 위한 페트병 따개부터 전동휠체어 전용 조이스틱, 휠체어 전용 컵홀더, 타이핑 보조기, 재활치료를 위한 스트레칭 보드 등 종류도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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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신이 마비된 안정경 씨가 기흥장애인복지관에 설치된 보행로봇 '워크봇G'에 올라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용인시 제공

■보행로봇·아쿠아클라이밍, 기흥장애인복지관

"보조기 없이 걷는 것과는 천지 차이죠. 내가 진짜 걷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하반신 마비로 걷기 감각을 상실한 안정경(46) 씨는 기흥장애인복지관에 설치된 '워크봇G'에 올라 재활치료를 하면서 이같이 말했다. 워크봇G는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들이 최적의 상태에서 걸을 수 있게 돕는 보행로봇으로, 손상된 뇌 신경의 기능을 주변 신경이 대체할 수 있도록 반복운동을 돕는다. 물리치료사가 보행이 어려운 장애인의 걸음을 잡아주면서 치료를 하게 되면 30분에 100보를 걸을 수 있지만, 보행로봇을 활용하면 30분에 1천보까지도 갈 수 있다. 기흥장애인복지관 워크봇의 이용료는 일반병원의 10분의 1 수준인 1만원(30분)이다. 용인시민에 한해 상·하반기로 나눠 분기별 20명씩 40명을 모집하고 있다.

이 밖에도 기흥장애인복지관은 전국 최초로 아쿠아 클라이밍 치료를 도입했다. 아쿠아 클라이밍은 인공 암벽을 오르는 스포츠 클라이밍을 물 속에서 하는 운동으로, 복지관 수중 재활실에 인공 암벽을 설치해 스스로 근력운동을 하기 힘든 뇌병변·지체발달 장애아들을 집중 치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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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장애인복지관 카페 뜨랑슈아 SAY의 매니저 김준형 씨가 커피를 내리고 있다. /용인시 제공

■장애인 일자리 지원 전국 Top5, 수지장애인복지관

수지장애인복지관에서 운영 중인 카페 뜨랑슈아 SAY의 매니저 김준형(28) 씨는 2013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복지관에서 운영하는 직업전환교육을 받았다. 이후 카페와 영화관, 프랜차이즈 커피전문점 등에서 경험을 쌓은 뒤 올해 1월 복지관 내 뜨랑슈아 SAY 1·2호점을 총괄하는 매니저가 됐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수지장애인복지관은 중증장애인에 대한 일자리 지원에 있어서 전국의 장애인복지관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 9월 말 기준 125명의 장애인들이 수지장애인복지관을 통해 일자리를 얻었다. 2020년에 124명, 지난해에도 173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이곳에서는 치료와 심리 상담, 평생교육, 자립·취업 지원 등 장애인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중에서도 취업 관련 프로그램이 가장 활성화돼 있으며 현재 339명의 교육생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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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용인시장이 지난달 10일에 열린 처인장애인복지관 AR·VR 체험공간 '스페이스' 개소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용인시 제공

이상일 용인시장은 "어렸을 때 결핵에 걸려 한 다리를 절단하고 청년기에도 큰 병으로 20개월 넘게 병원 신세를 졌던 영국 시인 윌리엄 어니스트 헨리는 자신의 체험을 투영해 발표한 '인빅터스(Invictus, 굴복하지 않는다)'라는 시에서 '나는 내 운명의 주인이고 나는 내 영혼의 선장이다'라며 삶에 대한 불굴의 의지를 표현한 바 있다"며 "관내 3개 구 장애인복지관에 구축된 재활 프로그램과 시스템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빈틈없이 지원하고 장애인들이 스스로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