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아산배 배구슈퍼리그 2000 1차대회가 배구인들에게 남긴 것은 한 마디로 허탈감과 상실감이었다.

최종 순위가 말해주듯 남녀실업 및 대학부를 막론하고 매경기 각 팀간 물고 물리는 접전이 펼쳐져 승부열기를 북돋우었으나 경기당 평균 관중수는 100-200명에 불과, 손님없는 집안잔치에 그친 꼴이었다.

더욱이 1차대회가 해마다 관중이 만원을 이뤘던 지방경기였음을 감안하면, 배구인들이 느끼는 인기하락의 체감도는 어느해보다 더욱 컸다.

이로 인해 각 지방배구협회는 적자에 따른 손해배상을 대한배구협회에 요구할태세이고 일부 지방배구인들은 '앞으로 슈퍼리그 개최여부를 재검토 해야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게다가 경기내용중에는 스코어만 박빙의 승부였지 어이없는 범실이 끊임없이 속출하는 등 수준낮은 경기가 많았다.

담당 기자들조차 '볼 맛이 안난다'는 소리가 절로 났으니 한번 체육관을 찾은팬들이 다시 경기를 보러오기란 쉽지 않았을 터이다.

의문이 든다. 한때 겨울철 라이벌 종목이었던 농구를 압도하며 절정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배구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배구인들은 이에 대해 한목소리로 스타부재, 프로화 지연, 배구협회의 안일한 대처능력에서 원인을 찾는다.

남자 배구계에서 스타라고는 이경수(한양대)외에 신진식, 김세진(이상 삼성화재), 임도헌, 후인정(이상 현대자동차) 등 90년대 초반의 스타플레이어가 대부분이어서 팬들을 식상케 만들고 있다.

또 80년대 후반부터 흘러나왔던 프로화 추진은 해마다 집행부 교체와 현실론 사이에서 공허한 메아리에 그쳤고 배구협회는 97년부터 관중이 감소세로 돌아섰음에도 불구, 마땅한 인기회복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배구인들이라면 모두 뼈아프게 자성해야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바로 이때문이다.

1차대회에서 누가 우승했고 어느 선수가 돋보였다는 말을 하기전에 배구인들은 이번대회에서 나타난 배구계의 현실을 뼈아프게 자각하고 지역주의와 인맥을 떠나 새로운 대안제시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데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