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꼭 말로 표현해야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표정과 몸짓, 행동부터 종이 위에 써내려간 문장이나 그림, 음악까지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의사는 표현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는 상대방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읽으며, 좀 더 그들을 여러 방향으로 이해해 볼 수 있을 것이다.
■ 격정의 문장들┃김경미 지음. 푸른역사 펴냄. 308쪽. 2만원
근대 계몽기 여성 독자들의 투고 바탕으로 구성
좌절·분노·열망·혜안 보여주며 넓은 시각 사유

가문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국법을 어기고 편법을 행한 것에 당당하면서도 간절하게 호소한 양반 부인의 상언, 여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대궐 앞에 엎드린 부인들,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남성과 동등한 권리를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 여성 신문 독자 등.
유교 가부장제 사회에서 강요된 것들에 대한 부당함을 이야기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는 새삼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또 권력에도 주눅들지 않고 당당한 여성들의 모습에서 우리가 역사 속에서 가지고 있던 선입견과 고정관념을 깰 만큼의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
저자는 한국 고전문학을 전공하며 조선 시대 여성생활과 여성의 글·글쓰기에 관해 관심을 기울여 왔다. 책은 단순히 이들의 글을 발췌해서 인용하는 것이 아닌 글에 얽힌 역사적·사회적 맥락을 짚어 이해를 돕는다. 조선 여성들의 좌절과 분노, 열망과 혜안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보다 넓은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한다.
■ 나비의 언어┃김웬디 윌리엄스 지음. 이세진 옮김. 그러나 펴냄. 332쪽. 1만8천원
인간과 함께 한 역사·문화·새로운 이야기 소개
과거 연구부터 나비만 간직한 자연의 진실 전달

찰스 다윈을 비롯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처럼 잘 알려진 인물은 물론, 대중에게 익숙하진 않지만 나비 연구에 큰 공헌을 한 이들까지.
나비 덕후들이 어떻게 나비를 연구하고, 그 연구가 학문의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지 잘 보여주는 책 '나비의 언어'는 최신 과학 연구로 밝혀진 새로운 나비 이야기와 인간과 나비가 함께해 온 역사와 문화를 좇는다.
책은 과거 나비 연구가 어떻게 시작했고, 이것이 진화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부터 저자가 캐나다에서 멕시코까지 이동하는 제왕나비를 추적하는 연구, 나비들이 방향을 찾는 방법과 날씨와 빛, 색깔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등 나비만이 간직한 자연의 진실을 전한다.
또 나비에 대한 지식뿐 아니라, 열정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연구자들에 대한 영감, 자연과학의 연구 방법, 점차 사라져 가는 생물 종들에 대한 메시지까지 나비를 통해 전달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