턱밑까지 위기감이 차올랐다. 호사스러울 만큼 유동성이 높았던 시기가 있었고 코로나19를 지나며 조금씩 내려앉나 싶더니 전염병 위기가 안정됨과 동시에 경제위기가 불어닥쳤다.
코로나 전염 속도만큼 경제위기가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도 빠르고 깊다.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우리 경제의 근간을 이루는 이들에게 더욱 가혹한 수준이다.
■ 최악의 경제지표, 중소기업·소상공인에겐 쥐약
현재의 상황을 평가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경제지표들은 그야말로 악화일로다.
고물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로 불리는 복합적인 위기는 올해 내내 언론을 통해 우려됐고, 실물경제에서도 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특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둔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미국 등 해외 주요국가의 금리인상, 우크라이나 전쟁 등 예측이 어려운 글로벌 위기로 인해 지난 7월 수출 증가율이 둔화되기 시작했고 10월부턴 아예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당장 지난달엔 전년 동기 대비 14%나 급격히 감소해 우리 수출경제에 적신호가 켜졌다.
특히 대기업까지 흔들릴 정도의 강력한 위기는 결국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실물경제를 뒷받침하는 민간경제에도 큰 타격으로 다가온다.
금리 등 지표 악화일로… L자형 침체 가시화
기초체력 약한 중기 위기의 바람 휩쓸릴 우려
'지금' 버틸 수 있는 공공의 지원 절실한 상황
실제로 3분기 코스피 상장사 영업이익은 30%에 불과하다. 소비자물가지수도 11월 5%로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 10월 산업활동동향도 4개월 연속 감소했고 소비, 일자리 증가세 모두 감소세다.
어느 것 하나 지표가 성한 것이 없는 상황에서 내년도 전망은 더욱 절망케 한다.
한국경제성장률을 두고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1% 초반을 전망했다. 세계 경제성장률 내년 전망치가 2%대인 것과 대조하면 한참 못 미친다.
실제로 지난달 한국은행은 내년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수출, 내수 모두 악화되면서 일본이 그랬듯, 경제침체 후 불황이 지속되는 이른바 'L자형 침체'가 가시화될 것이란 불안이 강하다.
■ '지금'을 버틸 수 있게 전폭적 지원해야
이렇게 되면 기업들은 '지금'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질 수 있다.
대기업보다 기초체력이 약한 중소기업들이 가장 먼저 위기의 바람에 휩쓸릴 공산이 크다. 더욱 큰 문제는 자금 등에 있어 기초체력이 약하지만 기술력 확보 등 성장가능성이 높은 중소기업들이 외부의 경제적 요인으로 인해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업경영을 잘못해서가 아니라, 대외적인 위기로 지금까지 노력해 온 성과가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특히 경기도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중소기업이 경제활동을 하고 있어 중소기업이 도 경제의 근간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지금을 버티지 못하고 도산하면 경기도 경제 전체가 암울한 미래를 맞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금을 버틸 수 있게 '공공의 지원'이 절실하다. 경기도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은 '스타기업'과 '글로벌 강소기업' 등을 선정해 잠재력을 가진 우수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하는데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 스타기업은 경쟁률이 상당히 높다. 평균 4대1 이상의 경쟁률을 보이는데, 그만큼 신청하는 도내 중소기업의 수가 많다는 것은 지원을 받은 기업들의 매출액이 증가하고 고용창출 등에서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경기도와 경과원에서 시작됐는데, 이제는 도내 다수 지역의 중소기업들이 신청을 희망하면서 지자체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늘고 있다. 2020년에 6개 지역에서 참여했던 것이 올해 13개 지역으로 늘었고 내년엔 14개 지역으로 확장됐다.
또 도와 시군 예산을 매칭해 지원하는 금액도 꾸준히 늘어 내년도 스타기업 육성사업 기업지원비는 도 16억3천400만원에 시·군 116억3천600만원으로 매칭됐다.
예산 투입이 늘면서 추진성과는 괄목할 만하다. 지원을 받았던 유수의 기업들의 지식재산권 획득은 2018년부터 올해까지 총 173건이며 매출증대액도 5천769억원에 달한다. 일자리 창출도 870명이다. → 표 참조
이 같은 성과는 글로벌 성장의지와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을 발굴해 국가 대표 수출주도형 강소기업으로 육성하는 '글로벌 강소기업' 사업에선 더 두드러진다. 같은 시기 글로벌 강소기업들의 지식재산권은 총 267건이고, 매출증대액은 9천125억원, 일자리 창출 규모는 1천228명에 달한다.
동명기업, 버려진 배터리 순환자원 재탄생
"투자받기 어려운 시기… 성장 기회 동아줄"
화성시 기업 신청 많아… 市예산 증액·반영
스타기업에 선정돼 지원을 받은 (주)동명기업은 버려진 배터리에서 리튬, 코발트, 니켈, 망간 등 양극성 원소재를 추출해 순환자원으로 재탄생시켜 다시 배터리 제조업체에 납품하는 '친환경' 사업을 수행 중이다.
추출하는 기술이 높여 회수율을 따져야 하고 연속공정 변수가 사업의 관건인데, 스타기업의 지원을 받아 스마트 자동화시스템(스마트공정)을 개선했다. 이를 통해 확실한 생산 데이터를 얻게 됐고 안정적으로 생산물량을 예측하고 확보할 수 있어 사업에 큰 도움이 됐다.
박진성 동명기업 기술이사는 "유럽 등 해외에선 이미 순환자원을 활용한 친환경적 리사이클 사업이 필수 사업이 됐고 3D사업으로 치부됐던 폐기물 사업이 부가가치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다"며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 대기업이나 중견기업들은 이를 크게 다루지 않는데, 현재 중소기업들이 재활용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이 시장에서 한국의 경쟁력을 확보하며 새로운 장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들이 새로운 시장에 진출해 길을 뚫고 성장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셈인데, 공공에서 든든한 뒷받침이 돼 주면 훨씬 안정감 있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며 "특히 지금같이 자금 경색 등 투자받기 어려운 시기에 스타기업 등과 같은 공공의 기업지원은 동아줄 같은 존재"라고 강조했다.
오래 전부터 스타기업 육성 사업을 함께해 온 화성시도 공공이 기업의 성장기반을 닦아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화성시 관계자는 "1년에 2번 지도점검을 나가며 사업 수행이 잘 되고 있는지 관리하면서 기업들과 사업현황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업이 현장에서 꼭 필요한 부분들에 대해 경청한다"며 "특히 올해 화성시 기업들의 신청이 많았고 이를 경과원에 요청해 내년도 예산이 증액할 수 있어 현재 우리 시 내년도 본예산도 증액돼 반영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경기도와 기업 현장 사이에서 지자체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는 가교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