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숙 대표
농업법인 '양주골 이가 전통주' 이경숙 대표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짬을 내 양주시 내 고등학교를 돌며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주에 깃든 철학을 들려주고 있다. 2022.12.19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술에 '숙성의 미학'을 담은 우리 조상의 발효비법을 널리 알리고 좋은 일도 하고 싶은 바람입니다."

농업법인 '양주골 이가 전통주' 이경숙 대표는 바쁜 일정에도 짬짬이 시간을 내 양주 시내 고등학교를 돌며 청소년들에게 우리 전통주에 깃든 철학을 들려주고 있다.

길게는 반년이 걸리는 숙성의 시간 동안 얼마나 많은 인내와 정성이 필요한지를 배우며 청소년들은 은연중 어딘가 삶과 닮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 대표는 "처음엔 젊은 세대에 우리 전통주를 알리겠다는 욕심에 강의를 시작했지만, 고민 많은 우리 청소년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어머니에게 '이화주 비법' 전수 재현
농업법인 설립 주부상대 제조법 교육
여가·수입 동시에 노인 누룩빚기 계획


이가 전통주는 고려 시대부터 내려온 '온주법'을 바탕으로 빚는 '이화주'의 일종이며, 이화주는 현재까지 전국 여러 지역에서 명맥이 유지되고 있다. 이 대표는 어머니로부터 '의성 김씨' 가문에 전해지는 이화주 비법을 전수받아 재현해 내고 있다.

현재는 양주시에 농업법인을 설립해 운영하며 봉사활동으로 주부들에게 간단한 전통주 제조법 강의에 나서고 있다. 이 대표의 이화주 강좌는 입소문을 타며 수강생도 꾸준히 늘고 있다.

이 대표는 "생각보다 전통주에 관심이 있는 주부가 많으며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적극적이고 창업 아이템으로까지 구상할 정도"라며 "의외의 반응에 놀랐다"고 했다.

재료가 되는 누룩 빚기에만 6개월, 이어지는 숙성에 또 6개월을 쏟아야 하는 긴 기다림이 청소년과 젊은 주부들에게 오히려 매력으로 느껴지는 모양이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이 대표는 사업 못지 않게 사회봉사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숨겨진 전통주의 매력을 알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려는 마음에서다.

이 대표는 "지역에서 많은 노인이 무료한 시간을 보내거나 빈곤에 고통받는 모습을 보면서 도움이 될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다 전통주 빚기를 활용하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며 "여가 활용과 수입을 동시에 만족할 수 있는 노인 대상 누룩 빚기 과정을 운영해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양주/최재훈기자 cj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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