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_1.jpg
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2022년은 다사다난했다. 중앙과 지방 권력이 대부분 바뀌었고 경제는 바람 잘 날 없이 요동쳤다. 사회 곳곳에서도 사건·사고가 이어졌다. 국내뿐 아니라 국외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내내 혼란스러웠다.

격동의 시기, 변화에 대한 기대만큼 불안과 한숨도 컸던 2022년을 뒤로 하고 2023년이 밝았다. 내내 불던 폭풍이 잦아들고 평온과 안정 속 새로운 희망을 염원하는 목소리가 분야와 공간을 막론하고 높아지고 있다.

경인일보는 새해 각 분야 전망과 함께 더 나은 경기도·인천시를 위한 과제 등을 두루 제시한다.
→ 편집자 주
■ 상반기 흐림, 하반기 맑음?

2022년 경제는 그야말로 예측불허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코로나19 엔데믹 등에 따른 국제 정세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다. 각종 원자재 가격 등이 상승하면서 전세계 어디를 막론하고 물가가 치솟았고, 이는 금리 인상으로 이어졌다. 원/달러 환율마저 급등해 이른바 3高(고물가·고금리·고환율) 시대가 도래했다.

지난해 가파르게 이뤄졌던 금리 인상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물가 상승세가 상반기까진 둔화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물가 상승률이 '상고하저'의 흐름을 나타내면서, 물가 목표 2%를 웃도는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당분간 물가에 중점을 둔 통화 정책 운영을 이어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에 대해서도 상반기엔 많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정부와 한국은행 전망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1일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새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1.6%로 예상했다.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당시 성장률이 1%로 제시됐었는데, 그 정도로 상황을 나쁘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새해 경제 성장률을 1.7%로 전망했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달 20일 "상반기엔 경기가 많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경기 침체로 가느냐, 아니냐는 경계선에 있다"고 했다.
러시아 전쟁·엔데믹 국면에 국제적 물가급등·금리상승
올해도 금리인상 계속, 물가도 상반기내내 둔화 힘들듯
한은, GDP 성장률 1.7% 전망… 경기본부 "올 상저하고"
4인 가구 '월 4천원' 전기요금 올라… 지하철도 '4월 인상'

지역경제 전망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 경기본부 역시 지역경제가 상반기엔 어렵고 하반기엔 개선되는 '상저하고' 흐름으로 관측했다. 특히 경기도는 서비스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전국 경제와 달리, 전체 지역경제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편인데 이 중 주요 품목인 반도체 경기 전망이 좋지 않은 게 악재 중 하나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희망은 있다. 반도체 경기 회복에 따라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 경제 상황 역시 올 하반기엔 개선될 것이라는 게 한국은행 전망이다.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고 하반기 들어선 점차 내려갈 것으로 보이는 만큼, 금리 역시 그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건 중 하나는 공공요금 인상이다. 지난해 전기·가스 요금 모두 상승 요인이 컸고, 이 때문에 요금 인상이 단행되긴 했지만 그럼에도 역부족이었다는 게 산업통상자원부·한국전력공사 판단이다.

이에 새해부터 전기 요금은 kwh당 13.1원 오른다. 4인 가구 기준 월 4천원가량이 증가하는 수준이다. 이번 전기 요금 인상은 1981년 2차 오일쇼크 이후 역대 최대 폭 인상이다. 가스 요금은 1분기엔 동결이지만 2분기엔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인천시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서울 지하철 요금도 4월 인상을 예정하고 있다.

■ 금리 상황 따라 좌우될 지역 부동산 시장


지난해 금리 인상의 여파가 가장 크게 미쳤던 분야 중 하나가 부동산이다. 2021년 두자릿수대로 상승한 경기·인천 집값은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에 1년 만에 수직하강했다.

이자 부담이 커지자 이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하나둘 주택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지만, 막대한 이자 부담 속 집을 선뜻 구매하려는 이를 찾는 것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웠다. 정부가 수도권 규제지역 대부분을 해제하는 등 규제 완화를 통한 거래 활성화를 노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금리 변동이 1년 만에 부동산 시장을 180도 달라지게 한 만큼, 올해 역시 금리 움직임이 수도권 부동산 시장을 흔드는 핵심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고금리 기조가 유지될 가능성이 큰 상반기엔 매매·전세 시장 모두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인 이유다.

공정주택포럼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는 "세계 경제 위기, 고금리,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 집값 고점에 대한 부담감, 주택 공급 증가 요인들로 인해 당분간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거래 절벽 사태가 이어질 것이다. 부동산 시장은 우하향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 속 '옥석 가리기'가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경기도 분양 시장에서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서 교수는 "입지 여건이 양호한 지역이나 저렴한 분양 아파트는 열기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소규모 아파트나 입지 여건이 좋지 않은 곳은 미분양이 발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 오름세가 둔화되면 하반기에 금리가 내려갈 가능성이 있는데, 이 경우 지난해 뚝 끊기다시피 했던 부동산 거래도 다소 살아날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공급이 계속 예정된 점도 한몫을 한다. 올해 하반기엔 3천432가구의 수원센트럴아이파크자이, 4천774가구의 성남 산성역 자이푸르지오 등 대단지 아파트 입주가 계획돼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위원은 "수도권 대부분 지역 집값이 5% 후반대로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금리 인상이나 주택 고점 인식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새해에도 상반기엔 이런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금리 인상 속도가 조절될 것으로 전망되고 금리 인상 상단에 대한 리스크가 해제될 것으로 예상돼 지난해보단 거래가 될 수 있다고 예상된다"고 말했다

수도권 규제지역 해제… 부동산 시장 활성화 역부족
고금리 기조 상반기 "매수 심리 위축, 거래절벽 계속"
물가 오름 둔화·금리인상 속도 조절땐 '회복' 가능성
하남·광명·과천 '분양가 상한제' 대상지역 제외 기대

정부 차원의 각종 부동산 규제 완화가 하반기 시장 상황 개선과 맞물려 활기를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올해 경제 상황을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 정부는 규제 완화와 감세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방침 속 부동산 규제 완화책을 대거 발표했다.

지난달 21일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엔 다주택자 취득세 완화,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상한 30%로 하향 등이 담겼다. 아직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있는 과천, 성남 분당·수정구, 하남, 광명을 추가로 규제지역에서 해제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분양가 상한제 대상 지역인 하남, 광명, 과천 3곳이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상한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상황으로, 규제 완화 조치가 이뤄지더라도 바로 시장에 반영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규제 완화를 통해 시장 거래 환경을 바꾸면 향후 경기 상황이 바뀔 때 주택 공급, 정비 사업 등에서 즉각적인 반응이 가능해진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에 여력에 맞는 주택 구매를 조언했다.

서 교수는 "집을 '이용 중심의 거주 공간'으로 인식하는 게 필요하다. 자금 여력이 부족한 수요자라면 자금을 준비할 시간이 있는 신규 아파트 분양 시장을, 여유가 있는 수요자라면 경·공매를 활용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 연구위원은 "가격 조정이 눈에 보이지만 여력에 맞춰 타이밍을 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강기정·서승택·윤혜경기자 kanggj@kyeongin.com

2022122001000786600037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