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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의 사전적 정의는 '짝이 되는 동무'이다. 반려 동물, 반려 식물 등 내 곁에서 함께하며 힘을 주는 존재의 이름이 어느덧 익숙해진 요즘, '반려 그림'이라는 주제로 열린 전시가 있어 눈길을 끈다.

화성 소다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WE ARE COLLECTORS!: 나의 반려 그림'은 말 그대로 그림도 내 삶의 반려가 될 수 있지 않을까란 생각에서 시작된 전시이다.

전시장에서 "저 그림, 집에 걸어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봤다면, 반려 그림을 찾아가는 과정 또는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발견해 나가는 기쁨을 이미 느껴봤을지도 모르겠다.

33명 신진작가 각자 방식으로 만들어낸 위로 손길
작품의 포스터까지 소장 가능… 내년 2월26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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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미술관 기획전시 'WE ARE COLLECTORS!: 나의 반려그림'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모두 33명으로, 회화·애니메이션·그래픽 디자인·일러스트 등 각기 다른 방식으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신진작가들이다. 미술관이란 공간에서 작품을 공개할 기회가 많지 않았지만, SNS를 통해 자신의 작품을 알리고 대중들과 소통하며 편하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매력이 있다.

전시는 반려 그림이라는 주제로 나에게 위로가 됐거나, 위로를 전해주고 싶은 내용을 담은 작품들을 담아냈다. 그래서일까. 따뜻하게 안아주는 모습, 어딘가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 모습, 자연과 풍경, 귀여운 동물들, 케이크·딸기·집 등 우리가 좋아하는 것들로 전시장은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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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미술관 기획전시 'WE ARE COLLECTORS!: 나의 반려그림'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박유진 작가의 작품 '응시'는 풀숲 끝 희미한 무지개를 보고 달리던 한 여자가 뒤를 돌아보고 있는 순간을 담았다. 허황된 꿈, 남들이 이야기하는 가치관을 쫓던 나 자신이 진정한 나의 모습을 향해 고개를 돌려보는 그 순간이 공감을 자아낸다.

진청 작가의 돌고래 작품은 작가가 어린 시절 돌고래와 함께 바다에서 수영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돌고래의 손을 잡고 바다를 돌아다니는 상상을 한 작가는 돌고래를 자유로운 존재로 이야기한다. 따뜻한 색감으로 늘어선 돌고래들의 모습은 어딘지 포근한 느낌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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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미술관 기획전시 'WE ARE COLLECTORS!: 나의 반려그림'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손민희 작가는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일 수 있는 감정인 우울과 고독을 작품에 담는다. 손 작가의 작품에는 페르소나로 까마귀가 등장하는데, 작품 'Life, Death, Love'에서는 벌거벗은 채 웅크리고 있는 사람, 그 위를 덮고 있는 곰 또 그 위의 까마귀까지 고독한 존재들이 안아주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정하게 건네는 말보다 한발 떨어진 희미한 위로를 통해 보는 이의 마음속에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

이 밖에도 오승은, 오요우, 유담 등 작가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전하는 위로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으며, 60작가와 버터컵 작가의 미디어 작품도 함께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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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미술관 기획전시 'WE ARE COLLECTORS!: 나의 반려그림' 전시 모습.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특히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을 소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액자 옆을 보면 분홍색 숫자가 쓰여있는 작품들이 있는데, 미술관에서 주는 티켓 빈칸에 원하는 작품의 번호를 적어서 내면 그 작품의 포스터를 받아볼 수 있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든 그림을 집으로 가져갈 수 있어 마치 선물 하나를 더 얻어가는 기분이 든다. 나의 첫 반려 그림을 찾게 될 수도 있을 이번 전시는 내년 2월 26일까지 열린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