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인생에서 의미 있다고 느껴지는 때는 언제일까.
어린 시절 청춘의 한 페이지이든, 나이가 지긋해진 노년의 기억 한 조각이든 각자의 기억에 남는 소중한 때는 분명 있다.
삶의 순간순간을 살아가는 그 시간에는 결코 이름도 늦음도 없다.
■ 인생에 늦은 때란 없으니까, Not too Late Diary┃황보출 지음. 휴머니스트 펴냄. 216쪽. 1만8천500원
시인이 된 90세 할머니의 소박한 일상
마음을 담아 직접 쓰고 그린 작품 28편
저자인 황보출 할머니는 평생을 까막눈으로 농사를 짓고 아이를 키우다 70세에 처음 한글을 배웠다. 이후 20년간 매일 스케치북에 쓴 일기들이 쌓여 시가 되고, 할머니는 시인이 되었다.
책은 저자가 쓰고 그린 알록달록한 시 28편과 마음을 담았다. '배움', '좋아하는 마음', '잘 사는 것', '나'에게 늦은 때란 없다는 메시지로 구성된 책은 끝없이 배우는 지금의 행복과 곁을 지켜주는 사람들의 소중함, 좋아하는 것들을 아끼는 마음, 소박한 일상, 자신을 사랑하고 긍정하는 방법 등을 전하고 있다.
책은 시집이면서 다이어리이기도 하다. '지금 하고 싶은 것이나 배우고 싶은 것은?', '오늘 마음이 밝아지는 일 세 가지는?' 등 사이사이 저자의 질문이 이어지는데, 빈칸에 하나씩 대답을 채워가다 보면 마음을 털어놓고 대화할 수 있는 작은 나만의 공간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인생이 별거 없어. 살아보니 행복한 날 더 많더라"는 글처럼 툭 하고 가볍게 던지지만 묵직하게 다가오는 저자의 메시지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 졸업해도 되나요┃신미나 외 7명 지음. 창비 펴냄. 160쪽. 1만3천원
여덟명이 들려주는 각자의 청소년 시기
'졸업'한 그 시절 후련함·그리움 녹여내
책에는 청소년과 성년의 경계에서 다양한 사건과 감정을 겪은 작가들이 청소년 시절이 마무리됐다고 느꼈던 계기와 당시의 심경을 풀어낸 글들이 담겨있다.
부모님 몰래 수능을 치른 일, 히치하이킹으로 등하교 했던 경험, 체육복을 입고 구부정하게 걷던 시절, 잘해줬던 학교 선배와의 추억 등. 성인이 된 작가들의 회상은 그 시절을 비로소 '졸업'했다는 후련함과 그리움이 함께 녹아있다.
각자가 가지는 졸업의 의미는 다르지만,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며 또 다른 세상으로 옮겨간 이들은 새로운 곳에서 익숙함을 찾으며 비로소 지나온 시절을 정리하게 된다.
한해가 끝나가는 시점에서 여덟 명의 작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나 역시 언젠가 뒤를 돌아봤을 때 지금 살아가고 있는 삶이 갖는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수고했다'는 말과 함께.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