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3년 인천항 개항은 인천이 '국제도시' 면모를 갖추는 계기가 됐다. 인천은 신항과 인천국제공항 등 교류를 위한 인프라가 지속해 확대됐고 국제도시적 성격도 강화됐다.
인천 신항과 인천국제공항이 국제도시를 구성하는 하드웨어라면, 인천에서 살고 있는 다양한 이주민들은 국제도시의 소프트웨어에 비유할 수 있다.
2015년 문을 연 인천 신항은 국내 2위 컨테이너 항만이다. 인천항은 1883년 개항 이후 확장을 거듭했고, 현재 인천 신항은 국내 대표 항만으로 성장했다.
'국내 2위 컨 항만' 인천신항
SNCT 야드 2만8천TEU 산적
상·하차 '원격' 대부분 자동화
크레인 시간당 컨 30개씩 처리
지난해 12월20일 찾은 인천 신항 선광신컨테이너터미널(SNCT). 부산에서 온 컨테이너선 'M/V SAWASDEE BALTIC'호가 안벽에 붙어 있었고, 높이가 50m에 이르는 안벽 하역크레인 두 대가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컨테이너를 싣고 내렸다.
베트남 호찌민에서 부산항을 거쳐 인천 신항에 도착한 이 선박의 길이는 172m. 수입·수출 컨테이너 1천372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대분)를 운송할 수 있는 규모다. 배에 실려온 컨테이너 속 수입품들은 목재와 가죽 제품 등이 주를 이뤘다. 수출 컨테이너에는 가전제품 등이 실렸다.
SNCT는 연간 약 100만TEU의 화물을 처리한다. 터미널 야드에는 2만8천TEU에 이르는 컨테이너가 층층이 줄지어 쌓여 있었다. 선박에 실릴 예정이거나, 터미널 밖으로 나가기 직전 대기하는 컨테이너들이다. 인천 신항에서 이처럼 많은 화물을 처리할 수 있는 데에는 자동화 시스템이 큰 역할을 한다.
인천 신항에서는 40개의 야드 크레인이 운영되고 있다. 이 장비는 바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움직이며 반출될 컨테이너를 집어 올린 뒤, 야드 트랙터에 내려놓는다.
이 작업은 대부분 자동으로 이뤄지며, 야드 트랙터와 컨테이너를 연결하는 과정만 통제실에서 직원들이 원격으로 조종한다. 통제실 직원들이 책상 앞 모니터로 야드 트랙터의 앞, 뒤, 옆을 확인한 후 조이스틱으로 컨테이너 위치를 정교하게 조정해 트랙터에 싣는다.
인천항 개항 당시 하역 작업은 부두 노동자들이 등짐을 지고 직접 옮기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현재는 자동화 시스템과 원격 조종을 통한 방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완전자동화 시스템으로 하역 작업이 진화할 전망이다.
SNCT 최진혁 운영팀장은 "하역 작업 중 상하차 작업 일부만 원격 조종으로 이뤄지고, 대부분 자동화 시스템으로 진행된다. 앞으로 자동화 작업이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만에 자동화 시스템이 도입됐지만 사람의 숙련된 기술을 필요로 하는 작업도 있다. 안벽 하역크레인을 조종해 컨테이너를 배에 싣고 내리는 작업이다.
지상에서 하역크레인 조종실까지 높이는 약 49m. 하역크레인 조종실 바닥은 유리로 돼 있다. 하역크레인 기사는 조종실에서 지상에 있는 신호수와 수신호를 주고받으며 작업을 진행한다. 아찔한 높이의 조종실에서 인천항 바닥을 내려다보며 컨테이너를 배에 싣고 내리는 것이다. 하역크레인 하나가 시간당 처리하는 컨테이너는 30개가 넘는다.
전재필 하역크레인 선임기사는 "남항의 컨테이너 부두와 이곳 신항에서 20여 년 동안 크레인을 운전했다"며 "바람이 심하게 부는 날에는 컨테이너가 흔들리는 것까지 계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국제공항 교류 확대 가속
다양한 국적 함박마을에 모여
"일자리 많아 이젠 모국 같아"
미얀마·아프간인 인천에 둥지
인천은 1883년 인천항 개항 이후 끊임없이 문을 열고 교류를 강화했다. 2001년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은 인천이 관문이자 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을 확대하는 계기가 됐다. 인천을 구성하는 철도 등 교통 인프라, 산업, 인구 구성 등 대부분이 개항과 직간접적으로 관계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특히 많은 이주민을 포용하는 '다양성'은 개항도시이자 국제도시로서의 인천을 잘 드러내는 모습이다. 개항기에 일본인·중국인·서양인들이 인천으로 몰려든 것처럼 현재에도 끊임없이 외국에서 이민자들이 인천을 찾고 있다.
인천 연수구 함박마을은 대표적인 이주민 정착지다. 이곳에는 우즈베키스탄, 러시아, 카자흐스탄 등 다양한 국적의 이주민들이 모여 생활하고 있다. 마을 주민들의 다양한 국적, 인종, 종교를 보여주듯 할랄음식점, 아시아 식료품점 등 이국적인 음식과 상품을 판매하는 상점들이 즐비하다.
함박마을에서 만난 이리나씨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 남편을 만나 딸을 낳았고, 일자리를 찾기 위해 2001년에 한국에 왔다"며 "함박마을에선 다양한 국적·인종의 이웃들과 어울려 살 수 있고, 일자리도 많아 좋다"고 말했다. 그는 "태어난 곳보다 20여 년 동안 살아온 한국이 이젠 모국처럼 느껴진다"고 웃으며 말했다.
시민단체 '너머인천고려인문화원' 김우현 사업팀장은 "산업단지의 풍부한 일자리를 찾아 남동산업단지와 가까운 이곳에 고려인들이 자연스럽게 모이게 됐다"며 "타국에서 온 이주민들이 모여 지역이 활성화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인천에 거주하는 외국 국적 동포와 등록외국인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0만1천547명에 달한다. 인천 지역 국가산업단지(남동·주안·부평) 주변엔 동남아시아 등에서 일자리를 찾아 인천으로 온 이들이 모여 산다.
미얀마 불교사원이 있는 인천 부평구에는 미얀마에서 온 이주민들이 대거 정착해 살고 있다. 부평은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 동참하는 국내 거주 미얀마인들의 거점 역할을 했다.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 일부도 인천에 터를 잡았다.
김창수 인하대학교 초빙교수는 "차이나타운과 함박마을, 미얀마 거리는 다른 도시에는 없는 아주 독특한 모습이며, 인천이 가진 개항도시 정체성의 연장선에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다양성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가 중요하다. 그들의 문화를 보전하면서도 다른 주민들과 함께 살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