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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

손끝에 떨어진 작은 눈물 한 조각에

지구 반대편 수만 년 전의 빙하가 서서히 녹고 있다



흩어지는 만년설 사이로 사파이어처럼 빛나는 파란 눈동자

작게 너울거리는 심장소리가 빼꼼히 나를 올려다본다

휘둥그랑 투명한 수염을 휘날리며

다정히 나의 세계에 뛰어들었던 고양이는

지금 어디쯤 있을까



강렬한 축문처럼 나를 감싸던 고양이가 사라진 지금

나는 달빛 한 조각의 자비도 없는 세상에 포위되었다

언제쯤 돼야 이 지긋지긋한 것들로부터 탈출할 수 있을까

무쇠 신을 끌며 터벅터벅 걸어가는 길고 긴 북극의 밤에는

길도 없고 이정표도 없고 고양이도 없다



가시처럼 불행의 취기만 가득 담은 냉담한 숨결을 통과하며

영원히 끝나지 않는 밤을 지난다

쇄빙선도 깨지 못한 얼음에 갇혀

일각고래와 청새치 바다거북이 가라앉은 심해 한가운데를

혼자 일렁이는 밤



천리라도 따라가고 만리라도 따라간다는

낯익은 이별가에 목이 메인다

동그랗게 떠있는 그곳을 향해

차가운 유빙과 얼어붙은 별들을 데리고 간다

먼지처럼 부서져 내리며 솟아오르는

나, 또는 고양이라는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