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말단 사원으로 출발해 조직을 이끄는 수장이 되는 '신화'는 종종 인구에 회자된다. 아무나 쌓을 수 없는 경력이며 흔히 얻을 수 없는 경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결과만 두고 '성공신화' '흙수저신화'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그 수많은 계단을 오르기까지 그들이 흘린 땀과 노력, 열정을 가늠하긴 어렵다.
이민우 경기신용보증재단(이하 경기신보) 이사장은 1996년 경기신보에 대리로 입사했다. 경기신보의 창립과 함께다. 당시 경기신보는 전국 최초로 지역신보증조합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완전한 기관 설립은 어려움을 겪었다. 전국에서 지역 신보 중엔 가장 먼저 설립됐기 때문에 모든 것을 개척해야 하는 책임도 컸다.
이 이사장은 "당시 업무 방법서, 규정 같은 기본적인 시스템도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가늠할 수 없었다. 그나마 나는 금융기관에 있었던 터라 경험을 살려 신용보증기금과 재보증 관련 협의를 추진해 보증리스크 분산을 시도했다"고 회상했다.
1999년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제정을 거쳐 2000년 특별공공법인인 경기신용보증재단으로 재출범했다. 그렇게 경기신보의 출발부터 이민우 이사장은 한 발자국 앞서 조직을 이끌었다.
전국서 가장 먼저 설립한 지역 신보… 대리로 입사한 창립멤버
외환·금융 경제위기 때마다 발빠른 대응 나서 대통령 표창 수훈
사이버·전자보증·찾아가는 현장상담 등 고객 중심 서비스 최선
어려울 때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도록 기본재산 지속 확보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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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마다 등장한 구원투수
팀장과 지점장, 실장, 본부장, 상임이사를 거쳐 경기신보 이사장에 이르기까지, 이 이사장이 걸어온 길은 경기신보의 지난 역사와 궤를 함께 한다. 1997년 IMF 외환위기,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금융위기를 비롯해 2020년 코로나19로 전 지구적 위기가 닥쳤을 때 늘 우리의 서민경제엔 경기신보가 있었고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내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한 것 또한 '경기신보맨 이민우'였다.
특히 서민경제의 하방을 지키는 경기신보 '특례보증' 제도는 IMF 외환위기 때 생겨났다.
이 이사장은 "외환위기로 사회 전반에 경제적 충격이 컸다. 하물며 대기업들도 쓰러지는 마당에 서민경제는 말할 것도 없었다"며 "보증지원 대상범위를 소상공인까지 확대하고 보증심사 기준을 완화하는 특례보증을 도입하기 위해 애썼고, 1999년엔 경기신보의 오랜 염원이었던 지역신용보증재단법 제정도 이뤘다"고 말했다.
지역신용보증재단법의 제정으로 정부보조금 지원이 가능해졌고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상 금융기관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됐다.
2008년 금융위기는 영세 자영업자, 전통시장 상인, 포장마차나 노점상 등 무등록점포 등 우리 경제의 가장 어려운 계층이 피해가 막심했다.
이 이사장은 당시를 회상하며 "그때는 80~100%에 이를만큼 고금리인 사채시장에 동네에서 장사하는 자영업자 등이 내몰리는, 말 그대로 비상상황이었다"며 "고민에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무등록·무점포 상인을 대상으로 보증지원을 실시해 보자는 것이었다. 이들은 제도권 금융에선 절대 금융혜택을 받을 수 없다. 금융소외 자영업자 특례보증을 시행하며 저신용 소상공인, 무등록·무점포 자영업자 2만9천623업체에 총2천174억원을 지원했다"고 설명했다.
파격적인 지원대책에 2010년, 당시 대통령이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기신보에 친필서한을 보내 '경기신보가 지원한 것은 자금이 아니라 희망이었다'고 격려했고, 2012년 전국중소기업인대회에선 대통령표창을 받기도 했다.

경기도 소상공인의 든든한 친구
경기신보를 찾는 주요 고객층은 중소기업, 자영업자 등 서민경제의 주축들이다. 그래서 이 이사장은 27년 경기신보에 근무하며 마음 속 깊숙한 곳에 확고한 철학이 있다. '이심전심'. 고객이 요청하거나 말하기 전에 고객의 마음을 먼저 읽고 해답을 제시한다. 장거리 고객의 불편을 최소화할 요량으로 2000년, 전국 보증기관 최초로 사이버보증을 시작했고 이어 전자보증 시스템으로 발전시켜 도입했다. 이로 인해 보증약정 체결과 대출실행을 일원화해 방문 없이도 온라인 보증이 가능해졌다.
이 이사장은 "2000년대 초반 경기신보 영업점이 5개점 밖에 되지 않았다. 하루종일 가게에 매여 장사하느라 보증을 위해 신보영업점을 방문하는 건 쉽지 않았다"며 전자보증제도 도입의 계기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온라인 전환 이후 내내 마음에 쓰인 것이 온라인을 활용하지 못하는, 이른바 디지털 소외계층이었다. 그래서 영업부문 상임이사로 취임한 2015년에 1인 자영업자, 전통시장 상인,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기업 등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현장보증상담 전담팀'을 구축했다"고 말했다.
2016년부턴 아예 현장보증 전용버스를 도입해 버스 안에서 보증상담, 심사 및 보증서 발급 등 모든 업무가 처리 가능한 '원스톱 서비스'를 최초로 도입하기도 했다.
2019년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엔 도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경영현장 방문을 수시로 실시했다. 기관장이 형식적으로 치르는 의례적 행사가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머리를 맞대 방법을 고민하는 식이다.
그의 방식은 갑자기 찾아온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코로나19가 터지자 경기도와 함께 코로나19 피해기업 종합지원대책을 마련하고 긴급대응TF를 구성했다. 신용조사 및 심사기준을 대폭 완화하고 6개 시중은행과 보증상담·접수 업무위탁 협약 등을 시행했다.
또 보증신청이 폭증하면서 신보 영업점 업무가 마비상태에까지 이르렀는데, 신속한 지원을 위해 신규인력 253명을 채용했고 본점 베테랑 직원 26명을 전담반 및 영업점 내 별도 품의전담팀으로 보내 심사시간을 단축시키기도 했다.
발 빠른 대처는 경기신보만을 바라보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해서였다. 그 결과 2020년 20만104개 중소기업, 소상공인에게 5조6천408억원의 보증을 지원했는데, 전국 지역신보 중 최다 지원실적이었다.
이 이사장은 "코로나가 터진 초반, 100일간 진행해온 결과였는데 지금 생각해도 정말 숨 가쁘게 진행됐다"며 "그 바탕엔 오직 절벽끝에 서 있는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해 전 임직원이 하나가 돼 야근은 물론 주말, 휴일까지 반납하는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27년 오직 경기신보를 위해 뛴 헌신, 최초의 신화
이 이사장이 취임하기 전, 2011년부터 2018년까지 8년 간 경기신보 신규 영업점은 고작 2개였다. 2019년 이 이사장이 취임한 이후 안성, 하남, 구리, 오산, 여주지점까지 총 5개지점이 신설됐다. 4년만에 이룬 성과다. 발전이 늦어 금융인프라 부족에 시달리는 동두천·양평·가평·연천 등 경기 동북부 지역에 상시출장상담소도 개소했다. 어려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기본 업무 말고도, 성장유망한 잠재력을 갖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먼저 발굴하고 전폭적으로 지원해 강소기업으로 육성한 것도 이 이사장이 자신 있게 추진했던 정책이다. 2년여 시행 결과, 총 109개 중소기업, 32개 소상공인 기업에 보증우대혜택, 컨설팅 등의 실질적 혜택이 돌아갔다.
역대 최다 경기신보 출연금을 확보한 것은 경기신보의 기초체력을 키우기 위해 그가 가장 심혈을 기울인 정책 중 하나다. 재임기간 4년간 7천억여원 출연금을 추가로 확보해 기본재산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이 이사장은 "27년간 경기신보에서 일하며 숱한 경제위기를 겪어왔다. 예상할 수 있는 것도 있었지만 상당수 경제위기는 예상할 수 없는 곳에서 오기도 한다. 다양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서민경제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하는 경기신보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신용보증사업 특성상 부실 보증으로 인해 위기가 올 수도 있다"며 "우리의 기본재산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고 대비해둬야 어려운 시기, 신속하게 절실한 서민경제 곳곳에 지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민우는 '경기신보맨'이고 오랜시간 경기도 서민경제를 지키는 '파수꾼'으로 일해왔다. 이제 27년, 묵묵히 걸어온 길의 끝자락에 섰다.
이 이사장은 "경기도 중소기업 소상공인을 위해 뛰어온 27년이 내 진심"이라며 "지금 어려운 시기지만 내년엔 부디 경제가 살고 우리 중소기업, 소상공인들이 잘 이겨내길 바란다. 경기신보는 지금처럼 늘 서민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해 한발 앞서 대비하고 뛰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글/공지영기자 jyg@kyeongin.com, 사진/경기신용보증재단 제공
■이민우 이사장은?▲1996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입사
▲2001~2005년 경기신용보증재단 부천지점장/총무부 부장
▲2006~2010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안양지점장/기획실 실장
▲2010~2014년 경기신용보증재단 기획관리본부장/성남지점장
▲2014~2015년 경기신용보증재단 남부지역본부장
▲2015~2018년 경기신용보증재단 영업부문 상근이사
▲2018년 12월~경기신용보증재단 제14대·제15대 이사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