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김(Harry Kim·83) 전 미국 하와이 카운티 시장은 미국에서 처음 나온 한국계 시장이다. 그는 한국계 정치인이 탄생하기 어려운 여건인 하와이에서 2000~2008년, 2016~2020년 3선 시장을 지내며 한인사회 존경을 한몸에 받는 멘토(mentor)이기도 하다.
최근 인천시는 분야별로 지역사회를 빛낸 인물·단체를 해마다 발굴하는 '올해의 인천인 대상' 2022년 수상자 가운데 한 명으로 김 전 시장을 선정했다. 유정복 인천시장이 지난 20일 하와이 호놀룰루시를 방문해 김 전 시장에게 직접 상패를 전달했다.
미국서 한국계 첫 시장… 3선 저력
부모세대 노력으로 경제·기술 강국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는 자부심
이날 호놀룰루시 프린스 와이키키 호텔에서 열린 이민 120주년 기념 '인천의 날' 행사 겸 올해의 인천인 대상 시상식에서 만난 김 전 시장은 "한국에 있는 여러분이 누구인지, 자랑스러워할 만하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고 인천시 통역관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김 전 시장은 "여러분은 부모세대로부터 훌륭한 유산(Heritage)을 물려받았다"며 "우리의 부모님과 증조부, 그 윗대 선조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 끝에 그 유산을 만들어 냈는지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이 강조한 '유산'이란 수천 명의 노동 이민자들이 하와이를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 몰릴 정도로 가난했던 나라였던 한국이 부모세대 노력으로 오늘날 경제·기술 강국이 됐음을 의미한다.
그는 "부모님은 1913년 또는 1914년께 하와이로 이주했는데, 8명의 자식을 낳아 길렀다"며 "온종일 농장에서 일하고, 집에 돌아와서도 텃밭에서 일하며 자식들을 먹여 살리는 가난하고 고된 삶을 살았다"고 했다.
이어 "형제 중 한 명이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도 있었다"며 "저희 부모님에게만 일어난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모든 이민자의 삶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시장은 하와이에서 흔치 않은 한국계 정치인으로서 어려운 점에 대해 "하와이 민방위 국장을 24년 동안 역임하다 은퇴할 시점에 시민들이 저에게 시장이 되어달라고 요청했다"며 "기금을 모으는 단체도 없고 정치 연고도 없었고 한국계라는 것을 굳이 드러내지 않고 열심히 선거에 임했더니 상대 후보보다 많은 표를 얻었다"고 했다.
그는 "지역사회를 위한 최선의 방법과 결과를 고민해온 시장이었다고 자부한다"며 "나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자 자랑스러운 한국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경호기자 pkh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