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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5악(岳)중 최고봉인 가평 화악산 중봉에서 바라본 희망의 일출이 어둠을 뚫고 나와 세상을 밝히고 있다. 화악산은 국토 자오선(동경 127도 30분)과 위도 38선이 교차하는 한반도의 중심이자, 경기도와 인천광역시에서 가장 높이 솟은 산이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이 끝나고 계묘년 첫 해가 떠올랐다. 한반도의 정중앙에 위치한 화악산처럼, 경인일보는 꼿꼿이 중심을 지키며 경기·인천지역 방방곡곡을 비춰 왔다. 2023년 새해에도 경인일보는 지역의 등대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언제나 두 발로 뛰어다니며 도민 곁을 지키겠다. 2023.1.1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2023년 새해가 열렸습니다. 그렇다고 하루만에 후회와 아쉬움으로 얼룩진 송구(送舊))의 감상이 의지와 각오로 충만한 영신(迎新)의 희망으로 전환될 리 없지요. '재벌집 막내아들'처럼 순식간에 지옥에서 천당으로 시간 여행이 가능한 판타지는 상상으로만 가능합니다. 현실에서 오늘은 늘 어제의 연장입니다. 사람들은, 보통 사람들은 내일도 오늘 같기만 바라는 소박한 희망으로 삶을 꾸려갑니다. 오늘이 어제보다 나으면 싶고 새해가 지난해 같지 않기를 바란다면 시대가 그만큼 불안하다는 증표일 겁니다.

요 몇 년 대한민국 보통 사람들은 말로 못다 할 고초를 겪었습니다. 코로나로 마스크를 쓴 사회는 질식했고, 비대면 방역전쟁에서 수많은 서민들이 생계를 접었지요. 가까스로 일상을 회복하려던 참에 혹독한 경제 한파에 갇혔습니다.

정치 복(福)은 또 얼마나 박복한가요. 불안한 시대를 극복할 우리의 연대와 결속을 국회에서 광장에서 온라인에서 산산조각내는 정치는 대한민국의 주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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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항 길목을 지키고 있는 팔미도 뒤로 해가 떠오른다. 붉은빛의 해가 팔미도 정상에 걸리자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등대가 선명한 자태를 드러낸다.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남서쪽으로 약 13㎞ 떨어진 곳에 있는 팔미도(八尾島). 해안선 길이가 2㎞도 안되는 작은 섬이지만, 우리나라 역사에서 차지하는 무게감은 자못 크다. 서세동점(西勢東漸) 시기 팔미도는 1883년 인천항(제물포)이 열리면서 우리나라를 드나들던 중국과 일본, 서양 열강의 배들에 이정표가 됐다. 이 같은 위치와 역할은 1903년 6월1일 우리나라 최초 근대식 등대가 세워진 배경이 됐다. 팔미도는 한국전쟁의 전세를 바꿔놓은 인천상륙작전에서 길잡이 역할도 했다. 올해는 인천항 개항 140주년이자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 되는 해다. 팔미도 뒤로 솟아오르는 저 태양을 바라보며 희망을 품어본다. 배려와 소통으로 갈등을 넘어서는 대한민국을 꿈꿔본다. 2023.1.1 사진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글/이현준기자 uplhj@kyeongin.com

3년 만에 울려퍼진 제야(除夜)의 종소리, 각별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어젯밤과 지난해를 삭제하는 의식만으로 오늘과 새해가 밝아질지 의문입니다. 시간만 제(除)할 일이 아닙니다. 그 시간을 대립과 분열과 반목으로 오염시킨 온갖 부정한 기운과 의식과 세력들을 삭제해야 새날, 새해는 온전한 희망이 될 수 있습니다.

새해에 경제 상황이 더욱 어려워질 것 같답니다. 가진 사람이 욕심을 줄여 부족한 사람의 희망을 채워주는 상부상조의 의지를 모아야 돌파할 수 있습니다. 우리 유전자에 각인된 무의식입니다. 위기 때마다 어김없이 우리를 구했던 성스러운 유전자입니다. 우리 모두가 모두에게 힘이 되는 새해이길 염원합니다. 경인일보는 우리의 연대를 방해하는 모든 악한 기운을 향해 맹렬하게 종을 때리겠습니다.

/윤인수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