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학 축구 명가로 꼽히는 아주대 축구부. 2011년부터 아주대 축구부 사령탑을 맡은 하석주(54) 감독은 아주대가 대학 축구 강호로 자리매김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프로축구 전남 드래곤즈 감독직을 맡으며 잠시 공백도 있었지만, 하 감독은 다시 모교로 돌아와 꿈과 열정이 넘치는 대학리그를 만드는데 열정을 다하고 있다.
사실 대학축구는 축구선수들이 꿈을 키우는 무대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프로구단이 일찌감치 '될성부른 떡잎'을 골라 육성하는 데다 고교에서 맹활약했던 유망주들은 프로구단의 '레이더'에 걸려 프로 무대로 직행한다. 이 때문에 대학 축구는 프로축구에 밀려 사람들에게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하 감독은 자신이 아주대 축구부 유니폼을 입고 뛰던 선수 시절, 대학리그의 모습을 다시 재연하기 위해 오늘도 선수들을 담금질하고 미래를 키우는 일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지난달 28일 아주대 인근에 자리한 축구부 숙소에서 만난 하 감독은 "지금 학교 스포츠는 우승해도 축구인들밖에 모르는 것이 현실"이라며 "(자신이 선수로 뛰던) 예전에는 학생들이 버스를 동원해 경기장을 찾아 힘껏 응원했었지만, 지금 그런 광경은 찾아볼 수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어 "대학리그 개막전에 경품을 주고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 각 팀이 소속된 대학은 물론, 일반 관람객까지 경기장을 찾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학리그의 성공은 아주대 축구부에서부터
하 감독이 이끄는 아주대 축구부는 지난해 25년 만에 추계대학축구연맹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전통의 강호라는 수식어는 이미 아주대의 것이 확실하지만, 번번이 우승을 놓치면서 오랫동안 무관의 강호라는 오명을 떨칠 수 없었다.모처럼 아주대에 우승이라는 큰 영광을 안겨준 하 감독은 추계연맹전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것보다 U리그 우승을 놓친 것에 아쉬움을 표했다.
하 감독은 "실제로 기대를 많이 한 것은 U리그였다"며 "전반기에 9연승을 달리면서 분위기가 좋아 U리그 우승을 목표로 했었다"고 설명했다.
대한축구협회와 한국대학스포츠협의회에서 주최하는 대학축구리그인 U리그는 전국의 내로라하는 강팀들이 모여 1년 내내 리그 방식으로 경기를 치른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1부리그 격인 U리그1과 2부리그 격인 U리그2로 나눠 대회가 진행돼 U리그1에 속한 아주대 입장에서는 강호들과 매 경기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했다.
2022 U리그1 2권역에 속했던 아주대는 13승 2무 1패 승점 41로 압도적인 성적을 냈지만 같은 권역인 충남 단국대가 골득실에서 앞서며 아쉽게 권역 우승에 실패해 왕중왕전에 진출하지 못했다.
하 감독은 "단국대와 우리가 승점이 같았는데 골득실에서 밀렸다"며 "인천대와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고 비겼던 경기가 아쉽다"고 말했다. U리그1 2권역 경기가 마무리된 지 두 달이 돼 가지만 그의 머릿속에는 아직도 U리그 우승 실패의 기억이 크게 남은 듯했다.
그가 U리그 우승을 놓친 것을 아쉬워하는 이유는 더 많은 아주대 재학생들에게 축구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라운드를 가득 채운 선수들의 열정을 보여주고 싶었던 하 감독은 "아주대 홈 구장에서 재학생과 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기를 하고 싶었는데 단국대가 막판에 따라오면서 권역 우승을 하지 못했다"고 끝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례적인 아주대 축구부의 인기
대학 축구계에서 아주대의 U리그 홈 개막전은 1천여 명 이상의 관중이 몰려 성황을 이루는 것으로 유명하다. 변변한 중계나 선수들에 대한 정보도 없는 대학축구의 현실에 비춰보면 아주대의 홈 개막전은 그야말로 '대박'을 치고 있다.아주대 축구부의 U리그 홈 개막전은 학생들로 꾸려진 아주대 축구부 프런트와 하 감독을 비롯한 축구부의 노력이 더해져 학교를 대표하는 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매년 홈 개막전에서 많은 관중 앞에 서야 하는 하 감독은 "관중이 없는 경기에서 이기고 지는 것은 그냥 기록으로만 남을 뿐"이라며 "하지만 아주대의 U리그 홈 개막전은 많은 사람이 경기를 지켜보기 때문에 개막 경기를 못 치르면 한 달 동안 신경이 쓰이고 의욕도 없어진다"고 했다. 마치 프로 경기 홈 개막전에서 패배해 홈 팬들의 질타를 받는 심정인 셈이다.

그는 "다른 팀 감독들이 이런 모습을 보며 내게 부러움을 표하면서도 부담이 되겠다고 말한다"며 "부담스러워도 많은 관중이 경기를 찾아주는 게 좋다. 대학 축구 경기에 이렇게 관중이 찾아오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 감독과 아주대는 침체해가던 대학 축구계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프런트가 운영하는 체계적인 아주대 축구부의 모습을 벤치마킹해 타 대학들도 똑같이 축구부를 담당하는 프런트를 만들며 대학 축구 알리기에 힘쓰고 있다.
홈 개막전 한 경기만 이겨도 1년 농사를 다 지었다고 생각한다는 하 감독에게 U리그 아주대 홈 개막전은 매해 넘어야 하는 '행복한' 산이다.
간결한 축구 선보여 2023년 U리그 우승 이뤄내겠다는 하 감독
하 감독은 U리그 승강제 도입이 리그 흥행을 좌우할 팀 운영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력이 엇비슷한 팀들로 묶이다 보니 더욱 치열한 경기가 전개돼 부상자가 속출해 선수 구성이 어렵다는 것. 그는 "팀 간 전력 차이가 어느 정도 있어야 경기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에게 기회도 줄 수 있는데 승강제 도입 이후 매 경기가 결승이 됐다"며 "예전과 달리 경기를 뛰지 못하는 선수들은 축구를 빨리 그만두려고 하는 데다 치열한 경기로 인해 부상자가 나올 확률도 높아 팀 운영이 힘들다"고 말했다.
U리그 승강제 도입 후 매경기 결승 방불케 해
팀 간 전력차 있어야 여러 인재들에 출전 기회
수도권·지역 강팀 섞어 조 편성하면 문제해결
빠르고 간결한 축구로 올해 반드시 우승할 것
열정적인 경기가 펼쳐지는 것은 대학리그 팬들에게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과잉경쟁으로 흘러 선수들이 출전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안타까움이 섞인 듯했다.팀 간 전력차 있어야 여러 인재들에 출전 기회
수도권·지역 강팀 섞어 조 편성하면 문제해결
빠르고 간결한 축구로 올해 반드시 우승할 것
하 감독은 "차라리 U리그 4개 권역에 성적이 좋은 팀들을 시드 배정해 다시 조를 짜는 것이 낫다"며 "지역의 강호와 같은 조가 돼도 원정 경기를 다녀오면 큰 문제가 없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수도권 지역의 팀으로만 조를 편성하지 말고 지역의 강팀과 수도권 강팀이 섞일 수 있도록 조를 짜는 것이 팀 운영이 쉽지 않은 U리그 수도권 권역 팀들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하 감독의 생각이다.
그는 "지난해 U리그에서는 4권역에서 권역별 1위 팀이 왕중왕전에 진출해 바로 준결승을 치르는 대진이어서 우승할 좋은 기회였다"며 "올해 U리그 우승을 이뤄내겠다"고 힘줘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 감독은 아주대 축구부에서 간결한 축구를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빠른 스피드를 가지고 볼 터치를 많이 하지 않는 축구를 선호한다"며 "공을 오래 소유하면 경기 자체가 느려진다"고 설명했다.
대학 축구 부흥에 대한 열정으로 가득 찬 하 감독이 있는 한 2023년에도 한국 대학 축구는 역동성을 가진 무대가 될 것이다.
글/김형욱기자 uk@kyeongin.com, 사진/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하석주 감독은?▲1968년 2월 20일생, 경남 함양 출생
▲서울 숭곡초-서울 경신중-서울 광운전자공고-아주대 졸업
▲부산 대우 로얄즈(1990~1997) J리그 세레소 오사카(1997~1998), J리그 빗셀 고베(1998~2000), 포항스틸러스(2001~2002)
▲전남드래곤즈 감독(2012~2014), 아주대 축구부 감독(2014.12 ~ 현재)
▲미국 애틀랜타 올림픽 축구 국가대표(1996), 프랑스 월드컵 국가대표(1998), 레바논 아시안컵 국가대표(2000), FIFA 컨페더레이션스컵 국가대표(20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