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도 재정의 건전성 악화는 장기적으로 시설 투자 비용을 갉아먹는다는 측면에서 악순환을 초래한다.
2021년 기준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이 49%인 의정부시의 경우 매년 200억원이 넘는 적자를 본 탓에 기금 적립은커녕 운영에 급급했고, 그러는 동안 하수처리장 내구연한이 지나 시설 현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다.
예산이 부족하다 보니 자체 재정사업으로 공사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민간투자사업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등의 반대에 부딪혀 공회전을 거듭하고 있다.
이는 모든 지자체가 직면할 수 있는 일로 하수도 회계의 만성적자구조는 신규 사업에 걸림돌이 되거나 노후 관로 교체 등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이런 우려와 더불어 매년 수백억원씩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진 각 시·군은 현재 하수도 요금 인상을 진행하고 있거나 추진할 예정이다. → 그래프 참조
안산과 하남, 고양, 양평, 의정부 등이 이미 매년 10% 안팎의 요율 조정을 실행했으며, 안양시는 시 여건에 맞는 요금 수준을 분석하기 위해 관련 연구용역을 진행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지자체는 시민들의 거부감을 우려, 인상을 연기하거나 주저하는 분위기다.
내구연한 지나서 현대화 시급해도
민간투자 반대 부딪혀 공회전 거듭
지난 3년간 세 차례 요금을 인상해 2022년 하수도 요금 현실화율을 45.77%로 끌어올린 광주시의 사례를 보면, 앞으로 인구 증가로 시설비용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지금도 요금이 과다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빗발쳐 더 올리지 못하고 있다.
시는 체납 관리 강화를 통해 운영 효율을 높인다는 계획이지만 이미 하수도 요금 징수율은 98.69%로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하수도 특별회계에서 매년 200억원 안팎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고 있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개선이 쉽지 않다"면서 "특히 결정권자인 지자체장이 선출직이다 보니 공공요금 인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하천 수질 관리를 위해 하수처리장에서 나오는 방류수의 오염 기준을 점차 강화하는 기조라는 점은 지자체들의 하수처리 시설투자 시점을 앞당기거나 하수도 적자 폭을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사용료에 근본적 인식 전환 필요"
조영무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지자체들이 현실화율 100% 이상 하수도 요금을 받아 처리원가 초과분을 기금으로 적립한 뒤 시설 재투자 비용으로 쓰는 것"이라며 "안타깝게도 일부 지자체를 제외하고는 기금 적립에 나선 곳이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미래를 위해선 앞으로 전반적인 하수도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조 연구위원은 "대한민국은 세계적으로도 물값이 싼 나라로 하수도 사용료 또한 매우 저렴한 편이지만 우리나라 국민은 유난히 공공요금 인상에 민감하고 인색한 구석이 있다"며 "통상 4인 가족 기준 한 달 평균 1만~2만원 정도를 하수도 요금으로 지출할 텐데, 통신 요금 등에 비하면 가계 경제에 큰 부담이 될 정도로 보긴 어려운 것 아니냐"고 짚었다.
이어 그는 "하천은 망가지면 되돌리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하수처리는 하천 수질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면서 "하수도 사용료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종우·김도란기자 dora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