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이 없으세요?"
최성식씨에게 반월동의 한 주민이 물었다. 주민은 그가 당연히 행정복지센터의 직원이라고 생각했다. 직원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9시에 출근을 하고 오후 5시에 퇴근을 하니 그럴 만하다. 최씨에게는 정년이 없다. 봉사활동가들은 정년을 정해두지 않는다.
최씨가 처음 화성시 반월동 행정복지센터를 간 이유는 서글프다. 그는 "암 투병을 몇 년 했다. 나중에는 병원에서도 별로 해줄 게 없대서 여기 사는 아들 집으로 들어갔다. 삶을 마무리하는 준비를 하려고 행정복지센터에 갔는데, 거기서 민원봉사 하시는 분을 만났다"고 말했다.
민원봉사자는 반월동 주민이 아니었다. 당시 반월동에서는 봉사자가 없어서 동탄1동에서 파견을 왔다. 그가 최씨에게 민원봉사를 제안했다. 최씨는 "길게는 못하더라도 해 볼게요"라고 답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났다. 그 사이 완치판정을 받았다. 일주일에 이틀, 오전에 두 시간씩 하던 봉사활동은 매일, 하루 8시간으로 늘었다. 평일에는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 안내 업무를 하고, 주말에는 학생들이랑 환경정화, 뜨개질, 반찬 배달을 한다. 봉사활동을 하려고 배운 뜨개질이 이제 제법 손에 익었다.
최씨는 "처음에는 언제 쓰러질지 모르니 아내가 옆에 같이 있어줬다. 아내가 봉사의 기쁨을 먼저 알고 있었기에 묵묵히 도와줬다"며 "둘이 같이 화성시 자원봉사센터 반월동봉사단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9년간 1만3천시간 넘어 도내 '최상위'
묵묵히 도와줬던 아내도 함께 활동
"매일 매일 보람… 건강 허락때까지"
최씨는 2020년 반월동봉사단장으로 취임했다. 지난해 10월에는 반월동 노인회장으로 선출됐다. 노인회에서는 젊은 노인회장으로 통한다. 누구보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그에게 투병의 기색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그의 봉사시간은 1만3천시간이 넘는다. 도내 봉사자 최상위 수준이다. 그는 봉사가 자신과의 약속이라고 한다.
최씨는 "돈을 받고 하는 일이라면 하루 이틀 빠질 수도 있다. 그러나 봉사는 누가 하라는 것도 아니고 돈을 버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하는 것은 자신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내가 스스로 하기로 했으니 나 자신과 한 약속이니 지킬 것"이라며 "'보람'이 병도 밀어냈다. 건강만 허락하면 계속 봉사를 하며 살 것"이라고 전했다.
화성/김학석·민정주기자 zu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