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대, 30대로 대표되는 MZ세대는 투쟁이 적힌 '빨간 띠' 두르고 한자리에 모이기보다 사장과 만나 고충을 털어놓고 대안을 제시한다. 조직 내부가 아닌 법과 사회구조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땐 거침 없이 국회를 찾는다. 노동계에서 새 바람이 불면서 '단결·투쟁'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김현기(37) 인천교통공사 제12대 노동조합위원장은 지난해 취임해 1년간 조합원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 방안을 찾는 데 시간을 보냈다. 인천교통공사를 '지속가능한' 일터로 만들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2022년에는 코로나19 감염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도시철도 운영에 필요한 인력이 줄어들어 어려움이 컸다. 직원들의 근무 시간은 늘어났지만, 추가 수당은 지급되지 않았다. 김현기 위원장은 인천교통공사·인천시 등과 협의해 임금 보전 방안을 찾기도 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로 직급 구분 없는 간담회 활성화
김현기 위원장은 노조 활동을 하면서 경직된 조직 문화를 개선하는 데 집중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열차 운행, 수송 등 안전 업무를 맡는다는 점에서 직급, 서열에 기반을 둔 수직적 조직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김현기 위원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면서 업무·소통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조직 문화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봤다. 사장과 청년 조합원들 간 간담회를 활성화해서 직급에 구분 없이 어떤 안건이든 자유롭게 건의하고 답변받을 수 있도록 소통 방식을 다양화했다.
조직 문화와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도 노력했다. 낮은 연차 직원일수록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받는 '상후하박' 임금 구조 개편, 9급에서 6급까지 자동 근속승진제도 도입 등을 사측에 제시해 반영될 수 있도록 했다. 해당 급수는 승진 가능 인원이 제한돼 있지 않지만, 상급자의 인사권 갑질 등 부작용을 바로 잡으려는 조치였다.
소통 방식 다양화를 바탕으로 한 이런 노력들은 조직을 바꾸는 크고 작은 원동력이 됐다는 게 김현기 위원장 설명이다.
김현기 위원장은 조합원의 건강권을 확보하기 위해 오랫동안 유지됐던 교대 근무제도 개편에도 나섰다. 기존대로라면, '야간-비번-야간-비번' 등의 근무 순서가 길게는 2주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었는데, '주간-야간' 근무를 번갈아 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교대근무제 개편은 지속적인 야간 근무로 피로감을 호소하던 선배 직원들 사이에서 호응이 컸다.
이 외에 여성 직원이 역사 근무 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확충을 위해 노력했다. 김현기 위원장은 조합원의 근무 환경과 처우 개선이 곧 시민 교통 편익, 안전과 맞닿아 있다는 판단에서 이런 변화를 꾀했다.
"많은 시민이 이용하는 열차는 전기, 기계설비, 운행 등 여러 업무를 맡는 직원들 손끝에서 운행되고 있습니다. '내'가 만족해야 시민에게도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김현기 위원장의 노력은 구성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인천교통공사의 각종 지표를 개선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인천교통공사는 지난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내부고객만족도 조사 결과 도시철도를 운영하는 기관 중 1위를 차지했다. 앞서 인천교통공사는 5년 연속 내부고객만족도 만년 꼴찌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큰 변화를 이끌어 낸 셈이다.
김현기 위원장은 2017년 인천교통공사 기술직 공채로 입사해 2019년 노조 후생복지부장을 거쳐 부위원장(2020~2021년)을 역임했다. 입사 3년 차에 노조 활동을 시작한 셈이다.
인천교통공사는 최근 몇 년 사이 젊은 직원들의 비율이 크게 늘었다. 사무·전기·신호·승무 등 업무를 담당하는 일반직의 경우 약 1천800명 중 절반 이상이 20대, 30대 직원으로 채워졌다. 그러나 젊은 세대의 의견을 수렴하는 창구는 부족했다. 이는 곧 김현기 위원장이 노조 활동을 시작한 계기가 됐다.
"조직 구성이 급격하게 변했지만 젊은 세대의 입장을 대변하는 창구는 부족해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컸습니다. 당시 인천교통공사는 전국 최하위 임금 수준에 근무 강도는 높아 이직률이 25%까지 오르기도 했으니까요. 후생복지부장을 맡으면서 조합원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목소리를 냈습니다."
인천교통공사를 포함해 인천시 산하 공사·공단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이력은 정규직·비정규직으로 분절된 노동시장 구조를 체감하게 했다.
김현기 위원장은 인천환경공단(2011년), 현 인천테크노파크 전신인 인천정보산업진흥원(2012년)을 거쳐 인천교통공사에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비정규직으로 근무했다. 인천교통공사 등 여러 기관에서 비정규직과 정규직으로 일한 경험은 그가 업무추진 과정에서 발생하는 조합원 간 견해차나 갈등을 조율하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김현기 위원장은 올해는 부족한 안전 인력을 확충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중대재해처벌법 등 강화한 안전 관리 법률을 준수하기 위해 안전 인력 증원이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인천교통공사는 전국 도시철도 운영 기관 중 안전 관리를 위해 현장에 투입되는 인력이 ㎞당 24.7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다.
노조, 취약계층 돕는 사회 공헌활동 적극 참여 의지도
"현재 안전 인력 부족과 무임수송 비용 적자로 인한 피해는 노동자에게만 전가되는 게 아닙니다. 도시철도를 이용하는 시민의 안전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노조 위원장으로서 조합원 권익을 보호하고, 공공기관 노동자로서 인천 시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노조가 지역사회에 도움이 필요한 취약계층을 돕는 공헌 활동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노조 활동이 인천교통공사 내부에만 머물지 않고, 인천 시민과 같이할 수 있는 일을 더 많이 찾겠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한 인천교통공사'라는 밑바탕에는 인천 시민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신뢰받는 기관이 되고자 하는 구성원들 바람이 담겨있습니다. 인천교통공사 노조가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글/박현주기자 phj@kyeongin.com, 사진/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