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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 반월산업단지 전경. 2023.1.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추운 대기를 뚫고 올라가는 하얀 연기와 시끄럽게 돌아가는 기계 소음, 뜨거운 믹스커피 한 잔 마시며 잠시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

경기 서부권 최대 국가산업단지인 반월·시화산업단지에서 쉽게 접했던 모습들이 종적을 감추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무역수지 적자가 이어지면서 새해 희망보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는 분위기다.

12일 오전 반월산업단지. 공장주와 노동자 모두 뿌연 미세먼지와 매서운 겨울 칼바람보다 보이지 않는 경기 회복을 더 걱정했다.

한 공장주는 "코로나19가 좀 잠잠해지나 했더니 금리와 원자재, 물가가 천정부지로 솟아 오히려 더 힘들어졌다"며 "연초부터 악재만 가득해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노동자들도 한목소리로 "설이 코 앞인데 보너스는커녕 급여조차도 걱정될 정도로 여건이 안 좋다"고 혀끝을 찼다.
"금리·원자재·물가 천정부지"
"보너스는 커녕 급여도 걱정"

실제로 안산상공회의소가 최근 안산지역 기업 125개사를 대상으로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기준치 100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65를 기록할 정도로 산단 현장의 분위기는 침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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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시 반월산업단지 문닫은 공장. 2023.1.12 /이지훈기자 jhlee@kyeongin.com

전국 평균 74, 도 평균 68보다도 낮을 정도로 경기 서부권 최대 산단이라는 말이 무색한 상황이다. 고금리로 인한 자금조달 여건 악화에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 등 대외적 악영향까지 겹치면서 코로나19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2020년 3분기(52) 이후 가장 낮은 기대감이다.

철강금속(100)을 제외한 운송장비(87), 섬유의복(78), 기계설비(67), 비금속(67), 목재종이(57), 전기전자(50) 등 전 분야에서 부진이 예상되고 심지어 석유화학(35) 분야는 부진을 넘어 침체까지 전망된다.

복합 원인, 당분간 해법 막막
안산상의 "정부의 대책 절실"
안산지역 중소기업들의 올 1분기 전망 매출액과 영업이익도 각각 68.8%, 60.8%로 연초부터 우울한 한해를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경기 침체의 원인이 원자재 가격 상승, 내수 및 수출 시장 악화, 고환율, 고금리, 인건비 상승, 구인난 등 워낙 복합적이라 해결책이 당분간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안산상의 관계자는 "10곳 중 8곳의 기업이 이전보다 낮은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외환시장 안정과 자금조달시장 경색 완화, 규제혁신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 등을 요구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정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안산/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