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 경쟁과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국제 공급망이 재편되고 경제와 안보의 결합이 심화하고 있다.
이에 대응하고자 정부는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국제 공급망에서 한국이 우위에 있는 분야를 '국가첨단전략산업'으로 지정해 대대적으로 지원하고 투자하는 '특화단지'를 조성할 구상이다. 국제경쟁에서 격차를 더욱 벌리고 첨단기술을 선점해 우위를 굳히겠다는 전략이다.
정부가 올해 상반기까지 지정할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의 핵심은 반도체다. 인천은 반도체 후공정(패키징·테스트)분야 세계 선두권 기업들과 중소기업을 비롯한 1천200여개 기업이 몰려 있다.
인천시는 반도체 패키징 산업을 주제로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지정에 도전하고 있다. 반도체라고 하면 보통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 사업장을 떠올리지만, 인천도 패키징 분야에선 국내 최고 수준의 산업 기반을 갖추고 있다.

생산물량 90% 항공기로 해외 판매
지난 12일 인천 중구 영종국제도시에 있는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을 찾았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3위 기업으로 지난해 3조7천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종에 1공장과 2공장이 있으며 직원은 4천400여 명이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이날 언론에 처음으로 생산 공정을 공개했다. 보안 검색대를 두 차례 통과해 방진복을 입고 에어샤워 공간에서 5초 동안 강한 바람을 맞은 뒤 반도체 패키징 생산현장에 들어섰다. 광활한 공간에 각종 패키징 장비가 끝없이 늘어서 있었다.

취재진이 방문한 1개 생산라인 면적만 5만㎡라고 하는데, 이 같은 규모의 생산라인이 1공장과 2공장에 총 6곳이 있다.
생산라인에서는 반도체 집적회로 핵심 재료인 원형 판 웨이퍼(Wafer)와 회로기판으로 불리는 PCB(Printed Circuit Board)를 결합하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이후 자동차 전자제어장치,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 반도체를 탑재하는 제품의 용도에 맞게 크기와 외형을 다듬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 같은 공정이 반도체 패키징이다. 공장 곳곳에는 정전기를 막는 작은 선풍기가 설치돼 있다.
현장을 안내한 스태츠칩팩코리아 관계자는 "반도체 제품에 쓰이는 전압은 220V인데, 공정에서 높은 전압의 정전기가 발생하면 불량이 생긴다"며 "공장 출입 과정이 까다로운 건 불량을 일으키는 미세한 먼지 하나 허용하지 않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패키징이 끝난 반도체는 검사(테스트) 과정을 거쳐 보관되다 공장 인근 인천국제공항 화물터미널로 이동한다.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생산한 반도체 90%는 해외로 수출한다. 전 세계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운송 적시성이 매우 중요해졌기에 모든 수출 물량을 항공기로 실어 보낸다. 2015년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인천 영종도에 반도체 완제품을 만드는 패키징 공장을 세운 이유다.
스태츠칩팩코리아 황용식 수석은 "기존 자사 공장이 있는 경기도 이천은 대기업(SK하이닉스)이 있어 입지가 좋지만, 수출 물량을 운송하기엔 불리한 편"이라며 "반도체 수요가 크게 늘면서 수출에 주력하고자 인천공항 인근에 새 공장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업그레이드 자주 논의 경쟁력 UP"

인천 남동국가산업단지와 주안국가산업단지 등지에 몰려 있는 PCB 제조업체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들과 협업하기에도 적절하다는 게 스태츠칩팩코리아의 평가다. 어떠한 제품에 반도체가 들어가느냐에 따라 PCB의 형태가 다른 만큼 개발 과정에서 협력업체와 끊임없는 소통이 중요하다고 한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인천이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돼 관련 기업들이 집적화하면 큰 시너지를 낼 것이라고 보고 있다.
황용식 수석은 "반도체 구매 고객사에서 통상 1년이 지나면 제품 가격을 깎으므로 하나의 제품만 생산해 높은 이윤을 창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계속 업그레이드된 반도체 신제품을 내놓으려면 소재나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들과 자주 만나 논의해야 한다"며 "반도체 특화단지를 통해 고도의 집적화를 이루는 게 반도체 패키징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유리하다"고 했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반도체 특화단지, 왜 인천인가 - '초격차'와 '중소기업' 두마리 토끼 잡기)
/박경호·한달수기자 dal@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