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진하는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계획을 보면, 점점 심해지는 국제사회 패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현재 한국이 강점을 지닌 산업분야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만큼 특혜가 쏟아지는 정책으로, 전국 광역자치단체와 기업이 특화단지로 지정받기 위해 열을 올리고 있다.

정부는 내달 말까지 광역단체와 기업을 대상으로 특화단지 지정 신청을 받아 올해 상반기 중 특화단지 지정 대상지를 선정할 계획이다.

특히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에는 인천시를 비롯해 경기도(용인시·이천시·평택시·남양주시·안성시 등 다수 기초자치단체), 강원, 충남, 경북, 광주·전남(공동), 대전, 부산 등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특화단지, 왜 인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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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인천시에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 세계 2위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세계 3위 스태츠칩팩코리아가 있으며, 남동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반도체 관련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체 1천200여개가 있다.

반도체는 2016년 이후 인천의 1위 수출 품목(122억 달러)으로 전체 수출의 26.5%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업체 수는 경기도에 이어 전국 2위 규모다. 인근 경기도 안산, 시흥, 부천 산업단지까지 연계하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서는 국내 최고 수준의 산업 생태계가 조성돼 있다.

인천시 반도체 특화단지 조성 계획은 남동국가산단, 송도국제도시, 영종국제도시 3개 지역이 핵심이다. 기업들이 몰려 있는 남동산단은 강소기업 육성 클러스터로, 송도는 R&D(연구·개발)와 인력 양성 거점으로, 영종은 새로운 반도체 산업단지(362만㎡) 조성으로 역할을 나눴다.

지역 수출 26.5% 업체수 전국2위
송도, 연구개발·인력양성 거점으로
영종, 새로운 반도체단지 조성 역할
경쟁자는 다른지역 아닌 '균형발전'

정부가 세계 초격차 1위 산업을 키울 전략을 세웠다면, 반도체 패키징 분야에선 이미 산업이 집적화한 인천을 특화단지로 지정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는 분석이다. 대기업 사업장이 중심인 다른 경쟁지역과는 달리 인천은 중소기업 육성이라는 명분도 있다.

강사윤 한국마이크로전자 및 패키징 학회(KMEPS) 회장은 "인천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와 스태츠칩팩코리아라는 수요 기업과 이들 기업에 납품하는 남동산단 등 생산기업 간 생태가 가장 확실한 지역"이라며 "바이오, 배터리, 자동차 전장 등 반도체를 접목할 수 있는 산업이 많은 미래 지향성도 강점"이라고 말했다.

인천의 유일한 경쟁자는 다른 지역이 아니라 '정부 방침'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반도체 특화단지 지정 근거인 국가첨단전략산업법은 '수도권 외의 지역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조항을 담았다.

인천시 이남주 산업진흥과장은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설명회 때 산업통상자원부 쪽에서 인천시는 반도체 패키징 분야로 신청할 거냐고 먼저 물어올 정도로 경쟁력은 공인됐다고 본다"며 "글로벌 시장 경쟁을 염두에 둔 국가 정책이므로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는 균형발전보다는 국가 경쟁력을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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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인천시 중구 영종국제도시 스태츠칩팩코리아 1공장 생산라인에서 관계자가 공정을 확인하고 있다. 2023.1.12 /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어떠한 기업이 있나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는 한국 최초 반도체 수출을 이룬 아남반도체가 전신으로 1998년 미국 앰코테크놀로지가 인수하면서 사명을 바꿨다. 송도에서 공장과 R&D센터를 운영하며 삼성전자, LG전자, 미국 폭스콘 등 글로벌 기업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스태츠칩팩코리아는 현대전자(현 SK하이닉스) 반도체 조립 부문으로 출범한 뒤 2차례 합병을 거쳐 2015년 자리를 잡았다. 스마트폰과 자동차 부품 반도체는 물론 최근 블록체인 기술에 쓰이는 새로운 반도체 기술도 개발했다.

1980년대 국내 기업의 전기·전자제품 수요가 늘면서 남동산단과 주안산단 등지에 회로기판을 만드는 업체들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대기업 수출이 늘어나고 반도체 관련 소부장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나 장비 수입 비중이 커지면서 물류환경 측면에서 인천이 유리한 입지이기 때문이다.

남동산단 중심 소부장 업체 1200개
앰코·한미반도체·제너셈 국내외 두각

주안산단에 있는 한미반도체는 패키징 공정에서 절단 후 세척·건조·검사·선별·적재 등 필수 장비와 반도체 칩 소음 차단 공정 장비에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이다. 1980년 반도체 제조용 장비 개발사업으로 시작했다. 현재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 ASE 등 세계 320개 기업에 장비를 공급하고 있다.

송도에 있는 제너셈은 레이저 원천 기술을 활용해 반도체 패키징 장비를 개발하는 업체다. 현재 반도체 패키징 등 후공정 장비 50여 개를 제작하고 있으며, 지난해 SK하이닉스와 반도체 패키징의 모든 과정을 한 번에 처리하는 장비를 공동 개발해 눈길을 끌었다.

인천의 한 PCB(Printed Circuit Board) 제조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수요가 많은 만큼 소부장 산업도 당분간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특화단지 지정으로 인천의 반도체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끌어올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진입 장벽이 비교적 낮은 편인 PCB 분야는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납품 단가 인하 등으로 소규모 기업이 타격받을 우려가 있다"며 "기술 수준을 높이는 방향으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지정 후 무엇이 중요한가
기업과 전문가들은 인천 반도체 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요소로 '산업단지', 'R&D'와 함께 '인력 양성'을 꼽는다. 인천 한 반도체 장비 제조업체 관계자는 "반도체 특화단지 등으로 규모를 키워도 활용할 사람이 없으면 기업 입장에선 난감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화단지 투자 인센티브로 고용보조금이나 장려금 등이 있지만, 고부가가치 산업인만큼 지원금이 있다고 아무나 뽑을 순 없다"며 "인천 반도체 산업 생태계가 필요한 사람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동반해야 장기적 발전을 기대할 것"이라고 했다.
"직원 교육이 최우선" 전문화 중점
인천반도체고 전환 '마이스터' 추진

인천시는 지난해 10월 반도체 특화단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인천대학교와 인하대학교, 성균관대학교, 한국공학대학교 등 교육기관을 참여하게 해 인력 양성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인천대 I-Nanofab 센터는 산업부가 지원하는 '반도체 인프라 활용 현장인력 양성사업'을 통해 중소·중견기업 재직자 교육과 취업준비생 취업 연계 교육을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강사윤 회장은 "남동산단 등지에 있는 기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재직자 교육이 최우선"이라며 "수도권 반도체 관련 대학교와 특수대학원을 기업과 연계해 기존 인력을 전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천시교육청은 현 인천정보과학고등학교를 인천반도체고등학교(가칭)로 전환하고 2025년부터 신입생을 모집할 계획이다. 올해 반도체 분야 마이스터고 지정을 신청할 방침이다.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전국에서 반도체 마이스터고로 지정받으려는 학교가 많아 경쟁이 치열하다"며 "인천이 반도체 특화단지로 지정돼 인력 양성 등 관련 계획이 구체화한다면 교육부의 반도체 마이스터고 지정 정성 평가에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표 참조·(클릭해서 확대하기)


/박경호·한달수기자 pkhh@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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