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머루는 짙은 자줏빛의 열매가 보기에 탐스럽고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며 맛과 성분이 뛰어난 기호식품이다. 포도보다 당도가 높고 암을 예방하는 물질이 5배 이상 많아 지난 2002년 미국 타임지에 세계 10대 건강식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타임지는 "어떤 과일이나 채소보다 항독물질이 많이 함유돼 있어 인체의 독소를 해독시키는데 뛰어난 기능을 가지고 있다. 피를 맑게 하는 탁월한 기능을 하며 대표적인 알칼리 식품으로 체질을 중화시키는 큰 역할을 한다"고 산머루를 소개했다.
산머루의 재배 역사는 파주시 감악산 자락에 위치한 산머루농원을 빼놓고선 논할 수 없다.
서우석씨 1979년 첫 재배, 1990년대 보급
아들 서부건씨가 이어 받아 2대째 경영
지하 15m 깊이에 73m 길이 '숙성터널'
본고장 프랑스와도 견줄만한 지하창고
오크통 '드라이'… 옹기 '스위트' 제품
"산머루 산미 더 많아 와인 제조 적합"
"항아리 숙성 부드러워지는 특성 지녀"
떫은 맛 덜하고 도수 12도 '초보 추천'

1977년 야생 산머루를 보고 머루농사를 생각해 낸 서우석씨는 1979년 머루 재배를 시작해 수년간의 시행착오 끝에 1980년대 국내에서 처음으로 산머루 재배기술을 개발하고 1990년 들어 전국에 보급한 주인공이다.
1995년 산머루 와인 가공공장인 산머루농원을 설립한 서우석씨에 이어 아들 서부건씨가 2012년부터 아버지 뒤를 이어 2대째 머루 와인을 만들고 있다.
포도와 산머루는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왠지 다른 느낌이다. 서부건 산머루농원 대표는 "포도와 산머루는 사촌지간으로, 야생포도가 머루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차이가 있다면 산머루는 산미(酸味·신맛)가 많아 와인을 만드는 데 머루가 좀 더 적합한 품종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산머루 와인은 12가지 공정을 거쳐 소비자에게 판매된다. 감악산 자락에서 '재배'된 산머루는 9~10월 '수확'한 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선별'작업에 들어간다.
머루 알갱이와 줄기를 구분하는 '재경'과 머루를 으깰 때 씨앗이 깨지지 않는 범위에서 '파쇄'를 한 후 대형 탱크에서 머루와 효모를 접종하는 '사입'을 거쳐 30℃ 이하의 온도에서 7~10일간의 '1차 발효'를 한다.
또 찌꺼기를 분리하는 '착즙'을 하고 '2차 발효 및 숙성'에 들어가는데 오크통, 항아리, 탱크 등 숙성방법에 따라 짧게는 3년에서 길게는 5~6년의 숙성기간과 제품 균일화 작업인 블렌딩(Blending)을 거쳐 불순물을 제거하는 '여과'와 '병입 및 포장' 작업으로 마무리된다.
산머루 와인의 맛을 좌우하는 것은 바로 '숙성'이다. 현재 산머루농원의 산머루 와인은 오크통 숙성을 거친 '머루 드 서 드라이'와 옹기 숙성을 거친 '머루 드 서 스위트'를 생산하고 있다. 드라이 제품은 10년 이상, 스위트 제품은 3~5년 숙성을 거쳐 병입이 이뤄진다.
'머루 드 서 드라이'와 '머루 드 서 스위트'는 지상에서 발효를 한 후 지하에 위치한 숙성실과 숙성터널로 보내져 숙성과정을 거친다.
지하 숙성실에는 13t짜리 탱크에 10t의 산머루를 넣고 효모를 접종하는 데 이런 탱크가 14개 설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순수하게 와인을 숙성시키기 위한 총 길이 73m짜리 와인 숙성터널까지 지하 15m에 마련돼 있어 와인의 본고장인 프랑스의 지하 창고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장기숙성할 수 있는 우수한 시스템을 갖췄다.

숙성공법 또한 와인 맛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보통 와인 숙성방법으로 오크통 숙성만 주로 생각하지만, 서 대표는 우리나라 토종 과실인 산머루를 갖고 와인을 만드는데 우리 것을 찾아서 좀 차별화해보자 해서 찾은 것이 항아리 숙성의 '머루 드 서 스위트'다.
'머루 드 서 스위트'에 대해 서부건 대표는 "항아리 숙성 와인은 약간 부드러워지는 특성을 나타내고 있다"며 "나름대로 좋은 품질의 제품이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산머루농원 와인 숙성터널엔 기본적으로 100개 정도의 오크통에 산머루 와인을 저장하고 있다. '머루 드 서 드라이'는 오크통에서 배어나는 오크향이 상당히 좋고 와인 맛이 좀 무게감이 느껴지는 특성도 갖고 있다.
산머루 와인은 포도 와인에 비해 쓰고, 떫은맛이 덜하다는 평가를 받는 데 산머루 와인에 탄닌 성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런 산머루 와인을 오크통에서 숙성시킴으로써 부족한 탄닌 성분을 보완해 와인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오크통에서 일정기간이 지나 숙성 목적이 끝나면 병으로 다시 옮겨 병입 숙성을 시키고 있다. 가장 안전하면서 장기적으로 오래 보관할 수 있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에 병에서 숙성시키는 과정도 차별화시키는 요소다.

산머루농원의 '머루 드 서 드라이'와 '머루 드 서 스위트'의 알코올 도수는 12도다. 산머루 와인의 특성은 탄닌이 많지 않아서 평소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보다는 와인을 처음 접하는 초보자에게 추천해 주기 좋은 와인이다.
주로 식후에 마시는 레드라벨의 '머루 드 서 스위트'는 좀 단맛이 강하고 달콤한 향이 잘 어우러져 여성들이 많이 찾는다.
생산연도에 따라 포도 와인의 맛과 가격이 천차만별인 것처럼 산머루 와인도 어떤 해에 생산됐느냐에 따라 맛이 크게 다르다.

서 대표는 산머루의 품질이 가장 좋았던 2006년도에 생산한 산머루 와인을 적극 추천한다. 2006년산 산머루 와인의 경우, 와인의 당도가 기본적으로 20브릭스(Brix)에서 23브릭스까지 나왔다고 귀띔했다. '브릭스(Brix)'란 와인 100g에 들어있는 당을 말하는데, 당의 함량이 높을수록 와인의 알코올 함량이 높아진다.
서 대표는 "와인 열풍에도 불구하고 국산 와인까지 바람이 미치지 않은 데다 코로나19로 인해 와인 농가가 힘든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며 "품질 좋은 산머루 와인을 통해 산머루농원의 성장과 함께 지역 산머루농가의 활성화에 보탬이 되겠다"고 말했다.

파주/이종태·문성호기자 moon23@kyeongi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