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자로 쓰인 시는 점과 선, 색으로 형태를 갖춰나가고 시인이 시를 쓰면 그 뒤를 따라 화가가 그림을 그리고 색을 칠했다. 전통 한지를 활용한 탁본 기법이 눈길을 끌며 아크릴과 크레파스, 연필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그림에 생동감을 더한다.
'다시 천 년을 넘어-백제금동대향로'를 통해 인연을 이어 온 두 작가는 '함께'라는 말에 주의를 기울여 왔다. 나태주 시인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 수많은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고 있음에서 '함께'의 의미를 찾아본다.
시화집에는 '거울', '뒷모습', '눈사람'처럼 그동안 시인이 일상에서 발견해 온 낯설고 생소한 순간들과 마음을 뒤흔들었던 인기척들이 기록돼 있다. 꺼끌꺼끌한 종이 위에 색으로 얹어진 시어들은 저마다의 온기를 갖고, '어째서 결국 함께인가?'라는 물음에 고민한 시인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겨져 있다.
그리고 세상 속에서 저마다 살아가는 풍경들은 다르며, 그 속에서 서로의 틈을 메우기 위해 내놓는 오답들이 상대방에게 가는 하나의 징검다리가 될 수 있음을 책은 이야기한다. 이호신 화가는 바라보는 행위로부터 '함께'의 의미를 찾으며 '상생(相生)'을 언급한다.
그가 그려내는 그림 속 이야기와 정성스레 써내려간 듯한 시의 조각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오래도록 마주한다'는 상생의 확장된 뜻을 한 번 더 곱씹어보게 한다. 각자가 지닌 언어는 다르지만, 들려주고 싶고 표현하고 싶은 이야기가 조금씩 닮아 있는 이들의 시화집은 독자들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풍경으로 남는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