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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수장고인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에서 유물들을 좀 더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보관 위치가 정해져 있는 유물들 사이에서도 관람객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수장고를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수장고 산책: 유리정원'은 수장고에 보관된 도기·토기·석기 유물 중에서 식물의 문양이 장식된 것들을 모아 해설사와 함께 돌아볼 수 있는 국립민속박물관 파주의 두 번째 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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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장고 산책: 유리정원' 전시장 모습.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전시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박물관 수장고를 들여다볼 수 있는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6개의 공간이 각각의 정원으로 재탄생했다. 한겨울에 온실과 같은 느낌을 주는 유리정원 안으로 산책하듯 들어가면 소나무, 대나무, 매화, 모란 등의 문양이 아름답게 새겨져 있는 다양한 70여 점의 유물을 마주할 수 있다.

이러한 식물의 문양은 선비·부귀·풍요·치유·사색·생명의 정원이란 이름으로 나뉘어 있다. 추위에 굴하지 않는 소나무와 대나무, 매화는 군자의 모습에 비유된다.

식물 문양 도기·석기 등 관람 가능
정원 산책하듯 6개 공간으로 구성
하루 4번 해설사 동행, 이해 도와

선비의 정원에는 대나무 문양의 벼루와 매화형 연적, 백자청화난초문연적 등 선비를 상징하는 식물과 일상 용구들을 만나볼 수 있다. 화려하고 풍성한 꽃을 피우는 모란은 부귀와 행복의 의미를 담고 있으며 오늘날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는 문양이다. 부귀의 정원에서는 백자청화철화모란문호, 모란문 접시와 같이 풍성한 모란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이와 함께 떡에 무늬를 찍는 떡살에 새겨진 국화처럼 수확과 풍요를 상징하는 문양, 몸과 마음의 병을 다스리는 데 쓰인 식물과 약탕기·약절구, 생명의 탄생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화분과 태항아리에 새겨진 문양까지 다채롭게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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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6개의 정원을 돌며 식물이 새겨진 유물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이토록 여러 모습으로 표현돼있는 식물이 신기할 뿐 아니라, 이전에 봤던 유물조차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유리 앞쪽 나비 표식을 찾으면 식물 문양이 그려진 유리정원의 유물을 쉽게 발견할 수 있으며, 하루에 4번 해설사들과 함께 이곳을 산책할 수 있어 각 유물이 가진 의미와 가치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또 정원과 정원 사이 비밀의 정원이 하나 있는데, 소장 유물 가운데 전시되지 못한 식물 관련 그림들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곳으로 어떤 그림들이 있는지 잠시 쉬어가며 살펴보는 재미가 있다.

본래 기능상 공간적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는 수장고이지만, 국립민속박물관 파주는 지난 첫 번째 전시인 '소소하게 반반하게'로 소장 유물과 이를 재해석한 현대 공예작가들의 작품을 보여준 데 이어 이번 '수장고 산책: 유리정원'으로 다양한 실험적 콘텐츠를 선보여 깊은 인상을 남긴다.

수장고의 개방을 넘어 이를 함께 공유하고 활용하는 즐거움을 느껴볼 수 있는 이번 전시는 2월 26일까지 계속된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