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터 바이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페터 바이벨 : 인지행위로서의 예술' 전시 전경.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미디어 아트의 발전사에서 페터 바이벨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세계적인 미디어 개념미술 작가인 그는 예술가이자 큐레이터이자 이론가로 활동하며 미디어 아트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올해 국립현대미술관의 첫 전시는 이러한 페터 바이벨의 대규모 회고전으로 시작한다. 그는 1960년대 의학과 수리논리학을 배우며 예술가들과 협업으로 영상작업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예술과 과학 그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재료와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만의 예술 세계를 끊임없이 확장해 나간 페터 바이벨, 그가 전하는 메시지는 '인식의 과정' 그 자체이다.

독일 카를스루에 예술미디어센터(ZKM)와 공동 기획한 교류전 '페터 바이벨: 인지행위로서의 예술'은 퍼포먼스, 사진, 언어분석, 비디오, 컴퓨터 기반 설치 작업 등 그의 작품 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70여 점의 대표작을 만날 수 있다.

'미디어 아트' 거장의 대규모 회고전


이번 전시는 일반 전시장이 아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의 다원공간을 중심으로 복도와 중층공간 등을 활용해 구성돼 있다.

작품 '여자로서의 자화상'은 바이벨이 자신의 눈이나 입을 신문이나 광고 사진의 일부로 덮은 채 찍은 사진이다. 다른 얼굴이나 성별, 개체로 보일 수 있는 이 사진은 마치 오늘날의 인스타그램, 스냅챗 등에서 보이는 '셀피' 문화와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바꿀 수 있는 증강현실 효과들을 예견한 듯하다.

페터 바이벨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페터 바이벨 : 인지행위로서의 예술' 전시 전경.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다원성의 선율'은 바이벨의 대표작 중 하나이다. 11개의 스크린에서 보이는 영상은 바이벨이 2년간(1986~1988) 가공하고 수집한 대중매체 이미지와 비디오, 영화 등이 한 데 결합해 정보혁명의 시대를 보여준다. 당시 디지털 특수 효과와 기술의 정수를 느껴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번 전시에서는 공감각적 효과를 더하기 위해 각각이 가진 사운드를 새롭게 편집했다.

퍼포먼스·사진·언어분석·비디오 등
대표작 70여점 전시, 작품 세계 조망
다원공간 중심 복도·중층 활용 구성


페터 바이벨은 1966년을 기점으로 자신의 작품에 인터랙티브 요소를 포함 시키며 관객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참여를 유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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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페터 바이벨 : 인지행위로서의 예술' 전시 전경.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작품 '관찰을 관찰하기:불확실성'은 3대의 카메라와 3대의 모니터를 원 모양으로 서로 마주 보게 두고 있다. 바닥에 그려진 기하학적 문양 안으로 들어가 모니터를 들여다보면 자신의 뒷모습이 보인다.

아무리 몸을 비틀고 돌려도 앞모습이나 얼굴을 볼 수 없게 만들었는데, '관찰자가 자신의 관찰을 직접 관찰할 수 없다'는 메시지를 던지며 인간 지각 장치의 한계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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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열리는 '페터 바이벨 : 인지행위로서의 예술' 전시 전경. /구민주 기자 kumj@kyeongin.com

이 밖에도 아픈 환자가 통각과 통증을 느끼며 힘겨워하는 소리를 담아낸 '신음하는 돌', 사진·라디오·전화·텔레비전의 기능을 합친 미니어처 크기의 장치를 상상해 담아낸 '인포메이션 유닛', 모든 알파벳을 하나의 3차원 입체 문자로 표현해낼 수 있는 '알파벳 스페이스', 모니터 속 눈을 보며 관찰자가 관찰되는 피드백의 순환을 나타낸 '비디오 루미나' 등 바이벨이 세상을 바라보는 철학적 관점과 깊은 사유 속에서 관람객들은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전시는 오는 5월 14일까지.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