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의 기대와 압박 속에 좀처럼 글을 쓰지 못하던 신인 작가 셰익스피어, 그는 꽉 막혀버린 영감을 살아나게 해줄 자신만의 뮤즈를 찾아 헤맸다. 여성이 연극 무대에 설 수 없었던 16세기 런던에서 연극을 동경하던 비올라는 '켄트'라는 이름의 남자로 연극 오디션에 참가했고, 운명처럼 만난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가난한 극작가와 부호의 딸, 그리고 그들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속에 탄생한 '로미오와 줄리엣'.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연극 '셰익스피어 인 러브'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이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사랑 이야기에서 시작됐다는 상상에서 출발한 작품이다.
'셰익스피어',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소재는 어떻게 보면 흔하게 여겨질 수 있지만, 문헌에 나오지 않는 셰익스피어의 사랑을 소재로 삼으며 그 이면에 연극 무대라는 꿈을 좇는 이들의 노력과 희생을 풀어낸 것은 이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중요한 메시지라 할 수 있다.
송한샘 프로듀서는 "원작 영화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연극화된다는 이야길 듣고 관심이 많았다. 인물들이 무대를 만들기 위해 꿈을 꾸고 실현해 나가는 과정이 아름다웠다"며 "클래식이라는 것은 시공간에 굴하지 않고 가치를 굳건히 유지한다. 이 작품도 그러한 연장선에 있다"고 말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대문호 상상서 출발
'동명 영화' 연극으로 매력·장점 살려
첫연극 도전 배우 정소민·김유정 주목
'동명 영화' 연극으로 매력·장점 살려
첫연극 도전 배우 정소민·김유정 주목
동명의 영화를 원작으로 하는 이 작품은 연극이 가지는 매력과 장점을 극대화 시키며 뮤지컬적 요소를 적절하게 엮어낸 것이 특징이다. 22명의 배우가 관객을 향해 각기 다른 표정과 행동, 대사를 펼쳐내며 하나의 살아있는 장면을 만들어 내고, 화려하게 만들어진 세트가 지루할 틈 없이 움직이며 관객들의 주의력을 높일 수 있도록 했다.
원작의 대사에 충실하되 극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말과 행동은 현대적 감성을 담아 친근하게 전달하려 했다는 것이 송 프로듀서의 설명이다.

셰익스피어 역의 정문성·이상이·김성철과 비올라 역의 정소민·채수빈·김유정 등 연기력과 대중성을 갖춘 화려한 캐스팅도 눈길을 끈다. 특히 이번 작품에는 연극무대에 처음 도전하는 배우 정소민과 김유정이 많은 주목을 받기도 했다.
김유정은 "이 작품을 하기로 한 뒤 두려운 마음도 있고 무섭기도 했다. 연극 대본은 처음 읽어봐 어떻게 분석하고 받아들여야 할지 엄두를 내지 못했다"면서도 "막상 연습을 시작하고 나니 다른 배우분들이 좋은 길로 이끌어 줬고, 의견도 구하며 캐릭터를 잡아갔다. 내가 하는 한 마디 한 마디가 관객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수 있을지 고민하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고 했다.
'하나의 팀',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이 공통으로 던진 말이다. 무대 위에서 또 다른 무대를 만들어가는 만큼 모든 배우의 꿈과 염원이 실제로 녹아있다는 것.
김성철은 "많은 사람이 배우를 꿈꾸고 연극을 만들어내고 싶어하는 과정을 연극으로 보여줄 수 있어 대단한 작품이라 생각한다"며 "21세기에도 셰익스피어가 쓴 글들, 모든 배우가 하는 말들이 다양함을 내포한 예술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