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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성옥희기자 okie@kyeongin.com/클립아트코리아

콘고지신(Contents+온고지신). 옛것을 익히고 새로운 것을 안다는 '온고지신'에 콘텐츠를 합성한 신조어다.

포켓몬 열풍에 이어, 슬램덩크, 마시마로, Y2K 패션 등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린 것 같은 풍경이 각종 미디어에 펼쳐지고,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되고 있다.

2023년은 레트로(Retro=과거의 모양·정치·사상·제도·풍습 따위로 돌아가거나 그것을 본보기로 삼아 그대로 좇아 하려는 것) 문화가 별난 일부의 사람들이 즐기는 취향을 넘어 하나의 사회현상으로 번지고 있다.

1990년대 1억2천만부 만화 '슬램덩크' 26년만에 영화 개봉 이례적 흥행
국내 토종 캐릭터 '마시마로' 3040 추억 소환·1020엔 애착 인형 등 주목
과거 콘텐츠 활용해 새 수요 창출 '콘고지신' 2023년 산업 전망 키워드로
익숙·신선함 폭넓은 어필… 불황에 구매력 가진 연령대 취향 공략 주장도


철지난 유행도 다시보자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불을 붙였다. 수년 전부터 1990년대~2000년대를 장식한 키워드가 돌아오는가 싶더니, 최근 개봉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레트로 문화가 가진 폭발력을 확인시켰다.

슬램덩크는 1990년~1996년 연재된 일본만화다. 만화 슬램덩크는 전 세계에서 약 1억2천만 부가 넘게 팔린 '대작'이기도 하다. 특히 한국에서는 1991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외국만화 사전심의 확대로 제한적으로나마 일본만화 정식수입의 길을 열어놓음과 거의 동시에 국내에 정식소개된 작품이었던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연재가 종료된 뒤에도 속편에 대한 소문이 끊임없이 나올 정도로 긴 여운을 남긴 작품인 슬램덩크가 26년 만에 영화로 돌아왔으니, 당시의 감동을 다시 느끼고 싶은 3040세대가 극장에 몰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또 1020세대를 자극하기에도 콘텐츠가 가진 매력이 충분했던 만큼 애니메이션 영화의 이례적 흥행에 관심이 집중될 만도 하다.

이에 맞춰 서점에는 극장판 개봉에 맞춰 출간된 '슬램덩크 챔프'가 베스트셀러 1위를 기록하는가 하면, 이름을 딴 와인까지 출시될 정도로 지금 여러 업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돌아온 1990년대~2000년대 콘텐츠를 보자면, 비단 슬램덩크만이 아니다. 국내 토종캐릭터 '마시마로'도 토끼의 해를 맞아 돌아왔다. 2000년대 플래시 애니메이션은 물론,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던 마시마로가 새해를 맞아 국회 중앙잔디광장에 등장한 것에 이어, 새로운 아이템으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여러 브랜드의 마시마로 소환이 이어지고 있다.

오비맥주는 카스의 밀맥주 브랜드 '카스 화이트' 판촉행사의 일환으로 마시마로 한정판 굿즈를 출시한다. 이랜드가 운영하는 SPA브랜드 스파오도 마시마로와 협업 상품을 출시했다. 롯데GRS가 운영하는 커피 프랜차이즈 엔제리너스는 첫 시즌 신제품으로 마시마로와 딸기를 활용한 신제품을 출시한다. 3040세대에는 추억의 캐릭터로 1020세대에는 애착인형 등으로 잘은 몰라도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주면서 흥행을 예고하고 있다.

여기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주연의 영화 '타이타닉(1998)'이 25주년을 맞아 8일 재개봉하면서 레트로 열풍에 가세했다. 4K 3D 버전으로, 개봉 첫날부터 예매율 1위를 찍으며 '레트로=대박'이라는 흥행공식을 써내려가고 있다.

슬램덩크
만화 '슬램덩크'와 영화 '타이타닉' 등 1990년대 처음 선보인 콘텐츠들이 2023년 극장가로 돌아오면서 화제를 뿌리고 있다. 사진은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와 '타이타닉', '포켓몬스터 극장판-정글의 아이 코코' 포스터. /네이버 영화 제공

 

왜 콘고지신일까
한국콘텐츠진흥원은 2023년 콘텐츠 산업 전망 키워드로 '콘고지신'을 선정해 발표했다. 과거의 콘텐츠를 활용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 전략을 뜻한다. 지난해 말 열린 '콘텐츠 산업 2022년 결산 및 2023년 전망 세미나'에서는 콘고지신으로 세대와 장르, 형식을 넘어서는 콘텐츠 IP 성공 사례를 핵심자원으로 조망했다.

콘고지신이 중요한 문화 키워드로 떠오른 배경에는 여러 설명이 가능하다. 우선 주요 마케팅 타깃인 'MZ세대'가 새로운 자극으로 20여년 전 문화에 집중한다는 점을 꼽는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생으로 지금 20대에서 40대까지 폭이 넓다. 3040에는 어린 시절을 떠오르게 하는 익숙함으로 어필할 수 있고, 20대에는 신선하다는 반응을 얻으면서 한 세대를 아우르는 마케팅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실제 흥행하고 있는 슬램덩크(1990)나 마시마로(2000), 타이타닉(1998), 포켓몬스터(1996) 등은 나온 지 20여년 안팎이라는 MZ세대의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콘텐츠다.

또 다른 설명으로는 불황이 불러온 레트로 유행이다. 어려운 시기를 겪다 보면 과거 추억과 즐거움을 회상하게 되는 데, 이 때 소환되고 소비되는 것이 레트로 문화라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삶이 어려워지자, 자연스럽게 레트로 스타일의 콘텐츠를 소비하면서 청소년기로 돌아가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셈이다.

불황이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동안 레트로 유행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뒤를 따른다.

이와 비슷하게 1020세대의 구매력이 약해, 업계가 3040세대 공략에 나섰다는 주장도 있다. 최근 '무지출 챌린지-지출을 하지 않고 일상을 보내는 시도' 등과 같이 기존에 문화 소비를 주도하던 1020세대가 지갑을 닫으면서 상대적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3040세대의 취향을 자극한다고 보는 시각이다.

1990년대~2000년대 콘텐츠의 영향력도 콘고지신이 힘을 받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OTT(Over The Top=인터넷을 통해 볼 수 있는 TV 서비스)의 등장이나 웹툰의 성장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만큼 역설적으로 한 세대를 아우르는 하나의 콘텐츠가 탄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다. 그에 반해 1990년대~2000년대에는 상대적으로 소수의 콘텐츠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기 때문에 다시 힘을 발휘하는 데 필요한 발화점이 낮다는 것이다.

바꿔 말해 볼거리가 많은 지금에서는 성공을 거둔 콘텐츠조차도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과거에는 직접 해당 콘텐츠를 즐기지 않았더라도 주변의 반응으로 간접적으로나마 접했을 가능성이 높아 부담 없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김성주기자 ksj@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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