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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인시의회 김길수 의원. /용인시의회 제공
시의원은 국회의원에게 복종해야 하는 충견이니까
멍멍

9일 열린 용인시의회 제27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중 한 기초의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국민의힘 김길수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용인시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관한 반대토론 과정에서 이 같은 폭탄발언을 내뱉었다.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 논리에 따라 시의원들이 움직이는 점을 꼬집는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상황을 자조 섞인 목소리로 표출한 셈이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이상욱 의원은 지난 1월31일 기존 용인시 갈등조정협의회의 설치와 위원 구성에 대한 규정을 정비해 각종 정책 수립 또는 사업 추진 시 유발되는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갈등 상황 발생 시 주민 1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구하면 시장에게 협의회 설치를 요구할 수 있고 시장은 이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게 핵심이다. 기존 협의회 위원은 시장이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었으나 이를 시의회가 추천하는 자 또는 갈등 당사자의 대표가 포함되도록 범위를 넓히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본회의에 앞서 지난 8일 열린 자치행정위원회 상임위에서 이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이미 상당수 협의체가 구성돼 있는 상태에서 중복된 협의체가 만들어질 경우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고 정책 결정마다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토론을 거쳐 투표까지 간 끝에 4대 4 동수가 나와 부결됐다. 

이상욱 시의원 '갈등예방 해결 개정조례안' 발의했지만
자치행정위 상임위서 '4대 4' 동수로 통과되지 못해
다음날 본회의서 살아나 '찬성 17표, 반대 15표' 통과
이에 이 의원은 곧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상임위에서 개정안이 부결된 점을 강하게 규탄하는 한편, 이 과정에서 이상일 시장을 비롯한 일부 국민의힘 시의원들의 실명까지 거론하며 날선 비판에 나섰다. 이 의원은 "민주당 용인시(정) 지역위원회는 죽전데이터센터 주민의 의견을 받아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협의체 구성을 이 시장에게 요청했으나 이를 무시했다"며 "주민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 막가파식 행정의 모든 책임은 이 시장과 국민의힘에 있다"고 밝혔다.
이창식 국힘 대표의원 "부결 하루 만에 통과시켜" 반발
김길수, 지역구 국회의원 배후서 '정치적 논리로 압박' 지적
"시의원들 국회의원 하수인… 복종해야 하는 충견이니까"
그러나 상임위에서 부결된 안건은 다음날 열린 본회의에 되살아났고 표결을 거쳐 찬성 17, 반대 15표로 통과됐다. 지난해 12월에도 '용인시 공공시설 개방 및 사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앞서 상임위에서 부결됐으나 본회의에 다시 올라와 통과되는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현재 용인시의회 의석수는 민주당 17석, 국민의힘 15석이다.

이에 시의회 국민의힘 측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창식 국민의힘 대표의원은 "소관 상임위에서 충분히 논의됐음에도 부결 하루 만에 본회의에 재상정해 통과시킬 거면 상임위는 뭐하러 하느냐"며 "머릿수로 밀어붙이기 통과를 주도하는 건 다수당의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본회의에서 연설대에 오른 김길수 의원은 지난해 12월에 이어 '어차피 가결'로 되풀이된 이번 사례까지 모두 지역구 국회의원이 배후에서 정치적 논리로 시의원들을 압박했다는 점을 문제 삼고 나섰다. 김 의원은 "싸움은 여의도에 가서 하라. 동네 삼촌이 꼬마 아이들 부추겨서 서로 치고받게 하는 싸움질 구경 놀이는 이제 그만하라"고 일침을 날리는 한편 "어쩔 수 없고 다 이해한다. 불가항력적이라는 것을. 어차피 시의원들은 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하수인이며 그들에 복종해야 하는 충견이니까"라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오늘도 허공에 짖어댄다. 멍멍"이라고 읊조리듯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