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원은 국회의원에게 복종해야 하는 충견이니까."

9일 열린 용인시의회 제270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 도중 한 기초의원의 입에서 나온 발언이다. 국민의힘 김길수 의원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된 '용인시 갈등 예방과 해결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에 관한 반대토론 과정에서 이 같은 발언을 내뱉었다. 지역 국회의원의 정치 논리에 따라 시의원들이 움직이는 점을 꼬집는 동시에 그럴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상황을 자조 섞인 목소리로 표출한 셈이다.

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이상욱 의원은 지난 1월31일 기존 용인시 갈등조정협의회의 설치와 위원 구성에 대한 규정을 정비해 각종 정책 수립 또는 사업 추진 시 유발되는 갈등을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갈등 상황 시 주민 14분의 1 이상의 동의를 구하면 시장에게 협의회 설치를 요구할 수 있고 시장은 이 요청에 응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한 게 핵심이지만, 전날 열린 자치행정위원회 상임위에서 이 안건은 통과되지 못했다.

용인시의회 국힘 김길수 의원
부결된 안건 본회의 재상정에
구조적 상황 자조적인 목소리


중복된 협의체가 난립할 경우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 있고 정책 결정마다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투표 끝에 4대 4 동수로 부결됐다.

그러나 부결된 안건은 다음날 열린 본회의에 되살아났고 표결을 거쳐 찬성 17, 반대 15표로 통과됐다. 지난해 12월에도 '용인시 공공시설 개방 및 사용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앞서 상임위에서 부결됐으나 본회의에 다시 올라와 가결된 똑같은 상황이 벌어진 바 있다. 현재 용인시의회 의석수는 민주당 17석, 국민의힘 15석이다.

이와 관련 김길수 의원은 본회의에서 작심발언에 나섰다. 지난해 12월에 이어 '어차피 가결'로 되풀이된 이번 사례까지 모두 지역구 국회의원이 배후에서 정치적 논리로 시의원들을 압박했다는 점을 꼬집으며 "싸움은 여의도에 가서 하라. 동네 삼촌이 꼬마 아이들 부추겨 서로 치고받게 하는 싸움질 구경 놀이는 이제 그만하라"고 일침을 날리는 한편 "어쩔 수 없고 다 이해한다. 불가항력적이라는 것을. 어차피 시의원들은 당과 지역 국회의원의 하수인이며 그들에 복종해야 하는 충견이니까"라고 작심 발언을 이어갔다.

그러면서 "오늘도 허공에 짖어댄다. 멍멍"이라고 읊조리듯 말했다.

용인/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