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인 키이우를 침공하면서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전세계 경제를 크게 뒤흔들었다.
각종 원자재 가격이 치솟아 인플레이션이 세계 각국을 덮쳤고, 이로인한 금리 인상은 부동산 등의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초부터 화두가 된 난방비 폭탄 논란 역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에 따른 LNG 가격 급등이 배경에 있을 정도다. 전쟁의 공포를 직접 느끼진 못하더라도, 경기도·인천시 서민들의 일상에 전쟁이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셈이다.
이런 와중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수출길이 막힌 기업들에겐 전쟁 여파가 좀더 피부에 와닿을 수밖에 없다. 다수의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틈새시장을 공략해 위기를 기회로 삼는 경기도내 기업들도 하나둘 늘어나는 추세다.
■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1년
전쟁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EU(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참석해 지원을 요청했고, 같은 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대적 공세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뿐 아니라 다른 나라 역시 많은 변화를 겪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의존도가 높았던 각종 원자재, 식자재 등에 공급난이 발생하면서 가격이 올랐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이 각국 경제를 흔들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제재에 나선 점도 변수가 됐다.
전쟁 장기화에 시장도 충격서 회복세
루블화 강세 일부 진출社 매출 상승
다만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시장도 전쟁의 충격에서 벗어나 조금씩 흐름을 회복하는 추세다.
러시아 루블화가 오히려 지난해 하반기엔 전쟁 전보다 더 환율이 오르는 등 강세를 보이면서 러시아 현지에 진출해있던 한국기업들 중 일부는 오히려 매출이 전보다 상승하기도 했다. 러시아 시장에서 철수했던 국내 주요 기업들도 하나둘 시장 재진입 기회를 엿보는 추세다. → 그래프 참조
■ 위기가 기회될까… 어려움 속 틈새 수요 노리는 경기도 수출기업들
전쟁으로 어려움이 커진 수출기업들은 마냥 좌절하지는 않는 모습이다. 여러 고충에도 불구하고 수출을 계속 이어가는가 하면,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화장품 업계가 대표적이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유럽 화장품 기업들이 러시아 현지에서 대거 철수하자, 그 수요가 경기도를 비롯한 한국 화장품 기업들에 향한 것이다.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GBC(경기비즈니스센터)를 운영하는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이하 경과원) 측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유럽 화장품 기업들이 빠져나가면서 러시아 바이어들에게서 화장품 수출 문의가 늘어났다.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K뷰티의 명성이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하반기에 루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이런 움직임이 더 공고해졌다. 올해도 이런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위기가 기회가 된 셈이다.
유럽 화장품 철수… 러, 韓수출 문의
대금문제 제재 우회 등 다방면 대응
경기도 등도 현지에 진출해있는 기업들이나 수출해온 기업들의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 중점을 두고 있다.
경과원 관계자는 "전쟁이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가운데 현지 상황을 면밀히 파악해, 기업들에게 실질적으로 필요한 점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례로 전쟁 이후 기업들의 최대 난제가 대금 문제였는데, 제재 대상인 러시아은행 대신 다른 은행으로 연계해 송금이 차질을 빚는 일을 막는 등 GBC 모스크바를 중심으로 다방면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강기정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