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이중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도자재단 소장품 특별전 '감각의 이중주' 전시 모습. 2023.2.22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무언가를 담는 형태의 '기(器)'라는 것은 과거 음식을 담거나 보관하는 용도 등 실생활에 쓰기 위해 만들어졌다. 그러나 현대에 와서는 실용적인 쓰임뿐만 아니라 예술성을 지닌 하나의 작품으로 여러 가치와 의미를 함께 지니고 있다. 바닥 위로 쌓인 내부 공간, 그 안에 담겨지는 일상의 친숙함과 깊은 사유.

여주 경기생활도자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감각의 이중주'는 작가의 이러한 '감각'들, 예술과 실용성을 포용하는 '이중주'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약 20년에 걸쳐 모은 한국도자재단의 소장품 가운데 78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동시대에 '기'라는 작품에 대한 새로운 접근과 시각, 그러면서 작가들이 잃지 않는 고유의 개성과 멋까지 함께 느껴볼 수 있다. 


20년간 모은 한국도자재단 소장작품 엄선 78점 선봬
'얼굴모양 용기' 독특한 형태 '건축전 부피' 빛과 조화

 

15_2.jpeg
2023.2.22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번 전시의 주제를 꿰뚫고 있는 다양한 작품 가운데서도 필립 바드의 '얼굴모양 용기'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2001년부터 2009년까지 경기세계도자비엔날레 국제공모전은 생활도자와 조형도자 부문을 구분해서 공모했다. 2005년 국제공모전 대상을 수상한 필립 바드의 이 작품은 도자와 조각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두 갈래로 분리된 기존 사고에 질문을 던지고 있다.

작품은 절반씩 다른 모양으로 생겼는데, 도자기 고유의 형태를 띠는 반쪽과 독특한 형태를 띠는 반쪽이 하나로 합쳐져 있다. 작품 뒤로 보이는 작가의 사진에도 왼편과 오른편으로 얼굴이 나뉘어 있는데, 보는 이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작품의 의미를 한번 더 새겨보게 한다.

감각의 이중주
2023.2.22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2007년 국제공모전 대상작인 보딜 만츠의 '건축적 부피'는 원기둥 형태의 용기에 직선과 사선으로 만들어진 기하학적 문양들을 안팎에 새겼다.

용기가 얇게 제작되다 보니 투명도가 높아 안팎에 그려진 그림들이 비치고, 깨지기 쉽지만 아름다운 요소들이 상호작용하고 있다. 크기에 따라 늘어선 작품은 빛의 방향과 시선의 각도 등에 따라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며 도자예술의 정수를 보여준다.

스테파니 헤링 에스링어의 '우아한 만찬'은 색채를 배제하고 깔끔하면서도 단정하지만 낭만적이면서 특징적인 기형미를 살려낸 작품이다.

실제 작가가 디자인한 그릇이 레스토랑에서도 쓰인다고 하는데, 줄무늬 양각과 점무늬 투각 등 단순하지만 은은한 효과를 주며 음식의 담음새까지도 하나의 작품처럼 느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모듈 형태를 한 몇몇 작품들은 사용은 물론 보관의 편리함과 겉으로 보여지는 미적 부분까지 고려해 눈길을 끈다.

감각의 이중주
2023.2.22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

이 밖에도 도자 작품들간 동서양의 조화라든지, 한·중·일의 작품의 비교, 동시대에 느낄 수 있는 각기 다른 예술성 등을 함께 찾아보면 전시의 또 다른 재미를 발견할 수 있다.

예술작품으로 전시되든, 실제로 사용을 하든 어느 방향으로 보아도 매력적인 도자 작품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보는 즐거움을 한층 더하는 이번 전시는 3월 말 이후 소장품의 교체 등을 거쳐 9월 10일까지 만나볼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