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4일 찾은 시화국가산업단지. 1990년대부터 공장이 들어서기 시작한 이곳엔 1만개 이상의 업체가 입주해있다. 기계, 전기, 철강, 섬유 등 다양한 업종의 공장들이 길게는 20년 이상 가동돼왔다.

여러 공장들이 단층에 경량 철근 골조를 올리고 조립식 패널을 조립한 형태였다. 현재 비어있는 한 공장의 건축물 구조를 살펴보니 철골 구조에 외벽과 내벽이 모두 샌드위치 패널로 마감됐는데, 인근 공장들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만약 지금 강도 높은 지진이 일어난다면 이곳은 어떨까. 노후 산업단지로 분류되는 이곳은 내진 설계가 대체로 돼 있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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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국가산업단지 내 공장 대다수는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지진 발생 시 붕괴 위험은 물론, 각종 장비와 화학물질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시흥시 정왕동 시화국가산업단지 전경. 2023.2.26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경기부동산포털을 통해 공장 건축물 다수를 살펴보니 내진설계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었다. 철골구조에 패널로 마감한 건축물이 콘크리트나 벽돌로 지은 건축물보다 내구성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실제 지진 시 공장 등의 붕괴위험에 더해 각종 장비와 화학물질 등이 다수 공장 내에 있어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튀르키예·시리아를 강타한 대지진으로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전세계적으로 커진 가운데, 경기도·인천시 대부분의 건축물이 지진에 무방비 상태다(2월17일자 1면 보도='튀르키예급 강진' 경기도내 건물 5곳중 4곳 무방비).

2017년에야 '내진 의무 대상' 포함
대부분 경량 철근에 조립식 패널
가동 중단 필요 탓 보강도 어려워

지난해 6월 기준 경기도 건축물의 내진 설계율은 23.7%, 인천시는 19.4%에 불과하다. 해당 통계엔 건축물별 세부 분류가 돼 있지 않아 공장 건축물 등의 내진 설계율을 정확히 알기는 어렵지만, 5곳 중 4곳꼴로 내진 설계가 돼 있지 않은 실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국에서 중소기업이 가장 많이 소재한 경기도는 공장들이 다수 조성돼 있다. 이런 공장 등이 밀집한 산업단지 수 역시 지난해 1분기 기준 192개로 전국에서 경상남도(207개) 다음으로 두 번째로 많다.

문제는 '2층 이상, 연면적 200㎡ 이상 건축물'로 내진 설계 의무 대상이 대폭 확대된 2017년 이전에 완공된 공장이 다수라는 것이다. 해당 규정은 그 이전에 완공한 공장들에 대해선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지진에 노출될 경우 도내 산업계 피해가 비교적 클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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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국가산업단지 내 공장 대다수는 내진 설계가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지진 발생 시 붕괴 위험은 물론, 각종 장비와 화학물질 등으로 인한 2차 피해까지 우려되고 있다. 사진은 시흥시 정왕동 시화국가산업단지 전경. 2023.2.26 /김명년기자 kmn@kyeongin.com

복수의 공장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공장을 지을 때는 단층으로 경량 철근 골조를 올리고 조립식 패널을 조립해 지었다. 공장 특성상 지진이나 화재 등 재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기보단, 내부 공장 설치를 보호하기 위해 패널을 덮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관내에 반월국가산단이 있는 안산시 관계자도 "공장 단지에 대한 내진설계 정보를 별도로 집계하진 않고 있지만, 대부분의 공장들이 지어진 지 10년도 더 됐다. 내진 설계가 대부분 돼 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각 공장에 내진 설계 보강을 강제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 등 다른 건축물과 달리 공장은 보강에 따른 기간이나 비용이 더 많이 들 수밖에 없는데, 사유 재산인 공장에 이를 강제할 수 없는 것이다. 공장 관계자들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조업체 공장 대표는 "인근에 있는 공장 대부분이 1990년대에 지어졌다. 당시에는 지진에 대한 경각심이 거의 없어 공장은 철골에 패널을 올리는 저렴한 구조가 인기를 끌었다. 내진 보강을 한다고 해도 시간과 돈이 많이 들고 공장도 일정기간 멈춰야 할 텐데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드는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정부 "공공건축 우선… 지원 확대"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각 공장은 사유 재산인데다 다른 보강 사업에 비해 기간이나 비용이 많이 들어, 내진 보강 의무를 부여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다"며 "정부에선 우선 공공건축물을 대상으로 내진 보강 작업을 진행한 뒤, 시간을 두고 차차 민간까지 그 지원을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 관련기사 3면([경인 WIDE] 2016년 경주·울산 2017년 포항 '흔들'… "노후·위험 공공관리를")

/서승택기자 taxi226@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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