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닿는 데까지 봉사하고 은퇴하는 게 꿈입니다."
최근 부천의 한 사무실에 들어서자 인천의 한 구청 이름이 적힌 상자가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상자에는 송상례(56·인천 남동구)씨가 인천 각 지역에 기부할 양말이 담겨져 있다.
송씨는 20여년 동안 지역사회에 양말을 기부했다. 송씨는 매해 적게는 3천 켤레, 많게는 7천 켤레까지 양말을 기부하고 있다. 주로 요양원이나 아동복지시설(보육원 등), 학대피해아동쉼터 등 어려움을 겪는 이웃들에게 건네고 있다.
송씨가 양말 기부를 결심한 이유는 20여 년 전 한 이웃의 도움 때문이다. 송씨는 "양말을 신지 않고 스타킹만 신은 채 길을 걷고 있는데 한 할머니가 추워 보인다며 양말을 주신 적이 있다"며 "그때 받은 양말이 너무 따뜻했다. 그 기억을 잊지 못해 따뜻함을 선물하고자 양말 기부를 시작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많게는 年 7천켤레 복지시설 '온정'
남녀노소 취향과 관계없이 신게돼
60세까지 기부… 남은 4년 열심히
그는 양말 구매와 포장을 직접 한다. 각 시설에 직접 배달까지 해오다 7년 전부터는 인천사회복지공동모금회 등을 통해 양말을 기부하고 있다.
송씨는 "현금이나 옷 등 다른 기부도 많이 해봤다"며 "현금은 생각만큼 제대로 쓰이지 않는 경우가 있었고, 옷은 받은 당사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입지 않는 일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양말은 남녀노소 누구나 취향과 관계없이 신을 수 있어 더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송씨는 양말 기부를 시작하기 전에도 홀몸노인, 장애인, 한부모 가정 등을 위해 봉사했다. 특히 약 25년 전 지인 소개로 알게 된 인천 미추홀구의 한 그룹홈(소규모 보육시설)에서 아이들에게 미용을 해주거나 식사를 나눠주는 등의 온정을 나눴다. 이 그룹홈에는 지금도 양말 기부 등 꾸준히 도움의 손길을 건네고 있다.
그는 공예품을 팔아 번 돈을 거의 모두 양말 기부에 쓸 정도로 이웃을 돕는 데 진심이다. 송씨는 "소득을 전부 기부에 쓰다 보니 남편이 한때 기부를 반대하기도 했다"며 "지금은 남편이 기부활동을 인정해주고, 이해해준다. 진심을 알아줘서 참 고맙다"고 했다.
송씨는 60세가 되면 기부활동을 마무리할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남은 4년 동안 더 열심히 기부할 생각이라고 한다. 송씨는 "은퇴 전까지 어려운 이웃에게 힘이 되고 싶다"며 "은퇴 후에는 미장이나 페인트, 농기계 운전 등을 배워 농촌지역에서 봉사활동을 해보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변민철기자 bmc0502@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