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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립아트코리아

지금은 세상에 없지만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속에 살아 숨 쉬고 있는 예술가들이 있다. 비록 자신의 작품성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거나, 늦은 나이에 우연히 유명세를 타게 되었더라도 그들이 살아온 세월은 굳건한 신념과 믿음을 바탕으로 피워낸 예술이 함께했다.

그렇게 이들이 남긴 말과 글은 아름답게 남아 시간이 지난 오늘날에 다시 또 곁에 찾아왔다.

■ 인생의 봄에는 할 일이 참 많습니다┃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 지음. 류승경 옮김. 수오서재 펴냄. 236쪽. 1만4천500원


인생의 봄에는 할일이 참 많습니다
'모지스 할머니'로 불리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 모지스의 잠언집이 출간됐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예술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화가 모지스의 이번 잠언집은 당시 기사와 인터뷰, 공개된 자필 편지, 구술 기록 등을 바탕으로 구성됐다.

'모지스 할머니' 자필 편지·구술 기록 등으로 구성
평생 농장일하다 70대 붓 들어… 상처받은 이들 위로


평생을 농장에서 일했던 모지스는 70대 중반에 자수를 놓기 어려워지자 붓을 들었다. 늦은 나이에 제대로 배운 적 없는 그림이지만 한 수집가의 눈에 띄어 세상에 작품이 공개된 후 엄청난 주목을 받았고, 그는 미국 미술계에서 중요한 인물이 됐다.

앞치마를 두르고 시골 농장에서 그림을 그리는 할머니, 참신하고 순박한 대자연의 정취가 담긴 작품과 더불어 그가 한 긍정적이고 밝은 말들은 외롭고 상처받은 이들에게 위로가 됐다.

"믿음을 가지면 걱정으로 세월을 허비하지 않을 것"이라는 모지스의 말처럼 책은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뿐 아니라 사람과 그림에 대한 애정, 세계와 자연에 대한 경의까지 솔직하게 담겨 있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훌쩍 지났지만 책 속에 담긴 삶에 대한 단단한 믿음, 유쾌한 말들은 여전히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위안과 사랑으로 전해진다.

■ 사랑은 무한대이외다┃김명순 지음. 핀드 펴냄. 176쪽. 1만4천원


사랑은 무한대이외다
김명순. 우리에게 생소한 이름이지만, 그는 백 년 전 나혜석, 김일엽 등과 함께 활동한 선구적인 작가이다.

1917년 등단 제도를 통해 문단에 데뷔한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이자 여성 최초로 작품집을 낸 시인, 에드거 앨런 포의 소설을 번역해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한 번역가, 평론가, 극작가, 배우 등 다방면으로 활동한 작가가 바로 김명순이다.

그는 비록 당대 일부 작가들의 희롱과 모욕적인 소문으로 글쓰기를 중단하고, 이후에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비운의 작가였지만 누구보다 글쓰기에 열정적이었고 시대를 앞서간 놀라운 작가였다.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근대 소설가 김명순 에세이
감수성 짙게 배어든 글들 감각 일깨우고 통찰 담아


신간 '사랑은 무한대이외다'는 김명순이 1918년부터 1936년까지 발표한 에세이를 묶은 모음집이다. 산문 형태로 쓰였지만 깊은 사유가 응축돼 있고, 시인으로서 감수성이 짙게 배어든 글들이 새로운 감각을 일깨워준다.

책은 '사랑'이라는 막강한 힘을 지니고 자신만의 세계를 지탱해내는 한 사람의 내면, 힘든 생활 속에서도 빛난 그의 지적인 면모와 삶에 대한 통찰, 번역가로서의 재능 등 김명순의 매력을 고스란히 담고 있으며,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살아있는 그의 참모습을 보여준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