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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트' 공연 장면.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예상치 못한 캐스팅, 또는 캐스팅의 다양한 활용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또 다른 재미와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연극 '아트'는 지난해 '시니어 팀'의 깜짝 캐스팅으로 놀라움과 신선함을 전한 작품이다.

어느 날, 5억원을 주고 하얀 바탕에 흰색 줄이 쳐진 하얀 그림을 산 세르주, "설마 이런 판때기를 5억이나 주고 산 건 아니지?"라며 묻는 친구들. 오랜 우정을 지켜온 마크와 이반, 세르주는 이 그림 한 점으로 그동안 각자가 품고 있었던 감정을 터트리고, 점점 극단으로 치닫는 세 친구의 격렬하면서도 유치해 보이는 싸움 속에 이기심과 질투, 소심한 내면까지 거침없이 드러내는 작품이 바로 '아트'다.

극은 친구들 간의 티키타카가 중요한 요소인데, 이순재·백일섭·노주현 등 시니어 팀이 캐스팅되면서 그들이 가진 오랜 연기 경력과 연륜으로 젊은 배우 페어와는 또 다른 웃음과 여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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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아트' 공연 장면.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연극 '아트' 이순재·백일섭·노주현 시니어팀 화제
'포쉬' '해적' 남녀 나눠 각각 공연… 색다른 재미
'데미안' 고정된 배역 없이 두 역할 오가며 소화도

최근에는 배우의 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젠더 프리' 작품들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얼마 전 막을 내린 연극 '오펀스'의 경우 중년의 갱스터 해롤드, 고아 형제 트릿, 필립의 역을 남녀 배우로 나누어 캐스팅했고, 필립 역의 남녀 배우들이 크로스된 특별 공연으로 색다른 조화를 보여준 바 있다.

젠더 프리는 배역이 가질 수 있는 성의 고정관념을 깨고, 배우들의 해석과 극의 요소 등을 관객들에게 폭넓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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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해적' 포스터. /콘텐츠플래닝 제공

곧 무대에 오르는 뮤지컬 '해적'과 연극 'POSH(포쉬)'도 이러한 젠더 프리 작품이다. '해적'은 해적의 황금 시기로 불리던 18세기에 활동한 해적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뮤지컬로, 혼돈의 시대이자 일확천금이 가능한 기회의 시대를 배경으로 각자의 사연을 가진 해적들이 나누는 우정과 사랑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은 2인 극이면서 배우가 1인 2역을 맡는다.

해적이었던 아버지가 죽고 혼자 남겨졌지만 아버지의 동료 '잭'과 모험을 떠나는 17세 소년 '루이스', 거칠어 보이지만 마음은 따뜻한 해적 선장 '잭', 사생아라는 이유로 태어날 때부터 축복받지 못한 삶을 살아온 총잡이 '앤', 패배를 모르는 검투사 '메리'가 그 주인공으로 루이스 역의 배우가 앤을, 잭 역의 배우가 메리를 함께 연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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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포쉬' 포스터.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옥스퍼드 대학교의 최상류층 사교모임 '벌링턴 클럽' 신입생 환영회 일화를 모티브로 한 연극 'POSH' 역시 남학생과 여학생 페어로 각각 만나볼 수 있다.

상류층의 허위와 이중적인 폭력성, 거칠고 천박한 의식 세계를 풍자하는 내용의 'POSH'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분열하면서도 권력 앞에서 연합하는 옥스퍼드 상위 1% 엘리트들의 모습을 통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사회의 단면을 들여다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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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포쉬' 포스터.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 제공

'젠더 프리'에서 나아가 '캐릭터 프리'의 작품도 있다. 헤르만 헤세의 동명소설을 각색한 뮤지컬 '데미안'은 전쟁터의 폐허에서 죽어가는 젊은 군인 싱클레어가 어둠 속에서 나타난 데미안이란 인물을 만나 자신의 과거를 여행하며 수많은 얼굴을 만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뮤지컬은 원작의 설정과 다른 성별의 배우가 인물을 연기하는 것은 물론 2인 극이지만 고정된 배역 없이 한 배우가 싱클레어와 데미안 두 역을 모두 소화하는 '캐릭터 프리'극이기도 하다. 8명의 배우가 어떤 회차에선 데미안이 됐다가 또 다른 회차에선 싱클레어가 되는 만큼 무대 위에 구현되는 배역의 다양한 변주가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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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데미안' 공연 장면. /낭만바리케이트 제공

지역 공연을 이어가고 있는 연극 '아트'는 5월 6일 안양 평촌아트홀에서 만날 수 있으며, 뮤지컬 '데미안'은 드림아트센터 3관에서 오는 26일까지 계속된다. 

7일에 개막하는 뮤지컬 '해적'은 서경대학교 공연예술센터 스콘 1관에서 6월 11일까지, 9일 첫 무대를 갖는 연극 '포쉬'는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5월 21일까지 볼 수 있다.

/구민주기자 kum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