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혜광학교를 졸업한 이하영(23)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인천시청에서 시각장애인 '헬스키퍼'(health keeper)로 일하고 있다.
헬스키퍼는 안마사면허를 보유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안마사를 협회 또는 안마원 등으로부터 파견받아 기업체 직원들에게 안마·마사지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이씨는 인천시청에 평일 낮 12시30분쯤 출근, 오후 6시까지 직원들에게 안마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씨가 일하는 인천시청 직원 휴게실에는 매일 10명 안팎의 직원들이 찾아와 그로부터 어깨 부위 등의 안마를 받고 있다.
이씨는 "시원하다고 말을 해주는 사람들의 말을 들으면 뿌듯하다"며 "일을 한 지 3개월밖에 되지 않았지만 매일 출근하면서 일할 수 있어서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말했다.
특수교사 꿈 접고 안마사 면허 취득
취업하자 부모님 누구보다 좋아하셔
'관공서 전문직' 인식개선 도움 기대
이씨의 어린 시절 꿈은 특수교사였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는 일반 학교에 다녔지만 선천적으로 앓고 있던 녹내장이 점점 나빠지면서 눈이 보이지 않게 돼 시각장애인 학교인 인천혜광학교로 전학왔다고 한다.
이씨는 "이전에는 안경을 쓰면 혼자서도 일상생활은 할 수 있었으나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바로 코앞에 있는 사물만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눈 상태가 나빠졌다"며 "학교 진도를 따라가기 어려워 학교를 옮길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특수교사라는 장래희망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이씨는 새로운 꿈을 향해 안마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씨는 "생각보다 안마를 배우는 것이 적성에 맞았다"며 "부모님도 안마를 배워 취업하게 되니 누구보다 좋아하셨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씨는 헬스키퍼로 취직할 수 있었지만, 아직도 많은 시각 장애인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각장애인들이 가장 많이 취업하는 분야는 안마직종이지만, 저임금이나 고용불안에 시달려야 하는 게 현실이다. 안마원과 안마시술소는 경기에 민감해 휴·폐업이 잦다 보니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고 월급마저 떼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씨는 "안마시술소가 아닌 인천시청 등 관공서에서 전문적으로 안마하는 모습을 자주 보이면 일반인들의 안마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나의 사례처럼 다른 후배들의 취업도 확대됐으면 좋겠다"고 소망을 밝혔다.
/김주엽기자 kjy8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