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본부세관 김성수 공항여행자통관검사 4과장은 '세관 역사 전문가'라는 별칭으로 더 유명하다. 역사를 전공하지도 않은 그가 가진 세관사(史)에 대한 열정은 관련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 못지 않다.
김 과장은 1986년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니다. 일을 시작한 지 20년이 되던 2006년 서울세관에서 근무하면서 본 낡은 문서가 세관사를 공부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서울세관 박물관에서 유물 정리를 하다가 어떤 문서를 찍은 사진을 보게 됐는데, 이와 관련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영어로 쓰인 이 문서들을 모두 사진으로 찍고 해석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모두 250페이지에 달하는 기록물을 판독하고, 해석해 책자로 만들었다.
2006년 박물관 유물 정리 중 250페이지 영어 기록물 판독·책자 제작
선박 안전운항 규정·방역·기상관측·해외 차관 보증까지 역할 다양
내년 정년퇴임 앞둬… 근대사 활동·사업 교과서 교육과정 등재 목표
현재 개항기 화교들의 방화 사건 등 다양한 내용 담은 저서 집필 중
김 과장은 "영어 필기체로 휘갈겨 쓰여 있는 문서를 계속 판독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글쓴이의 필체까지 알게 됐다"며 "이를 책자로 만드는 작업을 하기 위해 당시 관세청장에게 보고한 뒤 관련 예산을 받아 책자로 발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이런 작업 끝에 빛을 보게 된 기록물이 'Dispatch from chemulpo(제물포)'다. 우리나라 세관 기록의 시초라고 평가받는 문서다.
그는 이후에도 국립중앙도서관 수장고에 있던 세관 문서를 확인하고, 이를 판독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모두 3천 페이지에 달한다고 했다. 그는 "모든 문서를 사진으로 찍은 뒤 해석하는 작업을 수년 동안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업무 외 시간을 할애해 세관사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김 과장은 "인디애나존스라는 영화를 보면 탐험을 하는 주인공이 나온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런 위험스러운 일을 꺼리지만, 주인공들은 그 일에 매력을 느낀다. 저도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옛 문서를 보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고 했다. 새로운 문서를 발견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확인했을 때 보석상자를 여는 것 같은 희열을 느낀다고 한다.
김 과장은 "연구하는 과정 자체가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다"며 "처음 세관사 연구를 시작할 때부터 지금까지 10여 년간 쉬지 않고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가며 공부를 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했다.

올해 인천세관은 개청 140년을 맞는다. 1883년 1월 인천항이 개항했고, 같은 해 6월 인천해관이 업무를 시작했다.
인천세관은 지난 2013년 인천세관 130주년을 맞아 '인천세관 130년사'를 펴내기도 했다. 김 과장은 "인천세관 130년사에서 많은 오류를 발견했다"며 "세관이 공식적으로 펴낸 기록물에 틀린 내용이 포함됐고, 이런 내용이 지속해 전파되고 있어 안타깝다"고 했다.
그는 특히 개항기 세관은 현재 세관보다도 훨씬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음에도, 이러한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김 과장은 "개항의 역사는 세관의 역사이기도 하다"며 "개항기 때 세관이 중요한 역할을 많이 했지만, 교과서를 보면 세관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다"고 했다. 이어 "세관에 대한 연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개항기 선박의 안전운항을 위한 시설과 규정, 방역, 기상관측 등의 역할을 모두 세관이 주도적으로 진행했다. 김 과장은 이와 관련한 문서를 모두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특히 해외에서 차관을 들여올 때에도 보증을 세관에서 섰다고 한다. 그만큼 세관의 역할이 크고 중요했음을 의미한다.
김 과장은 "근대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세관이 했던 역할을 축소할수록, 근대사에서 우리나라가 주체적으로 했던 활동이 없어지게 된다"며 "우리 정부가 만든 세관(해관)에서 주도적으로 여러 사업을 진행했다는 점을 알리고, 이를 교과서 등 교육과정에 실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이러한 연구 활동이 이어지면서 학계에서도 그가 쓴 내용을 논문에서 인용하는 등 그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김 과장은 "미미하지만 이런 연구를 통해 세관사가 조금 더 제대로 알려지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이 있다"고 했다.

김 과장은 내년 정년퇴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인천세관에서 일한 기간이 5년 안팎에 불과하다고 했다. 주로 서울세관에서 일을 했다. 인천과의 인연은 짧지만 세관사 공부를 하면서 인천에 대한 애착이 많이 생겼다고 한다.
김 과장은 "연구하는 분야 대부분이 인천세관에 관한 내용"이라며 "인천을 중심으로 연구를 시작하면서, 인천은 제 연구의 터전이 됐다"고 했다.
개항은 부산이 인천보다 빠르지만, 인천 개항이 갖는 의미는 다른 도시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김 과장은 "서양 국가들에 처음 문호를 연 곳이 인천이고 부산 개항은 일본만을 대상으로 이뤄졌다"며 "인천항 개항이 갖는 의미는 크다"고 강조했다.
김 과장은 현재 세관사와 관련한 책을 집필하고 있다. 그는 "개항기에 화교들이 세관 건물에 불을 지른 사건이 있었지만, 이러한 사건은 그동안 세관을 다룬 책에서 다뤄지지 않았다"며 "이러한 사건을 포함해 세관과 관련해 다양한 내용을 담은 책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퇴임 이후에도 인천에 머물면서 연구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다.
김 과장은 "인천은 개항도시로서 역사적 가치가 무궁무진하지만,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제가 진행하는 연구가 인천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글/정운기자 jw33@kyeongin.com, 사진/김용국기자 yong@kyeongin.com
■김성수 과장은?
국립세무대학 관세학과를 졸업했으며 1986년 공직에 입문해 현재까지 세관에서 일하고 있다. 2006년부터 세관 역사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연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세관 100년사', '사진으로 보는 한국 세관 130년' 등을 공동 저술했다. 2013년에 조미수호통상체결지 장소를 바로잡는 데 역할을 했다. 현재는 인천세관 제1여객터미널 여행자통관검사 4과장으로 재직 중이다.
